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료실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1842번의 하루를 새기다 광화문 농성 기념 현판식

 

 

진수│낮엔 따뜻하고 밤엔 쌀쌀한 요즘.

환절기라고 하는데, 계절이 바뀌는 거라고 하는데,

이 즈음의 날씨가 전 정말 좋아요.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자기준 장애인수용시설 폐지 광화문 농성을 중단한 지 1년이 됐다. 다들 알다시피 농성을 중단했던 이유는 그들(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농성장으로 와 3대 적폐 완전 폐지를 공식적으로 약속했기 때문이다.(복지부와 3대적폐 폐지 공동행동은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장애인수용시설 폐지에 관한 민관협의체 구성에 협의했다) 여기에 더해서 하나의 약속이 있는데, 그것은 1842일의 농성을 기념하는 현판을 광화문 지하도에 달기로 한 것이다.(박원순 시장과 약속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그 어떤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3대적폐 공동행동은 청와대 앞에 농성장을 다시 차렸고 농성 중단 1주년을 기념하여 광화문으로 현판을 직접 달러 갔다. 현판식은 2018년 8월 21일 광화문 농성장 옛터에서 진행 됐고, 예상했던 대로 순조롭게 진행 되지 않았다. 현판을 달려 하자 서울교통공사 보안관과 직원들이 달려들어 막으려 했고, 주위의 활동가들은 그들을 막아섰고 ‘서울 시장이 약속했다’라고 외쳤다. 나는 그날 현판을 벽에 다는 역할을 맡았는데, 다행히도 주위의 많은 동지들의 힘으로 현판을 무사히 달 수 있었다. 아무튼 그 덕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그 덕이라 하면, 현판을 달았으니 그날 현판식과 그 후의 이야기들을 써보면 좋을 것 같다는 청탁을 받은 것이다.


무엇을 써야 하나 고민 끝에, 문득 1842일의 첫 날. 그 하루가 궁금했다.


“이들은 2012년 8월 21일, 광화문역사 지하차도에서 10시간이 넘는 경찰과의 사투 끝에 은박 스티로폼 깔개 한 장을 깔고서 농성을 시작했다”(출처: 비마이너)

 

‘10시간의 싸움과 한 장의 은박깔개.’ 2012년 8월 21일. 그 날 나는 그곳에 없었지만, 그 하루를 애써 그려 본다면, 자신의 몸을 던져가며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과 하얗게 빛나는 은박 스티로폼일 것이다. 나에게 농성 첫날의 마지막은 바닥에 깔린 빛나는 은박스티로폼의 이미지 위에 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것은 치열했던 하루를 은빛 잉크 삼아, 우리의 몸을 못 삼아, 그 날의 하루를 그곳에 깊게 새기는 일인 것 같다. 그 날 이후로 광화문엔 농성장이 세워졌고, 저마다의 하루가 그곳에 보태졌다. 그리고 그렇게 1842번의 하루가 쌓였다. 현판은 아마 그 날부터 시작 됐는지 모른다. ‘1842일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자기준 장애인수용시설 폐지를 외치다’ 광화문 현판의 문구다.

 

그곳에 1842번의 하루가 있고 그 안에 당신의 하루가 있다. 그날의 하루는 나쁜 제도로 인해 죽어간 영정들 앞에서, 장애등급제 폐지하라 부양의무제 폐지하라 장애인 수용시설 폐지하라를 외치는 날이고 그런 외침들이 모여 세상에 없는 말을 만드는 날이다. 그렇게 당신의 하루가 만든 말은 힘을 갖고 세상에 퍼져 약속이 된다. 당신의 하루는 세상에 없는 말을 만든다. 당신의 외침과 하루가 만든 말과 약속, 그것은 잘 지켜지고 있는가? 3대 적폐는 폐지되고 있는가? 없애는 것은 달라지는 것이다.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고 장애인수용시설을 폐지하는 것은, 장애인의 삶이 가난한 사람들의 삶이 달라지는 것이다. 삶이 바뀌지 않는 한 폐지는 폐지가 아니다. 지금까지 민관협의체 회의를 통해 드러난 그들이 주장하는 폐지에는 장애인의 삶을 변화 시킬 어떤 것도 없다. 장애등급제는 중경이라는, 등급에서 정도의 말로 바뀌었을 뿐이고, 부양의무기준의 의료급여와 생계급여 폐지에 관한 계획은 나온 것이 없다. 장애인 수용시설 폐지를 위한 탈시설 관련 예산에 관한 얘기 또한 어디에도 없다.

 

광화문 농성장을 지킨 당신의 하루가 세상에 없는 말을 만들었다면 그 후에 이어지는 청와대 농성장을 지킨 당신의 하루는 세상에 있어야 할 것들을 만드는 일일 것이다. 그것은 장애인이 완전하게 지역사회에 통합돼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고 그런 환경 속에 살기 위한 예산을 만드는 일이다. 폐지 후의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그 세상은 장애인의 삶이 가난한 사람들의 삶이 달라지는 것이다. 1842번의 하루가 새겨진 현판이 광화문에 있다. 그리고 3대적폐의 완전한 폐지를 위한 예산을 요구하는 청와대 농성장엔 우리의 하루가 쌓여 가고 있다. 앞으로 몇 번의 하루가 그곳에 새겨질 것인가? 횟수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의 하루가 이제 그곳에 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 2018년 가을 116호 - 1842번의 하루를 새기다 광화문 농성 기념 현판식 / 진수 1842번의 하루를 새기다 광화문 농성 기념 현판식     진수│낮엔 따뜻하고 밤엔 쌀쌀한 요즘. 환절기라고 하는데, 계절이 바뀌는 거라고 하는데, 이 즈음의 날씨...
463 2018년 가을 116호 - 노들과 베델 - 배움의 공동체, 운동의 공동체, 연구의 공동체 / 유기훈   노들과 베델 - 배움의 공동체, 운동의 공동체, 연구의 공동체     유기훈│노들장애인야학 교사. 함께 살아가는 의미를 찾아 공학, 인류학, 의학 등을 떠돌다가... file
462 2018년 가을 116호 - 박종필 감독 1주기, 그를 기억하는 우리의 방법 /조한진희 박종필 감독 1주기, 그를 기억하는 우리의 방법   조한진희(반다) │2005년부터 다큐인에서 활동했었다. 건강 때문에 휴직을 했고, 수전증이 생긴 이후 영상언어 ... file
461 2018년 가을 116호 - [형님한말씀] 「노 들 야 학」 / 김명학 「노 들 야 학」   김명학│ 노들야학에서 함께하고 있습니다.   노들장애인야학이 25살이 되었습니다. 세월이 참으로 빨리갑니다. 이제 장년이 된 노들야학 많이...
460 2018년 가을 116호 - 하나의 뿌리에서 펼쳐진 노란들판의 새 이사장의 인사 / 양현준 하나의 뿌리에서 펼쳐진 노란들판 사단법인 노란들판 새 이사장 양현준의 인사     양현준│나는 마음이 여립니다. 그리고 우유부단합니다. 그런데 나는 참 운이 ... file
459 2018년 가을 116호 - [노들아 안녕] 노들장애인야학 신임 학생 & 교사 / 정고은·김형근       탈출하게 해달라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정고은 저는 장애를 갖고 태어났습니다. 그런 이유로 부모님과 헤어져 시설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아빠와 엄마를... file
458 2018년 가을 116호 - [노들아 안녕]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신입활동가 / 최혜영·박미주       업무 6개월차, 노들에서 고군분투 중   최혜영   가을바람이 부는 장애등급제 완전폐지·장애인권리쟁취청와대 앞 농성장 야간 지킴이를 하면서 글을 적어봅... file
457 2018년 가을 116호 - [자립생활을 알려주마] 10년의 기다림 / 김성진 10년의 기다림 김성진│시설 생활 26년 만에 극적으로 자립해서 살아온 지 11년... 딱히 직업은 없으나 운동선수(보치아), 배우 등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
456 2018년 가을 116호 - [나는 활동지원사입니다] “젊은 처녀가 참 착하네~” 읭?!? 활동지원 8개월 차 이야기 / 송은영 “젊은 처녀가 참 착하네~” 읭?!? 활동지원 8개월 차 이야기     송은영│노들 야학에서 인기스타 선생이 되길 바라는 모두의 비타민! 예비 사회복지사   안녕하세...
455 2018년 가을 116호 - [교단일기] 자신의 한계를 의심만 하지 않고 도전했으면 좋겠다 / 박누리 자신의 한계를 의심만 하지 않고 도전했으면 좋겠다   박누리│처음 생긴 검정고시반을 한 학기 동안 맡았다. 지금은 수학 4반에서 학생들과 공부하고 있다      2... file
454 2018년 가을 116호 - 센터판의 자립생활주택 운영 도전기 / 서기현 센터판의 자립생활주택 운영 도전기     서기현│어머니의 태몽에서 백사로 분해 치맛속(?)으로 들어가 태어나서 그런지 입만 살아있고 팔다리는 못 씀. 역시나 뱀...
453 2018년 가을 116호 - [장애인권교육 이야기] 장애인은 ‘훌륭한’ 장애인권강사가 될 수 없나요 / 허신행 장애인은 ‘훌륭한’ 장애인권강사가 될 수 없나요   허신행│노들장애인야학 교사. 노들장애인권교육팀 강사   올해 5월 29일부터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2)...
452 2018년 가을 116호 - ‘평등한 밥상’티켓판매왕들이 전하는 감사인사 / 김동림·한명희·김도현·이형숙     ‘평등한 밥상’티켓판매왕들이 전하는 감사인사 노들야학의 밥상을 함께 차려주신 분 모두 고맙습니다         김동림│안녕하세요!!!ㅋㅋ 이름은 김동림이고... file
451 2018년 가을 116호 - 장애인문화예술판 소식 <엄마라는 이름으로>와 <햄릿> 준비 중 / 주은아         장애인문화예술판 소식 &lt;엄마라는 이름으로&gt;와 &lt;햄릿&gt; 준비 중   주은아│‘장애인문화예술판’에 박혀 있는 문화예술활동가입니다.     장애인문화예술판(... file
450 2018년 가을 116호 - ‘욱하는 女자’ 제작 뒷이야기...성북장애인인권영화제 상영작 / 박세영   ‘욱하는 女자’ 제작 뒷이야기...성북장애인인권영화제 상영작   박세영│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에서 북짝북짝 맨날 무언가를 하고 있는 박세영이라고 합니다. 진... file
449 2018년 가을 116호 - 제 9회 종로 노들보치아대회!!! / 임지영         제 9회 종로 노들보치아대회!!!   임지영│노들 2년차 먹을 거 주면 사람 잘 따르는 버럭 원숭이   &lt;노들바람&gt; 원고를 작성할 때쯤 되니 날이 선선해지네... file
448 2018년 가을 116호 -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뛰었다 / 박정숙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뛰었다 - 노년에 접어든 한 퀴어 여성의 삶과 운동, 궁리소 차담회 후기 박정숙 │ 노들야학 한소리반 학생. 노란들판 활동지원 교육...
447 2018년 가을 116호 - [동네 한 바퀴] ‘띵동’의 활동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세요! /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띵동’의 활동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세요!     띵동 │ 안녕하세요? 띵동입니다. 띵동은 위기상황에 놓인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상담과 지원하는 활동을 합니다. ...
446 2018년 가을 116호 - [노들책꽂이1] 실격당한 우리를 위한 초상화 / 박은영     실격당한 우리를 위한 초상화     박은영 │ 대학원에서 한국 현대사를 공부하다 백수가 되었을 때 장애여성 친구들을 만나 장애학에 맛을 들인 뇌성마비 장애... file
445 2018년 가을 116호 - [노들 책꽂이2] 어떤 말들의 해방 / 홍은전       어떤 말들의 해방   홍은전│노들야학 휴직교사입니다. 빠른 시일 내로 복직할게요.         &lt;나, 함께 산다&gt;는 시설 밖으로 나온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기록... fil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 56 Next
/ 56
© k2s0o1d5e0s8i1g5n. ALL RIGHTS RESERVED.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