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료실

조회 수 10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오늘도 우리는 수업합니다 

 

 

 탁영희

노들장애인야학의 수업은 학생들만 땡땡이 치고 싶은 게 아니라 교사도 땡땡이 치고 싶다. 그런 야학 교사 중 한 명이다. 수업 중, 그리고 수업 시작 전, 학생들이랑 노래를 들으며 오지 않는 학생을 기다리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

 

 

 

탁영희1.jpg

 

 

  은전 언니는 10년 전, 노들장애인야학의 수업은 기우제를 닮았다고 했다. 비가 올 때 까지 기도를 하는 인디언들의 기우제. 실은 비가 올 것을 믿지 않았을 사람들에게, 혼자만 힘든 것이 아니라고 위로를 하는 기우제라고 말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 위로의 기우제(수업)를 시작하고 싶어 노들야학에 오는 이들이 있다. 각자 하는 일은 달라도 수업을 하고 싶다고 야학에 찾아왔다. 하지만 노들야학은 5개월 동안 참관 수업과 교사세미나에 참여하고, 격주마다 있는 교사회의에도 참여하고, 마지막으로 방학 기간에 가는 교사수련회에서 만장일치로 인준을 받아야 교사가 될 수 있다. 많은 과정을 거쳐 수업을 하게 되었다고 끝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첫 수업 교사 연구수업’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상반기에는 첫 수업 교사가 총 7명이었다. 불수레반 국어 전지선 선생님, 인문학 글쓰기 이지훈 선생님, 청솔3반 국어 서재현 선생님, 청솔3반 수학 남호범 선생님, 불수레/한소리반 통합 역사 이재민 선생님, 청솔1반 과학 최유진 선생님, 불수레반 수학 최민경 선생님.

 

  첫 수업을 하는 7명의 교사들 중 1명인 이지훈 교사의 연구수업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일시: 2023년 3월 13일 (월) 오후 5시

○ 장소: 노들야학 교실1 & 3층 1번 방

○ 기록: 영희, 찬욱

○ 참여자: 영희, 유미, 혜선, 대추, 찬욱, 호범

 

- 지훈: 저는 오늘 분위기가 평소와 달랐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당황해서 좀 급했던 것 같아요. 원래 천천히 진행되는 수업인데, 참관 교사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느라 템포가 빨랐어요. 예상보다 실패였던 것 같아요. 원래도 난장인데, 아쉽고 실망스러운 수업이었어요.

 

- 유미: 저는 재미있게 잘 참여했고, 이게 원래 여기까지 진행이 되는 것인지, 계획한 대로 진행되었는지 궁금해요.

 

- 지훈: 이렇게 진행되는 것은 맞아요. 이 주제로 3주를 생각했어요.

 

- 유미: 주제어가 ‘사랑’인데, 이 주제는 실패하기 어렵고, 그래서 그런지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던 것 같아요. 각자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그리고 사전적 정의를 보고 경험적 정의와 얼마나 다른지 확인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말하다 보니 이 사람과 저 사람의 생각이 다른 것이 바로바로 나왔고, 그러면서 서로의 생각을 존중해야한다는 말이 이어져서 좋았어요. 그리고 피피티로 점점 단어를 채워가는 과정이 바로바로 보기도 좋았어요. 이후에 이것이 어떻게 글쓰기로 연결되는지 궁금하고, 야학에서 글을 쓴다고 하면 자서전이나 에세이가 많은데, 오늘 수업을 보면 다른 장르가 나올 것 같아요. 처음 세팅에서 ‘나는 매정하고 무정한 사람’이라는 설정을 통해 다른 글쓰기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고, 이후에 어떻게 글쓰기로 이어질지 궁금했어요.

 

- 혜선: 우선은 오랜만에 청솔1반 수업하다가 오니깐 재미있었어요. 영애, 홍기, 용호 등을 보니 반갑고 재미있게 참여했어요. 이런 방식들이 나른하거나 그렇지 않고, 수업 시간에 계속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처음에 수업을 놓쳐도 다시 참여하고, 끝나고도 생각이 나고, 중간에 누군가 끼어들고 싶고, 그런 수업 방식이 좋았어요. 저도 글쓰기라고 하면, 학생들에게 구체적인 주제를 줘서 새로운 것을 고민하고 짧은 글이라도 써보고 그런 것이 중요할 것 같은데, 늘 하던 것이 아닌 새로운 글쓰기 수업이라서 좋았어요. 내 얘기가 아닌 가정으로 해서 쓰는 것 등, 많이 배운 시간이었어요. 저는 유진목 시인의 글을 예전에도 보았는데, 사랑을 부정하는 것이 아닌 이분법적으로 사랑의 좋은 점, 나쁜 점으로 나누는데, 이런 것을 보면서 영애, 용호가 그러는 것이 의도한 것인지 궁금했어요. 오독을 해도 그런 것을 흐름으로 이야기를 하는지, 아니면 다음으로 넘긴 것인지 궁금했어요. 중간에 개입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이렇게 잘못된 생각을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지. 전제 조건을 이야기했지만 학생들은 생각을 안 한 것 같아 보였어요. 그런데 이러한 의도를 왜 했는지도 궁금하기도 하고. 학생들 집중이 너무 좋은 수업이었어요.

 

- 찬욱: 저도 한 명 한 명 참여하고 대답하고, 자연스럽게 궁금해서 서로 묻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3,4교시 참관 2번 하다가 1,2교시는 처음 왔는데, 기운도 다르고. 분위기가 안 좋았다고 했는데, 달라서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궁금한 것은 탄진 활동지원사를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초대를 하는 것 같은데, 그럴 때 탄진이 형이 같이 챙긴다는 생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른 의도가 있는지 궁금했어요. 그리고 서로 이야기하고 싶은 학생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다른 날도 그런지, 오늘만 그런지 궁금해요. 그럴 때 어떻게 조율하는지 궁금해요. 마지막 반전이 있고 ‘사랑에 대해 부정적일 수 있다’, 그것이 영애, 용호 둘을 뽀글뽀글하게 만들고. 지훈의 긴장도 있는 것 같았어요. 그럴 때 다음 시간에 미리 예고를 한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지, 어떻게 정리를 하는지 궁금했어요.

 

- 지훈: 윤식(탄진 활동지원사)이 없으면 탄진의 이야기 파악이 어려워요. 그래서 탄진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학생들 동의로 참여를 하고 계세요. 오늘은 탄진님이 3~4배 이상 의사표현을 하셔서 활사 샘이 차마 의사표현을 할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용호, 영애는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가 다르면 수업 끝에 이야기를 하고 마무리를 했는데. 오늘 영애님이 평가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을 2월부터 말을 했는데, 화가 좀 식고 다음 주에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다음으로 미뤘어요.

 

- 찬욱: 영애 언니는 용호님이 오늘 일찍 가서 화가 났더라고요.

 

- 지훈: 그럼 20분에 끝나면 괜찮을까요?

 

- 찬욱: 쉬는 시간을 갖고 30분에 끝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학생들과 같이 수업 시간을 정하면 좋을 것 같아요.

 


 

야학의 세월이 흘러도 장콜을 빨리 부르는 사람, 수업을 땡땡이치는 사람, 야학에 자주 나오지 않는 사람, 투쟁에 가서 수업에 오지 못하는 사람이 늘 있다. 야학의 수업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수업은 차별받아온 증거이면서 누리지 못했던 권리이다. 자신이 차별 받았던 이야기를 기록하고, 그것을 알리고,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투쟁하는 것이 우리들의 수업이다. 그런 과정을 이제 막 함께 시작한 교사들의 수업을 다른 교사들이 참관하는 연구수업. 연구수업이라고 해서 무언가 엄청난 것이라기보다는, 어떤 수업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등, 서로의 일상이 공유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연구수업은 교사들도 떨리고 잘 오던 학생들이 오지 않기도 하고, 또 원하는 대로 수업이 진행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야학의 수업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는 과정이 연구수업인 것 같다. 어떤 날은 잘 준비를 하고, 또 어떤 날은 제대로 준비를 못하기도 하지만, 교사와 학생이 함께 꾸려나가는 것, 그것이 노들야학의 수업인 것 같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1020 2023년 가을 135호 - 퀴퍼는 명절이죠~ / 창현 퀴퍼는 명절이죠~       창현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노동하고 행동하는 성소수자           코로나19로 인한 제한이 끝난 후, 명절이 다가오듯 2023년도 퀴어퍼레... file
1019 2023년 가을 135호 - [고병권의 비마이너] 우리를 환영하지 않는 곳에서의 400일 / 고병권 고병권의 비마이너 우리를 환영하지 않는 곳에서의 400일   지하철행동 400일째, 국회의사당역에서의 발언      고병권 맑스, 니체, 스피노자 등의 철학, 민주주... file
1018 2023년 가을 135호 - 세상을 바꾸는 워크숍 / 김정규 세상을 바꾸는 워크숍      김정규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활동가           저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권리중심 공공일자리팀 활동가입니다. 2022년 3월에 입사... file
1017 2023년 가을 135호 - 8월의 짜증 / 정우영 8월의 짜증      정우영 꼰대로 비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나이가 좀 있다고 전방위로 살뜰히 챙겨주는 허** 사무국장의 비호(?) 아래, 까칠한 권**의 ... file
1016 2023년 가을 135호 - [동네 한 바퀴] '마로니에 촛불'을 만나다 / 이예인 동네 한 바퀴 '마로니에 촛불'을 만나다      이예인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에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에서 일해요. 금요일 저녁에는 노들장애인... file
1015 2023년 가을 135호 - [욱하는 女자] 능력도 안 되는데 알아본 거 같냐? / 박세영 욱하는 女자 능력도 안 되는데 알아본 거 같냐?      박세영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활동가. 완벽함을 좋아하지만 누구도 완벽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며, 나름 잘...
1014 2023년 가을 135호 - [나는 활동지원사입니다] 내가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것 / 주장욱 나는 활동지원사입니다 내가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것      주장욱 대항로 유리빌딩에 있는 한 장애인운동 단체에서 일하는 활동가의 활동지원사입니다.         ... file
1013 2023년 가을 135호 - [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 노들 밥상에서 매일 만나는 예길 김치 / 김유미 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 노들 밥상에서 매일 만나는 예길 김치   예길식품 이예미 재무이사 인터뷰      김유미 노들야학에서 밥 많이 먹는 사람           코... file
1012 2023년 가을 135호 - 고마운 후원인들 고마운 후원인들       노들과 함께하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23년 9월 30일 기준)        CMS 후원인 (주)피알판촉 강경희 강나은 강미선 강미...
1011 2023년 봄여름 134호 - 노들바람을 여는 창 / 김도현 노들바람을 여는 창     김도현 〈노들바람〉 편집인           안녕하세요. 김유미 교사가 이번 학기부터 노들장애인야학 사무국장을 맡게 되면서 당분간 『노들...
1010 2023년 봄여름 134호 - [형님 한 말씀] 안녕하세요 / 김명학 형님 한 말씀 안녕하세요     김명학 노들장애인야학에서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 file
1009 2023년 봄여름 134호 - [노들아 안녕] 잘 부탁드립니다! / 엄세현 [노들아 안녕] 잘 부탁드립니다!      엄세현           안녕하세요. 엄세현입니다.     나이는 스물여섯이에요. 만나이로는 스물넷. 6월 29일이 생일인데 그날 1... file
1008 2023년 봄여름 134호 - [노들아 안녕] 신나는 최원균! / 최원균 [노들아 안녕] 신나는 최원균!      최원균           안녕하세요. 저는 최원균입니다. 자기소개를 해본 적이 없어서 쑥스럽네요.     나이는 스물아홉이에요. 6... file
1007 2023년 봄여름 134호 - [노들아 안녕] 노들 모꼬지를 고대하며 / 서재현 [노들아 안녕] 노들 모꼬지를 고대하며      서재현             안녕하세요. 노들장애인야학 신입교사 재현입니다. 화요일마다 청솔 3반 학생분들과 만나며 국어... file
1006 2023년 봄여름 134호 - [노들아 안녕] 새로운 보금자리 / 이수나 [노들아 안녕] 새로운 보금자리      이수나             안녕하세요.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장애인활동지원 담당자 이수나입니다. 센터판에서 일을 시작해 이렇... file
1005 2023년 봄여름 134호 - 우리의 노래는 우리가 만든다 / 만수 우리의 노래는 우리가 만든다      만수 노들노래공장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22년 2월부터 노들노래공장(아래 노노공)에서 권리... file
1004 2023년 봄여름 134호 - [교단일기] 사랑하는 나의 노들극장을 소개합니다 / 임미경 [교단일기] 사랑하는 나의 노들극장을 소개합니다      임미경 ‘씨앗’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노들장애인야학 상근활동가이고, 노들야학 연극반 ‘노들극장’ 교사... file
» 2023년 봄여름 134호 - 오늘도 우리는 수업합니다 / 탁영희 오늘도 우리는 수업합니다       탁영희 노들장애인야학의 수업은 학생들만 땡땡이 치고 싶은 게 아니라 교사도 땡땡이 치고 싶다. 그런 야학 교사 중 한 명이다.... file
1002 2023년 봄여름 134호 - 우리는 서울시 적이 아니다! / 박찬욱 [특집_2023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우리는 서울시 적이 아니다!      박찬욱 노들장애인야학 상근활동가           3월이면 이곳 유리빌딩은 안 그래도 정신없... file
1001 2023년 봄여름 134호 -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위한 사생결단 Disability Pride! / 조은소리 [특집_2023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위한 사생결단 Disability Pride!      조은소리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아래... fil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4 Next
/ 54
© k2s0o1d5e0s8i1g5n. ALL RIGHTS RESERVED.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