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겨을 133호 - 노들바람을 여는 창 / 김유미
노들바람을 여는 창
김유미
〈노들바람〉 편집인
1. 노들야학에서 활동하며, 인생 예정에 없던 다양한 일을 해보게 되는데요. 2022년에는 큰 극장의 무대에 조력배우로 출연해보게 되었습니다. 〈등장인물〉이라는 제목의 연극 무대였고, 저의 역할은 배우로 출연하는 학생 옆에 있는 것이었는데요. 관객의 시선 속에 저의 몸뚱어리가 입체적으로 노출되는, 긴장되는 일이더군요. 저의 이런 어려움과 달리, 〈등장인물〉에 출연한 학생들은, 수시로 저에게 질문합니다. “선생님 또 공연 언제해요?”
2. 2021년 12월에 시작한 장애인권리예산 확보를 위한 ‘지하철행동’이 또 다시 해를 넘겨 2023년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매일같이 선전전을 하고, 삭발을 하고, 오체투지를 하고... 그렇게 출근으로 바쁜, 출근하는 사람들로 꽉꽉 들어찬 출근길 지하철에 등장하는 투쟁을 해왔습니다. 〈노들바람〉은 이 목소리들을 충실히 따라가보고자 지난 여름호부터 [예산 없이 권리 없다 - 장애인권리예산 확보투쟁] 특집 편성을 하게 되었고요. 141일 동안, 177명이 아침 승강장에서 삭발을 통해 결의를 밝히더 삭발투쟁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이번 겨울호에도 노란들판 활동가들의 삭발투쟁결의문을 담았습니다.
3. 여전히 지하철역을 둘러싸고 협상과 적대와 연대가 벌어지는 와중에 2023년이 되었고, 2023년 노들야학이 문을 연 지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노골적으로 무정차의 정치를 펼치겠노라,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치와 행정 앞에서, 우리는 오늘도 있는 그대로 ‘그냥, 사람’으로 살 수 있게, 사회를 바꾸자고 외치며... 노들야학의 30년을 어떻게 기념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는 노들야학 30주년 준비팀장 일을 맡게 되어, 〈노들바람〉 2023년 봄호부터는 김도현 활동가가 편집인 역할을 이어갑니다. 번듯한 기념 계획을 짜내지 못한 이 괴로운 시간도 기념의 과정이라 여기며, 노들 곁에 계신 분들께도 곧 소식 전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