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겨울 125호 - 노들바람을 여는 창 / 김유미
노들바람을 여는 창
김유미
<노들바람> 편집인
요 몇 년 동안 연말연시의 특별한 날마다 어느 낯선 빌딩 농성장이나 천막 지어진 길 위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20년 말에는 코로나19 영향을 크게 받았는데요.
크리스마스 이브엔 2020년 서울시에서 처음으로 시행한 서울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 '취업박람회'를 실내에서 열었습니다.
행사 장소가 처음엔 국회의원회관이었는데,
대관이 취소되고 취소되어 결국 노들 강당에서 온라인행사로 열렸습니다.
권리중심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 이제 이 낯설고 어색한 단어 조합이 조금 익숙해지고 이해도 되는 기분입니다.
이번 호에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2020년 진행기를 좀 더 현장감있게 담았습니다.
12월 26일엔 서울 송파구에 있는 장애인거주시설 신아원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일어났습니다. 방역 지침에 따라 신아원은 코호트 격리에 들어갔고,
29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서울시청 앞에 신아원의 확진환자를 상징하는 45개의 텐트를 펼치고 시설사회와 코호트 격리에 문제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미 갇힌 공간 안에, 감염병이 도는데, 코호트 격리가 웬 말인가,
이것은 죽도록 내버려두겠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긴급 탈시설을 외치며, 31일부터 광화문광장 해치마당에 다시 텐트를 펼치고 천막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사회 곳곳을 지나가면서 드러내는 것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마다의 관점과 입장에 따라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모두 다르게 해석되겠지요.
홍은전의 신간 『그냥, 사람』에서 본 대로 표현하자면,
사람들은 각자의 '우물' 속에서 이 일들을 바라보고 있을 겁니다.
거리에서 외치는 "탈시설이 백신이다"라는, 저에게도 아직은 낯선 구호를 들으며, 이것이 홍은전이 말한 "저항하는 인간들이 '발명'해낸 말"(『그냥, 사람』)일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우리의 외침으로 다른 우물 속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