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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지역에서도 수업합시다!

 

 

 박찬욱

노들장애인야학

 

 

 

박찬욱_지하철2.jpg

 

  장애인이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고 탈시설 해서 지역사회로 나오기 위해 2021년 12월 3일 시작한 지하철 투쟁이 만 1년이 되었다. △특별교통수단 운영비에 대한 국비 지원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운영비에 대한 국비 지원 △활동지원 수가 및 월 평균 시간 확대 △탈시설 장애인 활동지원 추가 월 240 시간 보장 △근로지원인 확대 및 동료지원가 사업 개편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등이 포함된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촉구하며 문재인 정부의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대선 후보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윤석열 정부의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상대로 매일 아침 지하철을 탔다. 노들야학은 이 지하철 투쟁에서 수요일을 사수하고 있다. 내가 야학에서 지냈던 시간들보다 긴 시간을 지속해 온 지하철 투쟁은 처음 내가 봤을 때와는 보이는 풍경도, 들리는 소리도 달라졌다. 1년 동안 우리 내부의 모습들도 많이 달라졌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나는 나갈 수 없다던 권익옹호 학생들이 하나, 둘 빡빡 머리를 밀기 시작하더니, 어떻게 같이 지하철을 지켜볼까를 궁리한 끝에 돌아가며 한 달에 한 번은 나가보자! 아침 7시 30분, 아침 8시 딱 맞춰 가지는 못 하더라도 중간에 어디서라도 만나보자고.

 

  지하철에서 시민들이 욕 하는 거 무섭지 않냐는 질문에 야학 학생들이 “다시 시설로 돌아가게 될까봐. 그게 더 무서워.”라고 너도나도 말하던 순간이 기억난다. 야학의 언니, 형들이 지하철로 나서는 이유는 다양하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40년의 세월을 시설에 처박혀 살아온 사람이 다시 시설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활동지원사가 없던 시절. 화장실을 같이 가달라고 하는 게 미안해서 물도 마시지 않고 몇 시간을 견디던 시간들. 집에만 갇혀 라디오를 통해 듣는 세상이 전부였던 시간들을 견뎌온 사람들이 엘리베이터가 생기고, 활동지원사가 생기는 과정을 보면서 지하철로 나서겠다고 했다. 

 

  1조 3천억의 우리 요구는 국회 여야 상임위에서 6천 6백억으로 반토막이 났다. 정부 예산안에서 증액되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기획재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제 다시 예산이 정부의 책임으로 돌아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11월 21일 대통령실역 (삼각지역)에 예결위 통과를 목표로 농성장을 설치했다. 엎치락뒤치락. 천막 반입 과정에서 또 여러 활동가들이 다치고 휠체어가 고장나고 부서졌다. 야학의 학생들도 이날 마주한 경찰과 서울교통공사직원들의 폭력에 놀라서 울기도 하고, 화나 죽겠다며 펄쩍 뛰기도 했다. 

 

  그렇게 설치된 농성장을 중심으로 야학은 목요일마다 오후 선전전으로 지하철 여행을 다니며 학생들이 발언을 했다. 자주 발언하던 학생회장님부터 발언이 처음이라 떨리니까 선생님이 같이 해달라는 분들까지. 시설에서의 삶부터 좋아하는 조용필의 노래를 부르기도 하며 장애인권리예산이 왜 내 삶에 필요한지 이야기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다양했다. 단어 하나하나 집중해서 듣고 박수를 치기도 하고, 왜 이 시간에 이러고 있냐며 아침에 타라는 말도... (아침에 타면 아침에 탄다고.. 낮에 타면 낮에 탄다고.. 밤에 타면 밤에 탄다고... 언제 타라는 건지?!)

 

  한바탕 선전전을 마치고는 삼각지 농성장은 노들야학 저녁 특활반 민중가요반 수업으로 이어진다. 천막 앞에 전기를 연결하고 통기타와 몇 가지 물품들을 놓으면서 수업준비가 끝났다. 아침 잠결에 휙 지나가던 농성장 앞이, 고성이 오가고 백수십 명이 삭발을 했던 삼각지역이 야학 교실이 됐다. 지하철이 떠나가라 신나게 노래를 부른다. 

 

  삼각지역에 설치된 농성장은 국회 예결위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정부와 기획재정부가 그 책임을 또다시 외면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장애인권리예산이 반영될 때까지 또 어떻게 지하철을 탈지 궁리하고, 또 노래 부르고 계속 수업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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