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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우리는 수업합니다 

 

 

 탁영희

노들장애인야학의 수업은 학생들만 땡땡이 치고 싶은 게 아니라 교사도 땡땡이 치고 싶다. 그런 야학 교사 중 한 명이다. 수업 중, 그리고 수업 시작 전, 학생들이랑 노래를 들으며 오지 않는 학생을 기다리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

 

 

 

탁영희1.jpg

 

 

  은전 언니는 10년 전, 노들장애인야학의 수업은 기우제를 닮았다고 했다. 비가 올 때 까지 기도를 하는 인디언들의 기우제. 실은 비가 올 것을 믿지 않았을 사람들에게, 혼자만 힘든 것이 아니라고 위로를 하는 기우제라고 말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 위로의 기우제(수업)를 시작하고 싶어 노들야학에 오는 이들이 있다. 각자 하는 일은 달라도 수업을 하고 싶다고 야학에 찾아왔다. 하지만 노들야학은 5개월 동안 참관 수업과 교사세미나에 참여하고, 격주마다 있는 교사회의에도 참여하고, 마지막으로 방학 기간에 가는 교사수련회에서 만장일치로 인준을 받아야 교사가 될 수 있다. 많은 과정을 거쳐 수업을 하게 되었다고 끝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첫 수업 교사 연구수업’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상반기에는 첫 수업 교사가 총 7명이었다. 불수레반 국어 전지선 선생님, 인문학 글쓰기 이지훈 선생님, 청솔3반 국어 서재현 선생님, 청솔3반 수학 남호범 선생님, 불수레/한소리반 통합 역사 이재민 선생님, 청솔1반 과학 최유진 선생님, 불수레반 수학 최민경 선생님.

 

  첫 수업을 하는 7명의 교사들 중 1명인 이지훈 교사의 연구수업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일시: 2023년 3월 13일 (월) 오후 5시

○ 장소: 노들야학 교실1 & 3층 1번 방

○ 기록: 영희, 찬욱

○ 참여자: 영희, 유미, 혜선, 대추, 찬욱, 호범

 

- 지훈: 저는 오늘 분위기가 평소와 달랐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당황해서 좀 급했던 것 같아요. 원래 천천히 진행되는 수업인데, 참관 교사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느라 템포가 빨랐어요. 예상보다 실패였던 것 같아요. 원래도 난장인데, 아쉽고 실망스러운 수업이었어요.

 

- 유미: 저는 재미있게 잘 참여했고, 이게 원래 여기까지 진행이 되는 것인지, 계획한 대로 진행되었는지 궁금해요.

 

- 지훈: 이렇게 진행되는 것은 맞아요. 이 주제로 3주를 생각했어요.

 

- 유미: 주제어가 ‘사랑’인데, 이 주제는 실패하기 어렵고, 그래서 그런지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던 것 같아요. 각자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그리고 사전적 정의를 보고 경험적 정의와 얼마나 다른지 확인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말하다 보니 이 사람과 저 사람의 생각이 다른 것이 바로바로 나왔고, 그러면서 서로의 생각을 존중해야한다는 말이 이어져서 좋았어요. 그리고 피피티로 점점 단어를 채워가는 과정이 바로바로 보기도 좋았어요. 이후에 이것이 어떻게 글쓰기로 연결되는지 궁금하고, 야학에서 글을 쓴다고 하면 자서전이나 에세이가 많은데, 오늘 수업을 보면 다른 장르가 나올 것 같아요. 처음 세팅에서 ‘나는 매정하고 무정한 사람’이라는 설정을 통해 다른 글쓰기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고, 이후에 어떻게 글쓰기로 이어질지 궁금했어요.

 

- 혜선: 우선은 오랜만에 청솔1반 수업하다가 오니깐 재미있었어요. 영애, 홍기, 용호 등을 보니 반갑고 재미있게 참여했어요. 이런 방식들이 나른하거나 그렇지 않고, 수업 시간에 계속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처음에 수업을 놓쳐도 다시 참여하고, 끝나고도 생각이 나고, 중간에 누군가 끼어들고 싶고, 그런 수업 방식이 좋았어요. 저도 글쓰기라고 하면, 학생들에게 구체적인 주제를 줘서 새로운 것을 고민하고 짧은 글이라도 써보고 그런 것이 중요할 것 같은데, 늘 하던 것이 아닌 새로운 글쓰기 수업이라서 좋았어요. 내 얘기가 아닌 가정으로 해서 쓰는 것 등, 많이 배운 시간이었어요. 저는 유진목 시인의 글을 예전에도 보았는데, 사랑을 부정하는 것이 아닌 이분법적으로 사랑의 좋은 점, 나쁜 점으로 나누는데, 이런 것을 보면서 영애, 용호가 그러는 것이 의도한 것인지 궁금했어요. 오독을 해도 그런 것을 흐름으로 이야기를 하는지, 아니면 다음으로 넘긴 것인지 궁금했어요. 중간에 개입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이렇게 잘못된 생각을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지. 전제 조건을 이야기했지만 학생들은 생각을 안 한 것 같아 보였어요. 그런데 이러한 의도를 왜 했는지도 궁금하기도 하고. 학생들 집중이 너무 좋은 수업이었어요.

 

- 찬욱: 저도 한 명 한 명 참여하고 대답하고, 자연스럽게 궁금해서 서로 묻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3,4교시 참관 2번 하다가 1,2교시는 처음 왔는데, 기운도 다르고. 분위기가 안 좋았다고 했는데, 달라서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궁금한 것은 탄진 활동지원사를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초대를 하는 것 같은데, 그럴 때 탄진이 형이 같이 챙긴다는 생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른 의도가 있는지 궁금했어요. 그리고 서로 이야기하고 싶은 학생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다른 날도 그런지, 오늘만 그런지 궁금해요. 그럴 때 어떻게 조율하는지 궁금해요. 마지막 반전이 있고 ‘사랑에 대해 부정적일 수 있다’, 그것이 영애, 용호 둘을 뽀글뽀글하게 만들고. 지훈의 긴장도 있는 것 같았어요. 그럴 때 다음 시간에 미리 예고를 한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지, 어떻게 정리를 하는지 궁금했어요.

 

- 지훈: 윤식(탄진 활동지원사)이 없으면 탄진의 이야기 파악이 어려워요. 그래서 탄진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학생들 동의로 참여를 하고 계세요. 오늘은 탄진님이 3~4배 이상 의사표현을 하셔서 활사 샘이 차마 의사표현을 할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용호, 영애는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가 다르면 수업 끝에 이야기를 하고 마무리를 했는데. 오늘 영애님이 평가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을 2월부터 말을 했는데, 화가 좀 식고 다음 주에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다음으로 미뤘어요.

 

- 찬욱: 영애 언니는 용호님이 오늘 일찍 가서 화가 났더라고요.

 

- 지훈: 그럼 20분에 끝나면 괜찮을까요?

 

- 찬욱: 쉬는 시간을 갖고 30분에 끝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학생들과 같이 수업 시간을 정하면 좋을 것 같아요.

 


 

야학의 세월이 흘러도 장콜을 빨리 부르는 사람, 수업을 땡땡이치는 사람, 야학에 자주 나오지 않는 사람, 투쟁에 가서 수업에 오지 못하는 사람이 늘 있다. 야학의 수업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수업은 차별받아온 증거이면서 누리지 못했던 권리이다. 자신이 차별 받았던 이야기를 기록하고, 그것을 알리고,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투쟁하는 것이 우리들의 수업이다. 그런 과정을 이제 막 함께 시작한 교사들의 수업을 다른 교사들이 참관하는 연구수업. 연구수업이라고 해서 무언가 엄청난 것이라기보다는, 어떤 수업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등, 서로의 일상이 공유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연구수업은 교사들도 떨리고 잘 오던 학생들이 오지 않기도 하고, 또 원하는 대로 수업이 진행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야학의 수업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는 과정이 연구수업인 것 같다. 어떤 날은 잘 준비를 하고, 또 어떤 날은 제대로 준비를 못하기도 하지만, 교사와 학생이 함께 꾸려나가는 것, 그것이 노들야학의 수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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