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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당사자의 힘으로 차별 없는 세상을!

 

 

 이수미

노들장애인야학 학생이자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 활동가이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개인 대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 개인 대의원으로 선출되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중앙운영위원회에도 참여하고 있는 활동가 이수미입니다. 우선은 저를 선출해 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노들바람』 편집위원회로부터 개인 대의원으로 선출되어 활동하게 된 소감을 요청받고,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것들을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습니다.

 

  저는 41년을 집안에서만 살다가 2001년에 개인시설에 들어가서 15년을 살았습니다. 시설이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폐쇄하게 되자 자립하고자 하는 마음은 간절하였으나, 몇 개월 사이에 자립한다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자립이 어려워 고민을 하다가 할 수 없이 2016년에 서울 은평구에 있는 단기보호센터로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1년 동안 살게 되었습니다.

 

  단기보호센터에 살면서 장애인복지관도 다니고,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연계하여 동료상담도 받고, 스토리텔링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집단상담 기초 과정을 받았고,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알게 되어 성북센터의 단기 체험홈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는 분의 소개로 노들장애인야학에도 다니게 되었습니다.

 

  노들야학에 다녔지만 처음에는 야학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못했고, 성동센터 자조모임에 참여하면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단기 체험홈이라 집을 빨리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고 돈이 없어 서럽기도 했습니다. 성북센터의 주선으로 노원구 하계동에 싸게 나온 아파트를 찾게 되었는데, 아파트가 낡기는 했지만 괜찮아 보여서 계약을 하고 자립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활동하기 편한 성북구에 살고 있습니다.)

 

  자립을 할 즈음 기초생활 수급비만으로는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일자리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복지관에 찾아 간 적도 있고 주민센터에 가서 알아 본 적도 있는데, 내가 증중장애인이다 보니 상담에서도 부정적인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저도 실망을 하여 내가 일을 못 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성동센터에서 일자리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고, 수급자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연계하여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노들야학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2020년에 중졸 및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후, 2023년에는 영진사이버대학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복지형(주 15시간)에 참여하고 공부를 할 때는 그렇게 힘든 것 같지 않았는데, 작년에 시간제(주20시간)로 바꾸고 노동 시간이 늘면서 공부까지 하려니 힘이 들었습니다. 2년제 대학이라 현장실습까지 겹치게 되었고요. 상반기엔 평생교육사, 하반기엔 사회복지사 현장실습을 할 때는 힘도 들었지만, 여러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올해 자격증을 취득하고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공부하는 게 어렵고 힘들었지만, 모든 과정을 마치고 나니 뿌듯하고, 보람도 있고, 나도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시간이 된다면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장애인들, 특히 중증장애인이 외출을 하려면 준비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일을 하면서는 되도록 늦지 않으려고 30분이나 때로는 1시간씩 일찍 출발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아침 지하철 선전전은 피해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들다방에서 박경석 교장선생님(대표님이란 호칭이 익숙하지 않아서 교장선생님이라고 부름)을 만났는데, 커피를 사주시면서 아침 선전전에 함께 하자고 권하시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마음에 걸렸던 터라 일주일에 한 번은 나가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1번이 2번이 되고, 2번이 3번이 되어서, 이제는 일주일에 3번을 나갈 때도 있습니다. 전장연의 아침 지하철 선전전이 1년을 넘었습니다. 아침 선전전에 나가 대표님들과 활동가들의 피곤한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찡하고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더 힘을 보태고 싶어서 나가게 된 것 같습니다.

 

  제가 부족한 것이 많은데도 서울장차연 개인 대의원으로 선출되고 전장연 중앙운영위원회 활동까지 하게 된 것은, 더 많은 장애인 당사자 운동을 하라고 기회를 준 것 같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종성 의원 등이 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탈시설 장애인들을 탄압하고 있습니다. 중증장애인과 발달장애인들에게는 서비스가 아직 많이 부족한데, 장애인 권리예산을 보장해주지 않고 탄압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 어려운 시국에 제가 선출된 것은 더 열심히 활동을 하라는 의미 같습니다.

 

  처음에는 선출된 것이 기쁘고 좋았습니다. 여러 사람이 저를 인정해 주고, 그동안 활동해왔던 것들을 보상받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지고, 앞으로의 활동 및 행동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도 되었습니다. 모르는 것은 물어보고, 더 많이 공부하고, 제도와 정책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중증장애인 당사자로서 당사자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습니다.

 

  중증장애인 당사자가 외치고 주장하지 않으면 아무도 들어주지 않습니다. 사회를 변화시키고,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어둠이 짙을수록 별은 더 빛난다고 합니다. 달도 그렇고요. 전장연에서 ‘전달’(전장연과 달 보기) 운동을 하고 있는데, 어둠 속에서 빛나는 그 달을 향해 달려가겠습니다. 차별 없는 세상이라는 모두의 꿈을 위해 함께 달려갑시다. 투쟁의 현장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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