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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

'마로니에 촛불'을 만나다

 

 

 이예인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에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에서 일해요. 금요일 저녁에는 노들장애인야학 수업에서 청솔1반 학생분들을 만나요. 최근에는 탕후루를 자주 먹었어요.

 

 

 

 

  세월호 참사 이후 9년입니다. 『노들바람』 독자님들은 9년의 시간을 어떻게 지나왔나요? 오늘은 몇 명의 노란 리본을 만났나요?

 

  유리빌딩과 맞닿은 마로니에공원 한 쪽에 ‘마로니에 촛불’이 있습니다. 토요일 저녁마다 거기서 노란색 리본, 보라색 리본을 나누고 계세요. 저는 오랫동안 마로니에 촛불을 만난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사이 한 번은 마주쳤을지 모르겠어요. 마로니에 촛불은 생각보다 노란들판 가까이에 있었거든요.

 

  게다가 마로니에 촛불은 매주 유리빌딩을 오가신다고 해요. 저는 이것을 무척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마로니에 촛불과 노들야학은 어떻게 더 자주, 정답게 마주칠 수 있을까요? 노들야학 30주년 개교기념제가 끝난 다음 주 토요일, 그리 멀지 않은 마로니에공원에서 마로니에 촛불을 만났습니다.

 

이예인1.png

 

 

  # 『노들바람』 독자분들에게 소개 부탁드려요.

 

  극단 ‘제12언어 연극 스튜디오’의 대표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마두영이고요. 현재는 마로니에 촛불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마로니에 촛불은 어떤 곳인가요?

 

  장영철이란 배우와 안계섭이라고 하는 가수 한 분이 세월호 참사가 있은 다음부터 뭐라도 해야겠다며, 여기 마로니에공원에 와서 노래를 불렀던 것부터 시작됐어요. 고정적으로 우리가 뭔가를 하면 좋겠다, 토요일마다 나오자. 그때부터는 매주 토요일마다 공연을 했어요. 공연하고 또 서명을 받고. 지금처럼 노란리본 나눔도 하고요.

 

  저는 2016년에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합류했어요. 그전까지는 잠깐 잠깐 와서 인사드리고, 서명하고요. 처음에는 대부분이 다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연극 배우분들이었고, 거기다 일반 시민분들도 합류를 하셨지요. 그러다 마로니에공원에서 매주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들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2학년 1반 문지성 양의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416 TV에서 오셔가지고, 그때부터 여기를 촬영하시면서 관계도 맺게 되고요.

 

 

  # 그때부터 지금까지 매주 주차를 세고 계신가요?

 

  끝나면 기록을 남겨요. 오늘은 마로니에 촛불 몇 회차고, 4.16 참사가 있은 지 며칠이 지났고, 짐을 누가 옮겼고, 누가 리본을 나눴고, 후원금은 얼마나 모였는지. 그리고 후원금이 아니라 다른 식으로 후원해 주신 분들. 이름은 모르지만 사진도 찍어서 이러저러한 걸 후원해 주셨다. 뭐, 음료를 후원해 주셨다. 어떤 음식을 후원해 주셨다. 이런 걸 다 남기죠. 이번 주는 446차 마로니에 촛불이고, 오늘이 4.16 참사가 일어난 지 3,413일째 되는 날입니다.

 

 

  # 마로니에 촛불 운영위원회에서는 무엇을 하나요?

 

  가장 크게 하는 거는 매 주기 때마다 4.16 기억문화제, 416 TV 개국 기억문화제이고요. 4월에 한 번, 8월에 한 번. 이렇게 기억 문화제 추진을 운영위에서 담당해요. 그리고 어떤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안건들을 받아가지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같이 논의 하고요. 지금 필요한 리본이 부족하다거나 스티커가 부족하다거나 해서 구매를 해야 될 것들. 저희가 시민 후원을 받아서 운영하고 있는데, 후원금은 마로니에 촛불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비품들을 구매할 때 사용해요. 4.16 기억 문화제, 416 TV 기억 문화제 할 때 최소한의 사례비, 공연자들이나 음향 감독이나 이런 분들에게 드릴 최소한의 사례비도 후원금에서 나가고요. 그런 것들을 하고 있습니다.

 

 

  # ‘마로니에 촛불’의 온전한 이름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대학로 예술인들의 행동’이에요. 구성원분 한 분 한 분은 어떤 분들일지 궁금해요.

 

  주로 연극인들이 많아요. 초반에는 연극인들이 90%에 일반 시민들이 10%정도였죠. 그러다 마로니에 촛불이 광화문에도 가고, 지금은 광화문에 기억관이 있지만 이전에 텐트만 있을 때 지킴이도 하고, 또 노리공(노란리본공작소)에도 참여하고, 그러면서 알게 된 분들도 계시고, 그런 분들이 이제 마로니에 촛불에도 오시는 거죠.

지금은 청와대 앞에서 시위하셨던 분들, 노리공에 계셨던 분들도 오시는데요. 애초에 처음부터 같이 활동했던 연극인들과 다른 데서 활동하셨던 시민 활동가분들이 거의 반반인 거 같아요. 더불어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분들도 오시고요.

 

  초반에는 어떻게든 공연을 했어요. 가수가 아니더라도 시 낭송을 하고, 살풀이춤을 추고. 지금도 같이 하시는데, 넋전 춤을 추시는 분, 마임 배우 이렇게 공연을 하면서 서명을 받았죠. 그런데 특별법 제정 이후에는 서명은 더 이상 받지 않고 있어요.

 

 

  #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활동 종료와 특별법 제정 이후,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현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느껴요. 소식을 전해주시면 『노들바람』에서 나누고자 합니다.

 

  작년에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이 종료가 돼서 결과 보고서가 나왔는데, 결과적으로는 모른다고 나왔어요.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다’가 되버린 거예요. 이게 외인설, 내인설 이런 얘기가 있었는데. 조사관들의 조사 과정에서는 외인설이 조금 더 가능성이 높다고 했는데, 결국은 내인설에 더 가깝다. 외인설도 추가 의견으로 생각해 볼 순 있지만 결국 내인설로 봐야 한다, 이렇게 결론이 나왔죠. 그러면 세월호는 그냥 오래된 배를 사와서, 과적을 해서 문제가 생겨서 침몰한 거다, 이렇게 끝나버린 거예요. 그럼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가 없잖아요.

 

  침몰에 있어서의 많은 증거들을 봤을 때는 내인설이라고 볼 수 없는 증거들이 더 많이 나왔는데, 지금도 계속해서 반박을 하고 계시고. 근데 이제는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걸 다 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누구한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거죠. 책임진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세월호 참사 이후에 해경 123정 정장 정도만 기소돼서 처벌을 받았고. 나머지 윗선에서의 잘못이나 왜 구조를 못 했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못한 상황이에요. 세월호는 점점 그냥 잊히는 거고.

 

  초반에는 좀 시비도 많이 붙었어요. 저희도 참사와 가까운 시점에 그런 얘기를 들으면 욱하잖아요. 우리가 활동가들이었던 사람들이 아니고, 다들 그냥 공연하던 사람들이고, 그냥 일반 시민분들이고. 그런 분들이 9년이 지나니까 활동가 비슷하게 돼 있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런 것들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 입장에서는, 지나가면서 한마디 하시는 분들의 말들이 상처가 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그러다 아, 이 사람들에게 똑같이 대응을 하면 안 되겠구나 생각을 해서 점점 어떻게 해야 되는지 방법들을 찾게 된 거죠.

 

  저 사람들 저렇게 막 당장이라도 부술 것처럼 오는데, 사실은 부술 것처럼 이 앞에 와도 이걸[노란리본, 스티커, 테이블 등] 절대 안 건드려요. 기물 파손으로 혹시라도 자기들이 경찰에 신고를 당하게 될까 봐. 그냥 이 앞까지만 와서 우리 심기를 건드리고 욕만 하고 가죠. 그런데 지금은 그런 분들도 없어요. 그냥 지나가다가 진짜 가끔 한두 분이 ‘이거 세월호 아직도 해?’ 그냥 이런 정도죠. 이걸 가지고 막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도 없고, 시민분들도 관심이 많이 덜하고요. 그나마 4월 16일에 하는 기억문화제 때는 관심을 좀 가지셨거든요. 그런데 그것도 해가 다르게 관심도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죠.

 

  저희도 너무 덥고 너무 추우면, 이거 우리 언제까지 해야 될까, 그런 얘기하거든요. 근데 그건 유가족분들도 마찬가지거든요. 이분들이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저희가 그냥 늘 입버릇처럼 하는 말들이 있어요. 유가족분들이 그만하라고 할 때, 그때부터 시작해서 우리도 마음이 정리가 되면 그때 그만두자. 유가족분들이 먼저 이제 안 해도 될 거 같다고 할 때부터 고민해 보자. 우리가 언제 그만할지. 왜냐하면 우리도 같이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고, 그곳에서 참사를 지켜보고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던 사람으로서의 어떤 상처가 있잖아요.

 

 

  # 마로니에 촛불을 만난 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게 있나요?

 

  가장 바라는 건 기억해 주는 거죠. 그걸로 어떤 활동을 해 주세요라고 하기에는 사참위까지 끝나고. 그게 기대할 수 있는 마지막이었기 때문에, 그게 끝나고 나니 더 이상 어떤 서명을 받을 수도 없고, 특별법은 이미 두 차례나 제정이 됐고요.

 

  어머님이 그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정말 저 물속에 들어가면, 사건 현장에 가면 증거들이 있잖아요. 직접 볼 수 있는. 그런 거라도 좀 있었으면. 그런데 물속은 계속 바뀌고 사라지니까. 그걸 들여다보지 못한 게 너무 억울하고 안타깝다고 하셨거든요.

 

  세월호 진실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거를 기억해 주시고, 활동하시는 분들을 조금 더 응원해 주시고, 416 TV 유튜브 구독하고 ‘좋아요’ 눌러주시고. 이제 어떤 언론에서도 세월호는 다루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마지막으로 남은 언론이 416 TV거든요.

 

 

  # 어떤 분을 통해 노들야학을 알게 됐나요?

 

  그건 안계섭 님이 박경석 고장 선생님을 알게 되면서 인연이 만들어졌어요. 지금도 계섭이 형은 서울시청 공간 앞에서, 세월호 기억관 철거 못하게 매일 낮에 피켓시위 하시고 공연하시거든요. 그곳을 이제 계속 철거하겠다고 압박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에요. 계고장은 이미 날아왔는데 집행만 안 하고 있죠.

 

 

  # 그럼 언제부터 유리빌딩 4층에서 짐을 내려오셨어요?

 

  여기로 이렇게 짐을 옮기게 된 거는 얼마 안 됐어요. 제가 처음 결합했을 때는 성균관대학교 가는 길에 지하 연습실이 있었어요. 거기가 마로니에 촛불 회원 중 한 분이 운영하시는 연습실이었는데요, 거기에 짐을 오래 두었죠. 지금은 저희가 그냥 수레만 끌고 왔잖아요. 그때는 짐을 다 풀어서 지하에 집어넣고, 여기 올 때는 그걸 다시 다 꺼내가지고 수레에 실어서 왔어요.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렸죠.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 연습실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거기가 더 이상 운영하지 않게 돼서, 또 다른 지하에 있는 연습실로 가고. 그 연습실도 여의치가 않아서 천주교 관련 단체에서 내준 공간을 좀 이용하기도 하고요. 그러다 홍사단에서 지하 공간을 사용하게 해주셨어요. 거기는 화물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진짜 오랫동안 편하게 이용했는데, 흥사단 지하 주차장이 너무 노후해서 교체를 해야 하는 바람에 더 이상 운영을 안 하는 거예요. 그래서 다시 416연대 쪽을 좀 알아봤지만 짐을 놓기가 마땅치 않았죠. 그러던 차에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노들장애인야학에서 공간을 내어주셔서, 그때부터 이렇게 이용하게 된 것이죠.

 

 

  # 이야기 나누다 보니 마로니에 촛불과 노들야학은 의미상으로도, 위치적으로도 이어져 있는 거 같아요.

 

  연극 공연계에서도 배리어 프리에 관련된 것들을 많이 배우고 있어요. 휠체어 탄 관객의 이동 지원과 수어 통역, 자막 공연 이런 것들에 대한 고민들이 점점 많아져요. 전 회차에 수어 통역과 자막을 제공하는 공연들도 있고. 휠체어 이용 관객들을 위한 좌석이 고정되어 있지 않은 극장 같은 경우에는 티켓팅 시에 휠체어석을 먼저 오픈해요. 수어 통역 공연 같은 경우에도 전 회차가 어려우면, 몇 회차라도 하려하거나 자막이라고 제공하려 하고요. 그런 것들도 어찌 보면 이 대학로라는 공간에 노들야학도 있고 이음센터도 있어서 가능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지금 드네요.

 

 

  # 만일 야학에서 노란 리본을 만든다면 어디에 드릴 수 있을까요?

 

저희가 계속 이렇게 하고 있으니까 마로니에 촛불에 주시면 되요. 노리공에서 활동하셨던 분들도 계셔서, 아주 섬세하게 리본을 보신답니다. “이거 왜 이렇게 붙였어? 끝에 마무리가 왜 이래!” 아니면 노리공에서 계셨던 분들 한번 초빙하셔서 어떻게 만드는지를 한번 배우시는 것도 좋겠네요. 아니면 여기 와서 배울 수도 있고요.

 

 

  # 마로니에 촛불과 함께하고 싶으나 아직 방법을 못 찾으신 분들께 전할 얘기가 있나요?

 

  그냥 토요일 저녁 7시 반에 마로니에공원 오시면 되요. 저희랑 같이 리본 나눔 하셔도 되고. 한쪽에서 노리공 하셨던 분들과 같이, 매번은 아니겠지만 사부작사부작 만드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아니면 스티커 작업도 같이 할 수 있어요. 스티커를 처음 받아올 때는 붙어 있는 게 많거든요. 딱 떼었을 때, 리본만 남길 수 있게 작업을 해야 해요. 그런 작업도 하고, 저처럼 ‘리본 가져가세요’ 외치는 사람도 필요하고, 피켓을 들고 있을 사람도 필요하고요.

 

 

  # 마로니에 촛불이 어떻게 이어졌으면 하나요?

 

  지금은 한 명이 나와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은 되어 있거든요. 어차피 수레 이거 하나잖아요. 끌고 와서 혼자 짐 내리고 세팅할 수 있죠. 끝나면 다시 포장해서 혼자 끌고 가면 돼요. 최소한 그 한 명은 계속 존재했으면 좋겠다 싶어요. 혼자서도 할 수 있으니. 사람이 없어서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고, 어떻게든 마지막 한 명이라도 남아서 이걸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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