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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전문

* 들어가며 : 잔인한 오월


 


사라진 봄 / 황폐한 강 / 무시된 삶


올 오월은 자연도, 국민도, 모두 힘들다.


 


천안함 사건은 그 자체로도 큰 충격이었지만 정부의 결과 발표 후 더 큰 충격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개인적으론 진실에 대한 많은 의혹, 군과 정부가 보여준 그동안의 태만과 불신을 숫자 하나로 뒤집는 모습에 더 놀라기는 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의문은 갖지 않으련다. 만에 하나라도 이 의문이 진실이면 어떻게 되겠는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의뭉스런 출제자의 의도대로 답을 찍기는 싫으니 그냥 답지를 비우고선 틀렸음을 받아들여야겠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억지스런 답을 받아들였다 해서 종결되는 것이 아니기에 더 걱정스럽다. 천안함 사건은 이제 사건 그 자체에서 그 사건의 이용가치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충격의 사건을 이제 누군가는 표로 바꾸기 바쁘고, 누군가는 자신들의 상처에 붙이는 반창고로 바꾸고, 누군가는 파헤친 앞마당 덮개로 사용하고, 누군가는 선심 좋게 국민들에게 나눠줄 안경으로 바꿔서 연일 무료로 배포하고 있지 않은가! 떠오르는 씁슬함에 가슴이 먹먹하고, 출렁이는 괴씸함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


 


이렇게 국민의 시선은 북으로 쏠리 고, 국가의 예산은 강에다 뿌려지고, 대통령께서는 오월의 역사를 애써 무시하시니 국민들은 어디에서 위안을 얻을지 고민이다. 그나마 이 오월은 계절의 여왕이라. 따스한 봄바람이라도 이 우울한 가슴을 보듬고 지나가 면 좋으련만 오월의 하늘은 이미 봄을 잊어버린 것만 같다. 하긴 너무도 쉽게 파헤쳐지는 저 강과 국토를 보 며 어찌 하늘이라고 맘이 편할까 싶 다.


 


이렇게 생명을 생명으로 보지 않고 이익과 개발의 가치 아래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정부 에게 사람을 사람으로 보아 달라 기대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했던 일인지도 모르겠다. 중증장애인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활동보조인 제도가 있으나 4대강 사업 을 위해 모든 예산을 쏟아 부어야 했던 정부는 과감하게 중증장애인의 삶을 지탱해 주던 복지예산마저 뽑아가고 말았다.


 


줄어든 예산에 억지로 끼워 맞추기식으로 제도를 시행하려다 보니 활동보조인 제도가 제대로 운영될리 만무하다. 결국 중증장애인들은 자신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광화 문에서 활동보조제도 개악과 관련해 연일 일인시위를 벌이고,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지 만 복지부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항상 장애인보다 먼저 나와 있는 모범경찰들은 휠체어 가 아예 광화문 광장으로 들어갈 수 없도록 횡단보도를 촘촘히 막아서고 그 앞에서 중증 장애인들은 닿지 않는 외침만 울려대다 돌아오곤 한다.


 


과연 광화문 광장의 상징인 세종대왕께선 어떤 마음으로 이 모습을 바라보실지 자못 궁금하다. 아스팔트와 보도블록으로 덮여 있는 딱딱한 광장이지만 그 광장의 핵심적인 상징물로 세종대왕상을 세운 것은 비록 숨쉬는 왕은 사라졌을지라도 죽지 않는 정신이 그 광장을 채워 주기를 바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려운 한자로 인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그 생각을 쉽게 전할 수 없었던 백성들을 가엾게 여겨 새로 스물 여덟 글자 를 만드셔서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익혀 날마다 쓰는게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라 하셨던 세종대왕의 뜻이 광화문의 정신일 터인데, 이토록 힘들게 살아가야만 하는 장애 인들의 삶이 이제 듣는 사람이 없어 그 어려움을 전하지 못하는 현실은 과연 누가 바꾸 어 줄 수 있을까.


 


이래저래 올 오월은 자연도, 국민도, 모두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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