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봄여름 134호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 순회투쟁기 / 박유철
[특집_2023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 순회투쟁기
박유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활동가입니다. 부모연대에 처음 들어오면서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그대들과 함께하는 활동가! 그 말을 실천하러 전국을 돌며 열심히 투쟁하고 있습니다.
부모연대, 전국 순회투쟁에 나서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의 전 생애에 걸친 권리기반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삭발, 삼보일배, 천막농성, 단식투쟁 등 치열한 투쟁을 전개해 왔습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참사는 멈추지 않았고, 윤석열 정부의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은 조악하기만 했습니다. 지난해 557명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모여 삭발 투쟁과 단식 투쟁을 하며 우리의 현실을 외쳤지만 여전히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부모연대는 아동기의 조기 개입부터 성인기 지역사회 주거지원까지 발달장애인의 전 생애를 관통하는 삶의 요구를 바탕으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권리를 다시금 전국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전국 시·도 지부에서 ‘발달장애인 전 생애 권리기반 지원체계 구축’을 외치며 각 지자체에 우리의 요구를 전달하고 투쟁을 전개했습니다.
그 첫 시작으로 2023년 4월 7일 ‘장애인 권리예산·권리입법 쟁취, 한국판 T4 철폐 농성장’ 앞에서 전국 순회투쟁 선포식 및 투쟁 차량 안전 기원식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부모연대 회원들 및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후원으로 만든 부모연대 투쟁 차량을 처음으로 선보였습니다.
투쟁 선포식 후 4월 10일 경남도청 앞에 투쟁 차량이 도착하였고, 발달장애인 가족 300여명이 경남도청 앞에 집결한 가운데 첫 결의대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체계적인 장애아동 조기진단·개입 및 가족지원 강화, 낮 시간 활동 서비스 강화, 취업 지원, 주거권, 평생교육, 건강권 등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마이크를 들고 자신들이 처한 현실과 자신의 권리를 외쳤고 요구안을 전달했습니다.
부산, 광주, 전남, 경북, 울산. 충북, 대전, 세종, 경기에서도 각 지역의 시·도청 앞에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모여 발달장애인 전 생애 권리기반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였습니다.
내가 느낀 전국 순회투쟁
처음으로 투쟁트럭이라는 무거운 차량을 끌며 전국을 돌았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투쟁 현장으로 나가 무대와 음향을 세팅하고 노래를 틀고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이러한 과정들이 힘들 법도 했지만, 힘든 것보다는 그들의 얘기를 듣고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부모연대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많은 발언과 주장들을 들어왔습니다. 당사자들과 가족들은 울면서 또 분노하면서 항상 같은 주장을 합니다. ‘내 자녀가 지역사회에서 사람답게 살기를 원한다.’
이번 전국 순회투쟁을 돌면서도 정말 많은 지역의 부모님들과 당사자들을 만났고 또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전히 그들의 이야기는 한결같습니다. 그저 지역사회에서 사람답게 살기를 원한다는 것.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과 일을 할 수 있는 직장, 자립을 위한 집,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지원. 하지만 여전히 현실은 어렵고 열악합니다.
현실이 어렵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전국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막막한 현실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들의 권리를 쟁취하고 투쟁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저 또한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부모연대에서 투쟁이라고 하면 중앙 위주의 전국 투쟁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역에서부터 제도와 정책들이 확립되지 않는다면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한 현실은 바뀌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발달장애인의 전 생애 권리기반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이번 순회투쟁은 단지 선언적인 투쟁에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모니터링하며 구체적인 성과를 쟁취해 낼 수 있는 투쟁이 될 것입니다. 그래야 그들의 삶 또한 바뀔 수 있을 테니까요. 이를 위해 저도 부모연대도 당신 곁에서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