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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으로 흔들리는 사람 홍은전

: 『그냥, 사람』 북토크 참관기

 

 

 

 

 

박정수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 두 학기 철학 수업 후

쉬고 있는 야학 교사. 2020년 초 안양으로 이사를 와서

생애 처음으로 경기도민이 됨. 코로나19로 집돌이 생활 중.

 

 

 

 

 

 

 

           나만 아는 별인 줄 알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온 별이 있다. 그래서 질투가 나는 게 아 니라, 그 반짝임을 알아본 사람들까지 좋아하게 만드는 그런 별. 홍은전 작가가 그렇다. 『노란들판의 꿈』 (2016)을 읽은 후 나는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누구의 글을 가장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홍은 전’이라고 대답할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문장이 아름다우면 사유에 깊이가 없고 사유가 깊으면 문장 이 메마르기 쉬운데, 홍은전의 글은 깊은 사유의 바닥에서 숨 막히도록 아름다운 문장을 길어낸다. 『한 겨레』에 칼럼을 연재하면서 나 같은 사람들이 늘어났고, 『그냥, 사람』(2020)이 출간되었을 때 그 사람 들은 마치 팬클럽 첫 모임처럼 서로의 존재와 홍은전에 대한 애정을 SNS에 공유했다. 2020년 11월 20 일 저녁 7시, 노들장애학궁리소에서 주최한 『그냥, 사람』 북토크는 ‘홍은전’이라는 ‘자기만의 별’을 사랑 해온 사람들의 첫 오프라인 모임 같았다. 이쪽(?)에서는 꽤 알려진 ‘스타’들이 북토크의 라인업을 이루 었다. 김도현 사회에 미류와 고병권이 이야기 손님이라니, 심지어 김원영 작가가 방청객으로 참석했다.

            사실 나는 북토크를 별로 믿지 않는다. 작가는 책으로 말하는 법이고, 책보다 훌륭한 작가는 드물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홍은전 작가와의 북토크는 이런 편견을 산산조각 낼만큼 좋았다. 홍은전 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그의 글만큼 아름다웠고, 순식간에 지나간 두 시간은 그 아름다움이 어디서 비 롯된 것인지 알게 해 주었다. 첫 번째 이야기 손님이었던 미류는 홍은전이 한없이 “흔들리는 사람”이라 고 했다. 흔들린다는 건 약함의 형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홍은전은 그것이 얼마나 얕은 생각인지, 흔 들림이 얼마나 큰 힘을 지니고 있는지 알려주었다.

 

 

 

 

 

박정수1.jpg박정수2.jpg

 

 

           

 

 

 

 

 

 

 

 

 

 

            꽃동네에 들어간 노들야학 학생을 방문했을 때다. 그 중증장애인이 꽃동네에서 가장 하기 힘든 말을 했다. “여기서 나가고 싶다.” 이에 대해 홍은전은 “엄마하고 싸울 수 있어? 수녀님하고 싸울 수 있어? 나오면 술 안 먹고 잘 살 수 있어?”라고 윽박지르듯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그리고 얘기한다. “그러나 실은 그건 나한테 해야 할 말이었어요. 내가 못할 것 같으니까 그 책임을 그에게 돌리고 있었구 나. 글을 쓰면서 알게 됐어요. 나의 비겁을 그 사람한테 전가하고 있었다는 걸.”

 


 

글을 쓰는 과정에서 소록도 100주년을 맞아 40여 년간 한센인들을 돌보았던 두 수녀를 노벨 평화상에 추천한다는 뉴스를 들었어요. 그 수녀님과 같은 이들이 있 어 갇힌 사람들은 고통을 덜었을 것이나, 덕분에 그 고통은 100년이나 지속되었 죠. 수녀들의 헌신이 평화에 기여한 건 맞지만 그 평화는 소록도 바깥에 있는 사 람들의 평화였고, 이미 깨졌어야 할 평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결론에 이르렀 을 때 무서웠어요. 그 ‘당신’은 ‘나’이기도 했으므로. 그 사람을 주어로 하는 글의 결론이 나의 평화를 깨고 들어올 것이므로. 그래서 힘껏 썼어요.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이 평화가 깨지는 것을 감당해야 하므로.

 

 

 

 

 

            고병권의 칼럼 「두 번째 사람 홍은전」에서의 말마따나 홍은전은 “첫 번째로 슬픈 사람이 도 와달라며 손을 내밀 때 소매가 잡히는” 두 번째 자리에서, 첫 번째 사람의 통곡 소리를 듣고 시뻘게진 눈알을 보며, 그 사람을 주어로 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첫 번째로 슬픈 사람의 이야기에 홍은전은 크게 흔들린다. 온몸이 흔들려 자아의 뿌리까지 뽑힐 지경이다. 그래서 홍은전은 자기에게 이야기를 내준 그 사람을 주어로 하는 글을 쓴다. 그 글쓰기는 자아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결론으로 나아가 자아의 평화를 깨고, 이전과 다른 세계로 글쓴이를 옮겨 놓는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이전과 다른 세계로 이동하 는 일이다. 홍은전은 “그래서, 힘껏 쓴다.”

             흔들림은 겪음이다. 겪음은 수동태다. 홍은전은 수동태가 지닌 ‘귀함’을 말한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의 생애 인터뷰에 대해 홍은전은 “한 사람의 생애가 나한테 오는 일이다. 영광이다. 재난을 온몸 으로 통과하신 사람들의 이야기를 ‘안전하게’ 겪는 일이라서 귀하고 귀한 일”이라고 말한다. 2014년부 터 2018년까지 팽목항 분향소를 지킨 ‘아버님’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모두가 떠난 팽목항 을 홀로 지키며 추모관이든 기림비든 완공될 때까지 떠나지 않겠다고 완강히 버텼다. 시신이 수습되어 가장 먼저 육지에 도착한 그곳, 304명의 사진으로 둘러싸인 분향소에서 홍은전은 무섬증에 몸을 떨며 깨달았다.

 

 

 

비석 하나 세우는 것이 저렇게 어려운 것이구나. 아! 비석은 저렇게 세워지는 것 이구나. 한 사람이 비석 같은 존재가 되어야 비로소 하나의 비석이 세워지는구나. 마치 전설 속에 들어갔다 나온 느낌, 전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나온 느낌이 들었어요

 

 

 

            “비석 하나 세우는 것이 저렇게 어렵구나!”가 힘겨운 현실에 대한 수동적 깨달음이라면, “아! 비석은 저렇게 세워지는 것이구나”는 현실이 생성되는 과정에 대한 능동적 깨달음이다. 수동태의 깨달 음이 능동태의 깨달음으로 바뀌는 신비 앞에서 나는 흔들림의 힘을 보았다. 온전히 흔들리는 사람만이 오롯이 일어설 힘을 얻는다.

            흔들림은 울음이다. 홍은전의 글에는 유독 “펑펑 울었다” 같은 표현이 많다. 글쓴이의 흔들 리는 감정, 특히 울음을 이렇게 솔직하게 표현하고도 전혀 감상(感傷)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게 신기했 다. 미류가 은전은 언제 가장 많이 울었는지, 세월호 참사 유족들 인터뷰할 때, 녹취 풀 때, 녹취록 읽을 때, 글을 쓸 때 중 언제 가장 많이 울었는지 물었다. 홍은전은 “글을 쓸 때, 그 사람으로 살 때, 그 사람 이 주어가 되는 글쓰기를 할 때 제일 많이 운다”고 답했다. 미류는 “저는 글을 읽을 때, 다른 작가들이 쓴 글을 보면서 울었다. 그 전에는, 세월호 상황실에서 유가족과 함께 있을 때는 울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류의 말에 흔들리며 홍은전이 응답했다.

 

 

제가 울 수 있는 자리에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누군가는 울 수 없는 자리에 있 다는 것도 알아요. 사람들은 제가 원래부터 잘 우는 사람이라고 아는데, 아니에 요. 노들을 떠나고 글을 쓰면서 울게 된 거죠. 노들에 있을 때는 울지 않았어요. 추모제 준비하며 김밥 사러 다닐 때는 울지 못했어요. 누군가 울 수 있게 자리를 만들어주는 게 우리의 일이었고, 그 일을 하는 동안에는 울 수 없었어요.

 

 

 

 

            활동가는 흔들려도 울 수 없다. 누군가 울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활동가의 자리는 울음 을 삼켜야 하는 자리다. 광장이나 공식적인 자리도 울음을 삼켜야 하는 자리다. 울음은 사적인 감정이 고, 약함의 표현이라고 여겨지므로. 그런데 어떤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다. 홍은전은 인터뷰를 할 때 세 월호 참사 유족들이 분명 울고 계셨는데, 녹취된 음성에서는 전혀 울음의 자리를 찾을 수 없는 것에 놀 랐다고 했다.

 

 

제가 인터뷰한 분은 울면서 말했던 거예요. 소리 내지 않고, 호흡을 멈추지도 않 고, 또박또박 말을 이어가면서 울었어요. 말을 했어야 하므로, 세월호의 진실에 대해 말해야 했으므로 그분들은 광장과 공식적인 자리를 피하지 않았어요. 울음 을 삼켜야 하는 자리죠. 하지만 울지 않고서는 절대 말할 수 없는 것이 있어요. 가 족의 죽음 같은. 그래서 세월호 참사 유족들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말하면서 우는 법을 터득하셨어요. 소리 내지 않고, 호흡을 멈추지 않고, 또박또박 말하면서 울었어요.

 

 

 

            광장에서 우는 것은 그냥 우는 게 아니다. 참지 못하고 터뜨리는 울음이 아니고, 약함을 드러 내는 울음이 아니다. 그건 계속 울기로 다짐한 사람, 남의 울음을 대신 울어주는 위험을 감내한 사람의 용기 있는 울음이다. 울음이 약함의 표현이 아니라 강함과 용기의 표현이라는 말이 참으로 신기하고 놀라웠다.

            홍은전에게 흔들림의 힘은 글쓰기에서 비롯된다. 홍은전의 말 중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말, 가령 “힘껏 썼다”나 “내가 이러려고 글을 썼구나. 이 말을 하고 싶었구나!” 같은 말이 나는 참 좋았다. 온 몸으로 흔들리면서, 자기 존재의 흔들림을 글로 쓰는 자가 아니면 내뱉을 수 없는 말 같았다. 부럽다기 보다 경이로웠다.

            홍은전은 자기가 살면서 잘한 것 세 가지를 꼽으라면 노들야학을 한 것, 그만둔 것, 그리고글을 쓴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01년 노들야학에 교사로 들어왔다. 13년 동안 차별받는 사람들이 저항 하는 사람들로 변하는 치열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배웠다는 점에서 그는 자기가 노들야학에 ‘입학’한 것 이라고 했다. 2013년 노들과 자신이 더 이상 배움을 주고받을 수 없다는 걸 느끼면서 홍은전은 노들을 ‘졸업’했다. 노들야학을 한 것도 잘한 일이지만, 때가 되어 그만둔 것도 잘한 일이다. 그만둔 것을 잘했다고 생각한 것은 글을 쓰게 되면서다.

 

 

 

노들야학을 그만두고 나가 보니까 마치 방음 장치가 완벽히 된 스튜디오에 있다 가 문을 닫고 나간 것처럼, 내가 있던 세계의 절규, 신음, 비명이 전혀 들리지 않는 것에 놀랐어요. 노들을 나가면서 우물 밖 세상으로 나간 듯 도서관에 가서 책도 보고 강연도 들었어요. 그런데 노들 밖 사람들은 노들이라는 세계를 알지도 못하 고 그 세계의 아름다움을 믿지도 않았죠. 글을 쓰면서 알았어요. 우물 밖 사람들 은 넓은 세상이 아니라 저마다 자기의 우물 안에 산다는 걸. 우물 밖으로 나가니 까 비로소 내가 살던 우물이 보였다고 할까. 그 우물은 비참하고 고통스럽지만 그 러면서도 아주 깊고, 아름다운 세계였어요. 글을 통해 노들이라는 우물에 대해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어요. 나를 키웠던 우물.

 

 

 

 

            두 번째 이야기 손님 고병권은 “한겨레 칼럼을 보면 홍은전이 노들을 떠났다기보다 노들을 들고 나갔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에는 홍은전이 노들의 일부였다면, 이후에는 노들이 홍은전의 일부로 남아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노들야학에 관한 홍은전의 첫 번째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합시 다』(2014)―이 책의 개정판이 『노란들판의 꿈』이다―가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세상에 차별이 사라 져 차별에 맞서 싸우는 노들도 필요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그들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홍은전 은 그 말이 너무 싫었다. 노들이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1년을 갈아 넣어서 썼는데, 노들 이 필요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니. 그래서 2년 뒤 개정판 서문에 “나는 차별받는 사람들에 대해 쓴 게 아니라 저항하는 사람들에 대해 쓴 것이다. 차별받는 사람의 공동체는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지만, 저 항하는 사람들의 공동체에서는 모두가 저항하는 주체이다”라고 힘껏 썼다. 고병권이 세상 종말의 마지 막 순간까지 노들이 남아야 하는 이유를 다시 물었을 때, 홍은전은 고병권의 칼럼 「두 번째 사람 홍은 전」의 말을 빌려와 이렇게 답했다

 

 

 

 

노들의 가장 훌륭한 점은 첫 번째로 슬픈 사람들을 두 번째 자리로 옮기는 것이었어요. 노들야학은 두 번째 사람들이 첫 번째 사람들을 생각하며 그들과 함께 지은 학교지만, 첫 번째 사람들이 첫 번째 자리에만 머물러 있지 않도록, 다른 첫 번째로 슬픈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싸우며 두 번째 자리로 옮겨가게 만드는 일을 했죠. 꽃동네 같은 차별받는 사람들의 공동체에는 첫 번째 자리와 두 번째 자리 가 바뀌지 않아요. 노들야학이 그동안 한 모든 일은 차별받는 사람들을 저항하는 사람들로 바꾸는 일, 첫 번째 사람들을 두 번째 자리로 옮겨 놓는 일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그냥, 사람』의 후반부에는 동물권 활동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고병권은 “홍은전의 최 근 글에서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에서 ‘나는 좋은 동물이 되고 싶다’로의 전환이 느껴진다. 노들 야학에서 인권 운동하던 마음과 지금 동물권 운동하는 마음, 이 두 마음이 어떻게 홍은전 안에 함께 있 거나 서로 연결되는지” 물었다. 홍은전은 “지금은 함께 있지 않고 따로 있다. 함부로 동석시켰다가는 사 달이 날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말을 이었다.

 

 

 

 

고양이와 동거하며, 동물해방 활동가들과 함께하며 동물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진실을 알게 되었죠. 그 충격은 노들야학에 처음 와서 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진실 을 접했을 때의 충격과 다르지 않아요. 동물해방 활동가들이 도살장에 난입해서 죽어가는 동물들과 교감하고, 이마트 정육코너에 가서 포장육에 꽃을 바치며 추 모의 노래를 부르고, 발렌타인데이 날 우유는 소들을 강간하고 착취해서 얻은 것 이라고 말하는 걸 보며 너무나 노들 같다고 느꼈어요. 맹렬하게 비폭력적인 직접 행동, 정보를 주는 게 아니라, 몸을 부딪쳐서 보이지 않던 질서를 보이게, 당연하 게 여긴 질서가 실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선의에 호소하지 않고 정의를 요구하는 운동 방식이 너무나 박경석 같고, 너무나 장애인운동 같다고 느꼈어요. 2001년 지하철 선로를 막으면서 보이지 않던 질서를 보이게끔 한 것과 동물해방 활동가들의 직접행동은 저에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져요. 나는 보고 말았고, 본 것을 보지 않았다고 할 수 없어요.

 

 

 

 

 

            나는 홍은전이 장애해방 운동에 온전히 흔들렸던 것처럼 동물해방 운동도 온몸으로 흔들리 며 겪을 것이고, 그 겪음의 시간을 단단한 성찰의 언어로 바꿔낼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면서 가슴 한편이 먹먹해지고, 울음 같은 것이 치밀어 오르는 걸 느꼈다. 노들에 와서 장애인에 대해 새로 알게 된 진실의 충격과 동물해방 운동을 접하고 동물에 대해 새로 알게 된 진실의 충격이 ‘다르지 않다’는 홍 은전의 딴딴한 말. 그 말에서 ‘나 박경석은 개가 아니라, 인간이다’는 문구를 사회보장위원회 건물 외벽 에 스프레이로 써서 손해배상금을 요구받았던 박경석 ‘고장 선생님’의 흰 머리가 날리며 맴돌다 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홍은전이 말하듯 아직은 동물해방 활동가들을 노들야학 학생들과 동석시켰다가는 사달이 날 것을 알기 때문만은 아니다. 과연 디엑스이(DxE) 같은 동물해방 공동체도 노들야학처럼 첫 번째로 슬픈 동물을 두 번째 자리, 저항하고 조직하는 동물들의 자리로 이동시키는 공동체가 될 수 있을까? 꽃 동네처럼 첫 번째 자리와 두 번째 자리가 바뀌지 않는 공동체가 아니라, 노들처럼 첫 번째 자리의 동물 을 두 번째 저항하는 주체로 바꾼 것이 가장 훌륭한 일이었다고 자랑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그런 염려 가 생겼다.

            물론 동물들은 언제나 말하고 있고, 인간의 착취와 학살에 저항한다. 그러나 동물해방 공동 체의 인간 동물들이 소록도의 수녀들처럼 언제나 두 번째 자리에서 첫 번째로 슬픈 동물을 돌보고 대변 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홍은전이 13년 동안 노들야학에서 했던 것처럼 첫 번째 자리의 동물과 서로 부 대끼고 짜증내고, 제안하고 거절당하고, 협의하고 실망하고, 떠나고 돌아오고, 미워하고 사랑하면서 첫 번째 동물을 두 번째 자리로 옮겨놓는 일을 이뤄낼 수 있을까? 물론 홍은전과 또 다른 홍은전들은 그 지난한 싸움과 부대낌을 온몸으로, 흔들리며 겪어낼 것이다. 홍은전이 노들야학에서 13년 동안 겪었던 것보다 백배는 더 오래고, 백배는 더 처절하고, 백배는 더 외로운, 마침내 백배는 더 아름다울 그 싸움을 생각하니 울컥 울음이 치밀었다

 

 

 

 

 

노들야학이 그동안 한 모든 일은

차별받는 사람들을 저항하는 사람들로 바꾸는 일,

첫 번째 사람들을 두 번째 자리로 옮겨 놓는

일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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