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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 투쟁이라면 오케입니다

 

 

 이형숙, 민푸름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삭발투쟁 이야기를 해보자고 하자 소장님은 굉장히 신나 하셨다. 삭발투쟁 얘기를 하면 지하철 선전전 얘기를 할 수 있고, 지하철 선전전 얘기를 하면 이준석과 오세훈과 윤석열의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그들의 이야기를 하면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2023에도 가열차게 이어질 투쟁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 소장님께는 신날 만한 일이었나보다. 인터뷰가 진행된 당일 아침에도 소장님은 혜화역 선전전에 참여하고 돌아오셔서, 그 선전전을 며칠만 참여한 것도 아니고 2021년도 12월부터 참여해오셔서, 지하철 선전전에 참여하시면서 지하철을 기어서 타셨다가, 경찰과 서울교통공사에 막혀 타지도 못하셨다가, 타야 하니 씨름하셨다가를 반복하셔서 나는 “왜 꼭 삭발이어야 했나”, “왜 이렇게 몸 쓰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나”, “매일같이 이어지는 투쟁에서 어떻게 회복하나”와 같은 질문들을 준비했는데 순식간에 별 쓸모없는 질문이 됐다. 내가 소장님을 이렇게나 몰랐다.

 

  22년 3월 18일,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꾸려지고 3월 29일이 돼서야 대표단을 만났다. 그 만남마저도 21년 12월부터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으로 장애인권리예산 확보의 필요성을 외치지 않았다면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다. 면담에서 인수위원회는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의 요구안을 검토할 테니 지하철 선전전을 멈출 것을 요청했고, 4월 20일까지 약속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지하철 선전전을 잠시 중단했다. 대신 인수위원회를 코앞에 둔 지하철역인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삭발투쟁을 시작했다.

 

 

이형숙_1.jpg

 

 

  언제나 머리카락은 준비완료입니다만?

 

  당장 할 수 있는 다른 게 딱히 없었어요. 우리는 인수위원회가 어떻게 하는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를 사실상 한 달 정도 두고 보면서 기다려야 됐거든요. 그럼 우리는 뭘 할 수 있겠느냐 했을 때 할 수 있는 게 삭발 말고 다른 게 없었어요. 우리의 의지를 표현은 계속 해야겠고. 그러면 인수위 기간 동안 한 번 삭발을 해보자, 이렇게 시작된 거죠. 머리카락은 언제든 준비돼있으니까.

 

  지하철 선전전도 처음에 박경석, 이규식, 이형숙 세 명에 집행부 한두 명으로 시작했거든요. 마이크 하나, 현수막 하나 이렇게. 우선 하자, 우선 해보자 싶었던 거죠. 그런데 이걸 일주일을 하다 보니까 시민들, 경찰들로부터 반응이 있었고, 혜화역 엘리베이터도 봉쇄하는 일도 벌어지면서 언론을 타기 시작했어요. 어? 지금 뭐가 되고 있구나, 싶을 때 윤석열이 당시 후보이던 시절에 혜화동을 방문한다고 해서 따라잡기 갔던 걸로 연결되면서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간사들이랑, 국회의원들이랑 연락이 되기 시작했죠. 그전까지는 아예 거들떠도 안봤어요. 우리 전화도 안받았어요. 그런데 윤석열이 혜화동에 딱 왔다가 가니까 바로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러면서 지하철 선전전 투쟁이 이제 본격적으로 힘을 받게 됐죠. 출근길 선전전을 꾸준히 해야겠다, 반응이 오는구나 하는 결의가 선 거죠.

 

 

  지역사회 거점의 힘, 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장애인야학을 움직여라

 

  삭발투쟁도 그랬어요. 처음 할 때는 177명이 될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어요. 맨 처음에 삭발을 하기로 하고 일차적으로 삭발투쟁 결의자를 모으는 것도 쉽지 않았죠. 그래도 어쨌든 우리는 420이 있어서 3월 29일부터 4월 20일까지는 그래도 나름 잘 됐어요. 근데 이후가 진짜 문제였던 거죠. 420이 끝나고 우리가 함께 모여서 의지를 표현할 수 있는 큰 행사가 끝나니까 몰입됐던 집중이 안되더라고요. 그리고 사실 420이 끝나면 지역의 거점인 센터들은 본격적으로 사업을 준비하고 진행해서 중앙 투쟁에 집중이 어렵기도 해요. 그래서 6월 말이 되면서 내부적으로는 정리하자는 얘기도 나왔어요. 너무 힘드니까. 너무 힘들고, 이제 할 사람은 다 하지 않았나 싶은 거죠.

 

  그런데 제 생각에는, 나는 그런 거죠. 뭐 받은 것도 없는데 삭발투쟁을 그만둘 순 없다. 받은 것도 없었으니까요. 반기를 들었어요. 6월까지는 전장연이 삭발결의자를 모집했어요, 주도적으로. 그런데 그때 제가 반기를 든 걸 계기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이 삭발결의자를 모으기로 했죠. 한자협이 삭발결의자를 모집하기로 하고 처음, 6월 30일 전동행진 당일 밤 서울역을 돌았어요. 그렇게 한 달 치 결의자를 모집했죠.

 

  삭발투쟁을 이어가려면 실질적으로 한자협 소속 센터 활동가들, 최소한 소장, 사무국장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명확해졌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서울, 경기, 인천 동지들이 삭발을 많이 했고, 이후에는 이외의 지역에서도 많이 올라와서 했어요. 저도 이제 한자협 이사님들부터 해서 계속 독려하고 지역 센터 활동가들을 발굴한 거죠.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 나에게: 삭발투쟁이 처음인 사람들이 모여 141일을 채우다

 

  의외로 제가 진보적장애운동판에 늦게 들어왔어요. 2008년도에 처음 들어왔지만 사실 2011년도 경기도 투쟁하면서 본격적으로 했죠. 그러다 보니까 생각보다 경험이 많이 없어요. 삭발, 기어가기, 그린라이트 이런 거에 대한 경험들이 생각보다 많이 없어요. 삭발도 2020년도에 처음 했어요. 그때 제가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3대 적폐 폐지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이었거든요. 문재인 정부가 2018년에 5개년 계획 세우면서 분명히 부양의무제 완전 폐지를 집어넣겠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약속을 안지켰잖아요. 그래서 삭발을 했죠. 그런데 사실 뭘 몰랐어요. 삭발하면 어떤 느낌인지 뭔지. 혼자서 이제 처음으로 삭발을 했던 게 그때였죠.

 

  단발성의 투쟁이었으면 하루이틀 하고 마는 거니까 대표단만 삭발해도 돼요. 그런데 계속, 매일매일 하려다 보니까 돌아가면서 다 같이 할 수밖에 없어요. 이 사람도 해보고, 저 사람도 해보고. 조직하면서 보니까 이번을 계기로 삭발투쟁을 처음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생각보다. 왜냐하면 보통 삭발하고 이런 것들이 극단적이긴 하잖아요, 사실은요. 그러다 보니까 대표단 위주로 진행됐던 부분들이 있는데, 이번 삭발투쟁은 길어지다 보니 처음으로 삭발투쟁에 참여하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그리고 지역에서 삭발투쟁을 오는 걸 필두로 결의자들이 계속 계속 늘어났잖아요, 불어났잖아요. 그게 매우 의미있는 거죠. 지하철투쟁도, 삭발투쟁도 박경석, 이규식, 이형숙 세 사람만 있었으면 이렇게까지 못했을 거예요. 그렇잖아요. 어떻게 이렇게까지 했겠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함께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삭발투쟁에도 지하철 선전전에도 많이 힘이 됐죠.

 

  이형숙을 피해야 한다, 그런 소문도 있었대요. 이형숙을 마주치면 삭발하게 된다고요. 이형숙이 나를 보면 분명히 삭발을 제안할 것이고, 그 제안을 거절할 수 없을 거다. 이제 주변에서 삭발을 하거나, 삭발을 제안받는 걸 보면서 언젠가 나도 그 제안을 받겠다, 나도 언젠가 하겠다는 그런 게 있었나봐요. 그래서 제가 전화를 하면 ‘그래요, 언젠가 하는 거 빨리하겠습니다’하는 동지들도 많았어요. ‘매일 같이 지하철 타는 서울 동지들도 있는데 삭발이 별거냐’는 동지도 있었고요. 삭발투쟁은 22년 12월에 마무리가 됐지만 사실 11월 말쯤부터 삭발하겠다는 동지들이 많았어요. 저도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도 ‘또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나중을 기약했죠. 이번 삭발투쟁을 통해서 너무나도 같이 하고 싶은 동지들의 결의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저는 어마어마하게 대단했다고 생각해요.

 

 

  삭발투쟁에는 삭발과 투쟁이 모두 있으니까

 

  결과적으로 장애인권리예산이 우리가 요구한 거에 대비해서 얼마나 실제로 반영되었느냐를 볼 때는 삭발투쟁이 성공적이지 않지만, 저는 올해 지하철 선전전이 이렇게 길게 갈 수 있는 것도 삭발투쟁이 아주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해요.

  

  정말 처음에는 이 지하철 선전전을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을 위해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 개정이, 이 개정만 끝나면 뭐해. 이동만 되면 뭐해요. 이동만 되면 갈 데도 없고, 할 것도 없는데. 그러니까 이게 이동권에서 의제가 연결되고 확장될 수밖에 없었다는 거죠. 교육도 되고 다 돼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 지하철 선전전으로 반응이 오는 거예요. 이전에는 정말 반응이 없었거든요. 겨우 한강대교 열 시간 막아야 뉴스 자막 한 줄 나오는 정도였죠. 그런데 이제는 국민들 중에 지하철 선전전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지하철 선전전 하면서 사람들이 적어도 의제는 알아요. 아, 장애인이 힘들구나, 장애인의 이동권이 보장이 안되고 있구나, 교육도 못받는구나, 그래서 이렇게 하는구나 ‘그렇지만’ 그렇게 하면 안된다, 는 식인 거죠. 이렇게까지 의제를 알릴 수 있다는 것은 기존에 했던 투쟁전술에 비해서는 엄청난 효과죠. 오세훈이 이렇게까지 뜨겁게 반응한 적이 언제 있어요. 세상에, 우리가 아무리 그전에 도로를 점거하고, 버스 밑에 들어가고 별짓 다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죠. 그러니까 지하철 선전전은 분명한 성과를 내는 투쟁이에요. 그리고 삭발투쟁은 이 선전전이 지금까지 이렇게 힘있게 길게 올 수 있었던 중요한 원동력이었죠.

 

  삭발투쟁을 하면 이제 삭발 결의자들이 결의문을 써요. 결의문을 쓰면 어떤 분은 본인이 직접 쓰는 분들도 있고 아니면 어떤 이제 글이 쓰기 어려운 분들도 있고 도움을 받기도 하는데, 쓰는 방식이 달라도, 이 삭발 결의문들이 장애인 개인, 그 사람의 삶이 묻어나는 이야기들이라 결의문에 담긴 이야기가 각각이 다 달라도 결국엔 다 하나로 연결되거든요. 왜 내가 삭발을 하게 됐는지, 우리가 이렇게 함께하는 게 어떤 뜻인지.

 

  저 개인적으로는 동지들의 이 삭발 결의문을 통해서 내가 계속해서 지하철에서 투쟁을 해야 한다는 그런 다짐을 세우기도 해서 단 한 번도 ‘이거는 하기 싫어’라는 마음을 가질 수가 없었어요. 결의문을 읽고 나면 ‘그래 맞아 우리가 이래서 해야 돼, 계속해야 돼’ 하는 다짐을 갖게 되는 거예요. 저는 이것이 나뿐만 아니라 지하철 투쟁에 함께하는 동지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결의문 낭독하는 걸 들으면 눈물이 안날 수가 없어요. 현장에 한 번이라도 와봤으면 ‘할 만큼 하지 않았냐’고 얘기 못할 거예요.

 

 

  진짜로 너무 싫은 것

 

  삭발을 하면서도 내 투쟁의 결의가 매우 강해지죠.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아니까요. 사실은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자기 몸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해요. 삭발투쟁도 그렇고, 기어서 지하철을 타는 것도 그렇고 보여주기 싫은 것을 다 보여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 마음은 얼마나 비참하겠어요. 싫은데 보여줘야 되니까. 나도 옛날부터 조금 걷고 그럴 때 누가 내 걷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싫은 거야. 비장애인처럼 똑바로 못 걸으니까. 절뚝거리니까 너무 싫은 거예요. 그런데도 삭발을 하고 기어간다는 건 내 몸을 보여주고, 내 몸을 기억하게 한다는 거예요. 엄청난 각오인 거죠. 특히나 어떤 장애인에게 머리는 로망이고 꿈이었을 거 아니에요. 시설에서 평생을 머리를 짧게만 잘라서 이 머리 긴 것이 너무나도 자기 로망인 거예요. 그런데 장애인의 기본적인 권리도 모르고, 그 권리를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말해서, 다 보여주는 거예요. ‘맞아 우리 이래, 자 봐, 너네 우리 이래서 차별한 거 아니야? 이래서 배제한 거 아니야?’

 

  비장애인들을 전혀 불편하게 하지 않고 항상 ‘괜찮습니다’만 반복하면 도와만 줄 거예요. 도와주면 다 된다고 평생 알 거예요. 비장애인들은 당연한 권리로 누리고 사는 삶에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의 도움을 받아 얹혀사는 그런 의미로만 알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그걸 원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기어가는 것, 삭발하는 것도 하고 싶지 않지만 지금 안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마음으로 하는 거죠.

 

 

이형숙_3.jpg

 

 

  인터뷰를 마치며 소장님에게 마지막으로 ‘어느 정도 규모의 사안이면 세 번째 삭발을 하시겠냐’고 묻자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대답이 날아왔다.

 

  저는 지금도 할 수 있어요, 삭발. 머리카락 가지고 있으면 뭐해요. 100번 삭발해서 해결된다면, 하죠. 아무 때나 기회가 된다면 또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한때 ‘이러다 대항로 장애인활동가들 다 빡빡이 되겠네!’라고 농담하던 때가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대항로 장애인활동가들 대부분이 삭발을 한 번씩 하게 됐다. 이후에는 ‘이러다 대항로 비장애인활동가들까지 다 빡빡이 되겠네!’라고 농담을 했는데 정말 삭발한 비장애인활동가들이 속속들이 등장하면서 그 농담이 농담으로 그치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소장님은 저녁을 먹다가도 ‘아직 삭발 안 한 활동가가 누가 있지?’라고 말하고 곰곰이 생각하다, 유레카를 외치며 대항로의 이 층, 저 층으로 직접 달려가기도 했다. 얼굴에 만족스런 미소를 띠고 사무실로 돌아오면 삭발을 결의한 것이었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돌아오면 결의할 다른 사람을 찾는 중이었다. 물론 소장님만 삭발결의자를 모집하지는 않았다. 전장연과 한자협의 활동가들이 삭발결의자를 모집하는 글을 하루 한 번 꼴로 올릴 때도 있었는데, 소장님의 삭발식 사진에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는 문구가 추가된 웹자보를 어느 날부터인가 함께 올렸다. 그 사진이 너무 귀여워서 크게 웃고 싶은데 웃기에는 또 너무 미안하고 절박함이 느껴져서 혼자 조용히 핸드폰에 저장했던 기억도 난다.

 

  3월 29일 소장님을 시작으로 총 141일간 177명이 삭발했다. 그동안 현장에서, 대항로에서 종종 마주쳤던 동료 활동가들의 사진이 삭발결의자라는 이름으로 소개되며 매일 같이 기사에, 카카오톡 단체카톡방에 올라왔다. 뻘쭘하게 플라스틱 간이 의자에 앉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삭발을 기다리던 모습들, 바리깡이 만들어내는 기계음, 승강장에서 웅웅웅 하며 울려 퍼지는 투쟁가 소리, 투쟁결의문을 낭독하는 활동가들의 목소리 사이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있던 모습들, 불규칙하게 깎인 머리에 머리띠를 두르고 머쓱하게 카메라를 보며 투쟁을 외치는 모습들도 사진으로 볼 수 있었다. 클로즈업된 사진 가득 채운 동료들을 처음 보는 얼굴처럼 한참을 쳐다봤다. 사진과 함께 올라오는 투쟁결의문도 매일 소개되었는데, 이를 읽을 때면 이들을 동료라고 불러왔던 지난 몇 년의 시간 전체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정작 이들과 함께 투쟁한다면서, 이들을 동료, 동지라 부르면서 이들이 어떤 세계를 관통해 지금 나와 같은 현장에 발 들이고 있는지 아는 게 없는 것 같아 부끄러워 몸서리가 쳐졌다. 그런 점에서 나에게 삭발투쟁은 177개의 이야기들, 177개의 세계들을, 그 세계들에 새삼스러운 낯섦을 느끼는 갈 길이 한참 먼 나를 비로소 제대로 마주한 계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귀한 계기는 삭발결의문을 통해 소개된 177개의 세계들뿐만 아니라 소개되지 않은, 소개되지 못한 더 많은 이야기들과 함께 투쟁하고 있음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들과 함께 투쟁하기 위함에 대해 곱씹어 생각하는 또 다른 계기를 만들어줬다. 잘 외워지지 않던 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의 가사를 온전히 외우게 된 것도 이즈음부터였던 것 같다. ‘빼앗긴 세월을 이제 모두 되갚아주리라, 선언하라 평등세상을 장애인차별철폐연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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