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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글뽀글 활보상담소

밥 값, 누가 내야 하냐고요?

 

 

 

 

서기현

장애인자랍생활센터판 
 

 

 

 

 

     왜 이 어렵고 민감한 얘기를 굳이 하려드는가?

 

     내가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한 지 약 15년이 되었나보다. 2006년 말부터 2007년 3월까지는 서울시에서 지원했던 월 60시간 정도, 2007년 4월부터 보건복지부의 바우처 사업으로 월 80시 간 정도 공식적인 지원을 받았었다. 13년간 꾸준히(?) 시간이 늘어 서울시 추가시간을 포함하여 약 월 500시간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혼자 살 수 있는 것이다. 그 15년동안 정말 많은(?) 일들 이 있었지만, 요즘까지도 가장 스트레스 받는 것이 ‘밥’ 문제이다. 누구나 매일 먹는 것이 ‘밥’이 고 건강의 척도가 될 수도, 누군가에게는 사회생활로 활용되는 것이 바로 ‘밥’이다. 오죽하면 가 족을 다른 말로 ‘식구(食口)’라고 할까.

 

     장애인과 활동지원사 간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밥 값’ 이슈가 첨예(?)하게 이야기되는 것으 로 알고 있다. 실제로 이 문제 때문에 감정이 상해 얼굴을 붉히며 논쟁하거나 관계를 끊는 경우도 봤다. 사실 <노들바람> 편집위에서 나에게 이런 주제로 글을 써주세요라고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수년(?)간 알듯 모를듯 압박한 것을(ㅋㅋㅋㅋ) 알고 있으므로 큰맘 먹고 (욕도 먹을 각 오하고 ㅠㅠ) 부담감을 털어보려 한다. 사실 밥 값뿐만 아니라, 교통비(대중교통비, 항공료, 배삯, 기름값 등), 숙박비(여행이나 출장시) 등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 그러나 얘기를 단순하게 풀어갈 필요가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한다.

 

 

 

 


장애인과 활동지원사의 기묘한 관계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서 바우처 사업으로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함에 있어서 장 애인과 활동지원사의 관계는 기묘하다. 나라에서 바우처라는 용도(방법)와 용처 (사용할 수 있는 곳, 즉 활동지원 서비스 제공 기관)가 극히 제한된 재화(돈)를 장 애인에게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직불(체크)카드 같은 것으로 시간 양에 따른 바우처 를 마치 출근카드 같은 활동지원사의 제공인력카드와 동시에 매치시켜서 결재를 한다. 실시간을 원칙으로. 그러면 내 카드에 있는 돈은 어디로 가냐 하면 '제공기 관'에 실제 돈으로 입금된다. 가상(?)같았던 내 바우처가 실물이 되는 순간이다.

 

그러면 제공기관은 그 돈을 받아 수수료 등 일정 금액을 떼고 일정 비율 이상을 활동지원사에게 급여로 지급한다.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 지만 의외로 많은 문제점은 이 구조를 정확하게 이해 못하거나 오해해서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억울(?)한 활동지원사들

이런 기묘한 관계에서 ‘밥 값’ 이슈는 왜 나왔을까? 활동지원사 교육을 받을 때 활 동지원사들은 되도록이면 이용 장애인의 선택권,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라고 교육 받는다. 그것은 꽤 강력(?)한 원칙이어서 잘 지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사항이 식 사 때에 적용이 되면 활동지원사들은 선택권이 거의 없어진다. 울며 겨자먹기로 취향이 아니거나 싫은 음식을 ‘함께’ 먹어야하는데 왜 ‘밥 값’까지 내야하냐는 것 이다. 억울할 것도 같다. 이해한다. 하지만 이용 장애인 입장에서도 억울하다. 왜 나는 2명 분의 밥 값을 책임져야하지? 한 달에 십몇만원씩 내는 본인부담금도 아 까워 죽겠는데.

 

 

 

 


생각해볼 만한 4가지 질문들

그렇다면 앞서 이야기했던 그 ‘관계’ 속에서 활동지원사들의 억울함을 이야기하려 면 필자는 아래의 4가지 질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애인과 활동지원사는 고용, 피고용인인가?

장애인이 활동지원사의 고용주라면 밥 값의 지원 의무가 어느 정도는 생길 것 같다. 고용주라면 직접 돈을 주고 노동력을 받고 복리후생을 책임져야하니까. 하지 만 고용주라고 보기가 어렵다. 내 바우처가 활동지원사의 급여로 지급되는 게 맞 지만 위에서 언급한 대로 ‘직접’ 급여를 주는 구조가 아니다. 물론 근로계약서도 장애인과 활동지원사 간에 작성하지 않는다. 활동지원서비스 제공 계약서만 쓸 뿐 이다. 그것도 제공기관의 중개를 받아서.

 

 

 


장애인과 활동지원사는 (사회적 통념상) 상하 관계인가?

고용관계가 아니어도 많은 경우에서 상하 관계가 있을 수 있다.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 학교 선후배 등) 그렇다면 장애인과 활동지원사의 관계도 과연 그럴까? 장 애인의 부탁을 받아 활동지원사가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관계를 상하관계로 보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 동등한 위치를 지향해야 서로의 권리를 지켜가며 지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만약 상하관계라고 하더라도 밥을 살 의무는 없다. 그런 시대는 적어도 지금 현대에서는 없어지는 추세가 아닌가?

 

 

 

 


장애인은 바우처 이용이 직접적인 금전적 이득으로 이어지는가?

우리는 보통 경제적으로 나은 사람이 밥을 사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밥 값 때문에 억울해(?) 하는 활동지원사들도 장애인이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그렇게까 지 억울해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여튼 장애인이 돈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밥값을 책임져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상황은 모든 개인이 다 다르다. 부자도 있고 가난한 사람도 있다. 그렇긴 하지만 실은 수급권자거나 직업이 없어서 경제적 상황이 안 좋은 경우가 많다. 그러면 바우처를 이용해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물론 간접적으로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해 직장을 다니거나 알바를 해서 돈을 벌 수도 있지만 그 경우도 비교적 적을 뿐더러 '직접' 바우처를 이용해 돈을 얻을 수 없다. 그런 시도 자체가 부정수급으로 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본인부 담금 때문에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금전적으론 손해다.

 

 

 


장애인은 활동지원사에게 고마워해야 하거나, 미안해해야 하나?

물론 활동지원사에게 고마움이나 고생스러움에 대한 미안함을 느껴 밥을 살 수는 있겠지만 그게 상시적이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활동지원 서비스가 도입된 이유 중에 하나가 장애인이 타인에게 도움을 받으면서 그 어떠한 부담감도 느끼지 않도 록 하고 대신 그 댓가로 나라에서 그 비용을 대는 것이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얘기 해서 도움을 주는 대신 활동지원사에게는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다. 노동의 대가라 고도 볼 수 있다. 통계적으로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필자가 느끼기에는 이용 장애인보다 활동지원 사가 월급을 많이 받거나 경제적 상황이 좋은 경우가 많았다. 적어도 돈은 활동지 원사가 많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생각의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

결론적으로는 활동지원사가 이용 장애인에게 밥 값을 상시(이 전제가 아니었나? ㅋㅋ)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나 라는 것이다. 오히려 이용 장애인들과 함께 노동권의 문제로 풀기 위해 보건복지부나 고용노동부를 압박하는 것이 바람 직하지 않을까? 물론 이용 장애인과 활동지원사가 서로의 관계를 좋게 가져가기 위해 서로 번갈아 밥을 사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사람으로 풀어 야하기 때문이다.

 

 

 

 

     

 

 

 

서기현원고사진.png

 
 

    나의 이런 결론이 불편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의견도 좋으니

  관련 글을 누군가가 써 주었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만 바라는 것은

     서로 억울함이나 불편함이 없기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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