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겨울 125호 - 현수막공장 노란들판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 진영인
현수막공장 노란들판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진영인
공장에서 지각을 몇 년 담당하다가 얼마전에 지각대장 자리를 조상필에게 넘겨주었습니다.
전화 받고 접수하고 가끔 디자인도 합니다. 강아지 고양이와 헬스와 떡볶이를 좋아합니다
2020 노란들판에게 2020년이란, 다사다난을 넘어 폭풍 같은 한 해였습니다. 좋은 일, 웃는 일만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어렵고 힘든 일, 눈물을 쏙 뽑게 되는 일들이 빈번했던 한 해였습니다.
예쁜 애 옆에 예쁜 애, 그 옆에 또 예쁜 애가 있다는 트와이스가 있다면 힘든 애 옆에 힘든 애, 그 옆에 또 힘든 애가 있었던 노란들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티티)
엎치고 덮쳐 대국민 힘듦 사건, 최강 힘든 애, 코로나19가 노란들판을 직격하였습니다.
노란들판의 성수기라고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봄과 가을, 그리고 연말까지- 지역별 축제, 워크샵, 세미나, 포럼, 장터 등 각종 행사로 분주해야 할 대한민국은 많은 일정들을 중단, 보류한 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느냐 풀리느냐에 따라 행사가 중단되거나 진행되었고, 그에 따라 고객님들도 주문을 하셨다가 취소하셨다가,
일정을 변경했다가 보류했다가 하면서,
노란들판의 업무도 늘어나는 듯 하다가 줄어들었다가, 매출이 오르는 듯 하다가도 다시 내렸다가... 오르락 내리락 희망고문을 반복해오고, 연말이 된 이제는 내리락 내리락 체념의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아마 단위 회의 등에서 소식을 들으신 분들도 있겠지만, 올해 노란들판의 매출은 작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연말에 매출이 늘어야 내년 1~3월 비수기를 버틸 수 있을텐데...’
통장 잔고를 보며 다같이 전전긍긍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바뀐 우리들의 하루 루틴은 마스크를 쓰고 출퇴근, 출근 후에 발열 체크,
손 소독- 띄엄띄엄 앉아 조용히 점심식사- 늘상 수다 떨러 가던 근처 카페도 못 가고 으쌰으쌰 회식도 못하며 찌무룩하게
‘코로나로 인한’ 주문취소 연락을 받기도 하며 업무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주문취소 연락만큼이나 ‘코로나로 인한’ 주문들도 종종 들어와서, 쪽박은 쪽박입니다만, 이러쿵저러쿵 그럭저럭, 공장이 굴러가게 되는 아이러니도 있네요.
‘야너두? 야나두!’ 이렇게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힘든 시기인지라 공장의 상황은 어쩌면 당연하고 평범한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건너 건너에 코로나에 걸렸거나 고생하고 있는 지인들도 있다보니 노란들판 직원들 단 1명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고 무사하게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도 있고요.
어머나.
쓰다보니 안부가 아닌 신세타령을 하고 있습니다.
2020년 찌그렁빠그렁 콜록콜록...
노란들판은 굴러왔습니다...
많은 풍파가 있던 한 해라 서로를 좀 위로하고 다독여 보려고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소소한 송년회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12월 24일... 솔로들이 많아서?? 가능한 일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꿈에 그리던 바닷가 워크샵은 두 번이나 무산되고... 공장에서 합니다. 소소하게요...
소식지에 싣지 못한 많은 이야기들은, 언젠가 마스크를 벗고, 가까이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많은 단위들이 복작복작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법인, 야학, 센터, 판, 많은 단위들도 한 해 많이 고생하셨지요. 어찌 어찌 공장이 많은 신세를 지기도 했네요.
공장의 사정을 살펴주신 분들, 따뜻한 말들을 전해주신 분들, 주문해주신 고객님들, 연대해주는 동지들 모두 모두... 감사했습니다. 모쪼록 모두들 건강히, 무사히 2021년도 잘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희망차게 마무리 하고싶습니다만 글솜씨가 없습니다.
요즘 쪼꼼 심취해 있는 쑈미더머니9의 씐나는 한소절로 마무리 안부를 드려봐도 될까요-
‘내일이 오면’이라는 곡인데 들어보면 뭔가 찡합니다.
(릴보이씨 원슈타인씨, 팬입니다요-)
‘내일이 오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다 사라질 거야 너무 걱정 말자-’ (생략)
...... 살려줘 여기 사람 살아요오오오......‘
2020. 12. 08. 공장에서 영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