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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태안으로 떠난 야학 모꼬지

 

 

 천성호

야학에서 영어 수업을 맡고 있는 오래된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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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학에서 모꼬지는 안 간 지, 아니 못 간 지 2년이 되었다. 야학에서 못 간 것은 당연히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갈 수 없었다. 마지막 모꼬지는 코로나가 오기에 용인에 와우정사 가고, 민속촌에 들린 기억들이 서로 몇 해 전인지 가물가물한 기억들이 남았다. 

 

  올해 역시 코로나와 함께 모꼬지를 갈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면서 준비를 하였다. 모꼬지를 떠나는 주에 야학의 확진자가 8명까지 가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모꼬지를 가장 기대한 김장기 학생은 그래서 못 간다) 10월 1일과 2일로 날짜를 정했다. 어디를 갈지를 몇 군데 올려놓고 저울질을 하면서 태안으로 가기로 했다. 바닷바람도 쐬고, 소금 냄새도 맡고, 해안사구가 있어 휠체어 접근도 가능하므로 적합한 장소라고 봤다. (5월부터 바닷가에 곱게 피는 해당화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말이다.) 

 

  야학에서는 백여 명 정도는 가지 않겠냐고 예상을 하였다. 그런데, 갈수록 참가자가 점점 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모꼬지는 특히, 인강원에서 탈시설 해서 나온 낮수업 학생들도 함께 가기로 하면서 참여자는 점점 늘어 150명 가까이 늘어났다. 이동하기 위해 시설공단과 에이블 투어 특장차를 4대 빌리고, 관광버스도 빌렸다. 참가자가 150명이나 되니 숙소를 빌리는 것, 뒤풀이를 준비하는 것, 체육대회 준비하는 것, 무엇보다 150명의 야학 식구들이 1박 2일 동안 밥을 먹는 것도 고민이었다.

 

  10월 1일 아침에 우리는 방송대 앞에서 차별로 조를 나눠서 학생들이 한 명씩 한 명씩 탔다. 언제나 늦은 사람들이 있는데 이번에는 호연 님이 늦었다. 모꼬지를 안 가겠다고 우긴 사람 연옥 님, 그래도 모두 함께 출발...

 

  출발 사진을 찍고 아침부터 오느라 다들 피곤해서 출발 사진을 찍고, 쉬면서, 일부는 꿈나라로 가면서 태안으로 갔다. 11시가 넘어 휴게소에 들려 김밥을 먹었다. 주차장 넓은 곳에 차를 주차하고 각자 편한 방식으로 김밥과 물을 먹으면서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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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밥을 먹으면서 화장실도 가고, 누구는 벌써 휴게소에서 머리핀도 사고, 누구는 먹고 싶은 소시지도 사고, 오늘은 즐거운 날이다. 소풍이니까….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태안으로 향했다. 

 

  해안사구 주차장에 도착해 늦은 점심을 먹었다. 이번 모꼬지는 유달리 먹을 것이 많았던 모꼬지였다. 해안사구를 삼삼오오 산책하면서 이야기도 했다. 태안의 해안사구는 “신두사구는 빙하기 이후 1만 5천 년 전부터 서서히 형성되기 시작하였으며, 북서 계절풍을 직접 받는 지역으로, 강한 바람에 모래가 바람에 의해 해안가로 운반되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 모래언덕을 이룬 퇴적 지형의 전형”이라고 관광공사에서 소개하고 있다. 전에는 장애인 접근권이 없었는데 몇 해 전부터 길을 따라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도록 데크를 만들어서 장애인도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야학의 학생들은 탈시설 하거나, 집에 있거나, 자립생활 체험홈, 지원주택, 거주 시설에 거주하고 있다. 학생들은 사람에 따라 여행을 가는 학생들도 있고, 거의 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 밖으로 나가 자연도 만나고, 바람도 만나고 하고 좋다. 사구: 모래언덕은 보기 힘든 풍경이니 좋았다. 소가 풀을 뜯어 먹고 있었다. 무엇보다 노들의 공동체가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좋았다. 그것은 노들에서 새로운 기억과 시간을 함께 만드는 것이다. 

 

  해안사구를 구경하면서 이제 숙소로 이동을 했다. 그리고 짐을 풀고 저녁을 먹고( 또 먹고….) 태안에서 예약한 메뉴를 놓고 노래자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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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학 노래자랑은 청솔 1반 학생들, 낮 수업 학생들, 흥이 많은 학생이 노래를 불렀다. 지선은 무대에 올라 춤을 추었다. 노래를 몸이 반영하면서 느꼈다. 내가 기억하기에 누구나 다 노래했지만, 특히, 신병선 학생의 ‘아파트’가 가장 많은 호응을 받지 않았나 싶다. 그의 노래는 노래이자, 랩이자, 이야기로 들렸다. 노래이자 노래가 아닌 것, 그것을 가능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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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자랑을 하면서 실컷 노래 부르고, 먹고 이야기를 나눴다. 노래자랑이 끝나고 오늘의 마지막 캠프파이어를 했다. 캠프파이어의 노래다. 신행의 준비로 캠프파이어를 하고 노래를 불렀다. “모닥불 피워 놓고….”,

 

  노래를 부르고, 일부는 방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고, 일부는 밤 바닷가를 산책하면서 태안의 밤은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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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아침, 대망의 문해 인권 체육대회이다. 수련회 옆 풋살장을 빌렸다. 이름도 거창하다. 문해(文解)와 인권을 결합하는 것이 우리 체육대회의 특성이다. 우리는 평등하게 체육대회도 장애인이 같이 함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체육대회를 끝으로 1박 2일 모두 끝났다. 준비하신 모꼬지 준비팀이 고생 많았다. 참여하신 노들 식구들도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는 말을 말이 들었다. 모두 코로나를 뚫고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내년에는 더 좋은 곳으로…. (모꼬지 사진은 야학 홈페이지에 많이 있고, 더 생동감 있는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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