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웹진 1호_2010.04 - [Wz001_노들, 그리고 사람] 휴직하는 홍은전
기사내용 전문
* 노들, 그리고 사람 : 휴직하는 홍은전
“저, 쉬어요.”
시키지도 않은 휴직의 변, 홍의 변
홍은전 ∥ 3월부터 ‘쉼’에 들어간 홍, 미소가 살아나고 있다. 노들야학 교사 겸 사무국장으로 일했다. 1년 뒤에 아름답게 돌아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스물셋 처음 야학에 올라와 서른둘이 되었습니다. 그 중 7년 상근활동을 했고, 그 중 3년 노들야학의 사무국장이었습니다. 무엇이 그리 부끄러웠는지, 자리 정리하다보니 3년 전 만든 명함 한 통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저, 쉬어요.
해야 할 말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름하야 휴직의 변- 켁. 힘들더라도 잘, 써 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편집장님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내가 먼저 쓰겠다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 과정이네요. 몇 날을 끌어안고 있으니, 생각지 못했던 것들까지 불쑥불쑥 껴들어 마음속이 더 복잡해집니다.
나는 교사들이 퇴임(혹은 휴직)할 때 야학에 대한 ‘불편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꼭 나를 두고 하는 말처럼 느껴져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아무 감정 없던 사람이 그 말 때문에 미워지기도 했습니다. 야속했던 거겠지요. 내가 퇴임(혹은 휴직)을 하게 된다면, ‘선물’처럼 예쁜 말만, ‘너를 외롭게 만들어서 미안하다’는 말만 백만 번 해주리라, 다짐했었습니다. 그랬더니 지금, 아무 말도 쓸 수가 없네요.
(믿거나 말거나 이미 이 얘기들만 늘어놓은 게 여러 쪽입니다만) “노들을 여전히 ‘너무’ 사랑하고, 사람들에게 고맙고 또 죄송합니다.” 하자니, 휴직한단 얘기가 이어지질 않고, “노들이 참을 수 없이 지루하고, 괴로웠습니다.” 하자니, 꼭 퇴임해야할 것 같고, “노들야학 사무국장으로, 제가 너무 부족했습니다.” 역시, 그저 회피하려는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이 어떻게 남은 사람들을 괴롭힐지 몰라 한마디도 시원하게 풀지 못 하고 끙끙대고 있는 내가 병적(病的)이다 싶을 정도입니다.
며칠 고민하는 동안 새롭게 깨달았는데, 나는 ‘홍은전’과 ‘노들’을 온전히 분리시켜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노들은 나에게 무엇이고, 나는 노들의 무엇이었는지에만 집중한 탓에, 지금 나는 어떠하고, 지금 노들은 어떠한지, 정면으로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용기와 에너지가 필요할 텐데, 지금은 심히 부족한 것 같습니다. 1년 노들과 거리를 두면서 찬찬히 해 볼랍니다.
쉴 수 있도록 배려해준 노들 상근자님들께, 고맙고 또 미안합니다. 누구든, 언제든, 돼지갈비에 소주로 위로되는
일이라면, 불러주세요, 달려오겠습니다. 남은 999,999번도 그때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