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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전문

* 포토 에세이_사람도 담고 마음도 담고 : 어느 검시날

 

사진을 보다 보면 등장하는 사람의 표정이 참 잘 살아 있거나 재미있는 행동이 잘 포착되어 있는 사진들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단체사진일 경우엔 그것이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사진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표정이나 행동이 같은 마음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쉽지 않을 뿐더러, 그러한 순간이 나타났다 할지라도 그 장면을 카메라에 순식간에 담는 것은 보다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런 면에서 다음의 사진은 당시로선 순간으로 지나간 장면을 우리에게 참 재미있는 추억의 한 장면으로 되돌려 주고 있습니다.

 

위 배경이 되고 있는 곳은 노들야학 학생들이 고입고졸검정고시를 보기 위해 일 년에 두 번 찾아가는 학교입니다. 보시다시피 모든 시험이 다 끝나고 나와 돌아가기 전에 기념으로 단체사진을 찍고 있는 중입니다.

 

누가 시험을 본 학생이고 누가 응원차 온 학생인지는 여기선 알 수 없습니다. 시험을 잘 본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을 것인데 역시 그것도 알 수 없습니다. 심지어는 교사와 학생간의 구별도 간단치 않습니다. 아이들도 함께 있으니 뒤에 학교 배경이 없었더라면 검시라고 생각하기보다 소풍을 나왔던 것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하지만 솔직히 검시장에서 긴장감을 찾아보기 쉽지 않은 것은 노들야학의 특성이기도 합니다...)

 

직사각형 배경에 죽 늘어서 있는 모습은 여느 단체사진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어떤 이유에서인지 살짝 그 구도가 깨졌습니다. 구도가 깨진 것은 아주 조금 뿐인데 그 조금이 참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단순하게 사람들을 모아 놓은 평면적 이미지일 수 있는 사진에 생기를 불어넣은 듯한 느낌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각각의 사람들이 이제 숨을 쉬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조금만 더 흐트러졌어도 재미를 넘어 어수선한 느낌을 줄 뻔 했는데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보여지는 저 다양한 사람들 속에 어떤 동질성이 묻어 나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이건 쫌 주관적이긴 하군요.) 그리고 아마도 저 가운데 있는 홍모교사의 붉은색 옷이 나름 시선의 흐트러짐을 붙잡아 주고 있는 이유도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웹진을 위해 새롭게 기획한 포토 에세이의 첫 사진을 무엇으로 정할까 하다가 4월이 되면 해마다 돌아오는 검시가 떠올라 검시와 관련된 사진을 한 번 골라 보았습니다. 하지만 시험보다 사람 느끼는 것을 더 좋아하는 우리의 특성이 또한 잘 드러난 것 같아서 선정하였습니다.

 

참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음을, 등장하는 사람들과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은 사진인 것 같습니다. 이상 노들야학의 어느 검시날 풍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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