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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

‘영만엄마’,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배우 이미경 님

 

 

인터뷰, 정리 : 김유미 편집위원

 

 

 

이미경_후원인3.jpg

 

 

 

   지난 11월 20일 야학 4층 강당에서 416가 족극단 ‘노란리본’의 <장기자랑> 공연이 열렸 습니다. 야학 학생들과 함께 보기 위해 416재 단 지원을 받아 노란리본의 공연을 초청했습 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가족을 둔 엄마들 이 배우가 되어 무대에 섰습니다. 교복을 입고 댄스곡에 맞춰 제주도 수학여행에서 선보일 장기자랑 연습을 하는 학생 역할의 배우들. 이 중 한 분이 <노들바람> 이번 호에 소개할 노들 후원인 이미경 님입니다.

   

   이미경 님은 2014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6반 이영 만 님의 어머니입니다. 제가 이미경 님을 알게 된 건 2018년 <배 우에 관한 역설>이라는 공연을 통해서였습니 다. 야학 교사이기도 한 신재(권은영) 님이 연 출한 공연이었고, 그의 덕으로 공연장에서 짧 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어쩐 일인지 그 뒤로 이미경 님은 노들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습 니다. 따뜻한 응원의 말과 손잡음뿐만 아니라 옷가지나 살림살이를 모아 야학에 보내주고, 후원금을 보내고, 밥을 사주고, 틈틈이 선물을 보내주었습니다. 저도 뭐라도 하고 싶어 곁에 서 쭈볏거리면 성큼 다가와 손을 잡고 안아주 는, 몸 둘 바 모르게 되려 감사한 마음을 내주 는 분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마음이 만들어 진 것일까. 그 마음이 궁금해 인터뷰를 요청했 습니다. 

 

 

 

합창, 연극 등 바쁘게 지내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얼마전엔 야학에 <장기자랑> 순회공연하러 오셨고요. 지금 하고 계신 활동들을 소개해주세요.

   세월호 가족극단 ‘노란리본’에서 배우로 활 동하고 있어요. 416합창단에서도 활동하고 있 고 가족협의회 활동들이나 국회 농성 등 엄마 들, 가족분들이랑 함께하는 활동도 하고 있습 니다. 젤 열심히 하고 있는 건 노란리본 활동인 데요. 합창단은 내가 안 나가도 공연이 되지만 노란리본 극단의 공연은 각자 맡은 배역이 있 어서 빠질 수가 없어요. 올해 12월에는 노란리 본 공연 말고도 국립극단에서 낭독공연을 했 어요. 이번 국립국단 공연은 원래 지난 3월에 하기로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연기되고 연기 되어 12월에 하게 됐어요.

 

 

 

전부터 배우로 활동을 하셨던 건가요?

  416참사 전에는 이런 활동을 해본 적이 없 어요. 노래하는 걸 좋아해서 결혼하고 애 낳고 여유가 생기면 어머니합창단 이런 데서 활동 해야지 하는 꿈이 있었어요. 근데 막상 결혼하 고 나서는 바빠서 틈이 없더라고요. 416참사 나고, 아이 보내고 나서 연극을 하게 될 거라 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죠. 안산 온마음센터가 생기고, 센터에서 세월호 가족들이 삶에 잘 적 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 을 많이 했어요. 그중에 대본 읽는 모임이 있어 서 대본 읽기를 하는데 나는 그게 너무 재밌는 거야, 애들 키울 때도 동화구연하듯 신나서 책 을 막 읽어주고 했으니까. 그렇게 2016년에 시 작한 대본 읽기모임 2~3개월만에 우연히 30분 가량의 짧은 쇼케이스 공연을 하게됐어요. 그 때 읽기 대본 중 하나가 ‘그와 그녀의 옷장’이 었고, 그것이 첫 작품이었어요. 서민들의 살아 가는 이야기로 총 3장으로 이루어진 작품인데, 우리는 2장만을 가지고 공연을 만들어 단원고 가까운 곳에 있는 노인복지관에서 작품을 올 렸는데 그때 우리가 무대에서 하는 걸 보고, 감 독님이 우리 엄마들이 연극을 할 수 있겠다 싶 었는지 11월에 대학로 공연을 잡았어요. 그렇 게 문화예술의 현장에서 처음으로 완판 공연 을 하게됐죠.

   

   우리가 잘해서 반응이 좋았던 건 아니고 세 월호 가족, 아픔 가진 엄마들이 보여주는 모습 에 박수를 주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렇게 우연 찮게 공연을 하게 됐고, 이제 그게 저한테 꿈을 꿀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지금까지 노 란리본 작품이 세 편1) 만들어졌고요. 저는 특 별한 분들을 만나게 돼서 개인 작품2)을 하게 됐어요.

   

   연극 작업을 통해 몰랐던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많이 배우고 저도 새로운 욕구가 생기 더라구요. 우리 영만이 보내고 나서는 아픈 마 음을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으니, 사람에 대한 그리움도 훨씬 커지고 어떤 일들에 대한 욕구도 훨씬 커진 것 같아요.

   

   힘들지만 그것이 나한테 삶의 희망을 주기 도 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되 니까 이런 활동이 무척 감사해요. 제가 이렇게 나눌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된 것도 생각해보면, 정말 아프지만 제가 아픔을 겪고 나서야 세상 을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세상을 다시 보고 개념있는 어른이 되어가 고,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살고자 애써지게 된 것도 다 우리 아이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예전 엔 나 그리고 우리 가족만 생각하면서 살았어 요. 지금은 삶이 여유로워져서 나눔을 생각하 는 게 아니고, 아이를 잃고 내가 세상을 제대로 보는 눈을 뜨게 된 거라고 봐요. 그래서 아이에 게 가장 감사하고 고맙고...

   

   우리 영만이에게 자랑스런 엄마가 되고 싶어요. 부끄럽지 않은 엄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되고 용기도 주고 내가 더 잘하고 싶고. 그런데 그렇게 조금씩 하 면서, 내가 더 기쁨이 많아지더라고요. 전에는 티브이에서 나눔하는 사람들 얘기 들으면서도 크게 깨달아지지가 않았었거든요. 아이를 잃고 나서의 아픔과 공허함을 다른 사람을 통해서라 도 채우려고 애를 쓰는데, 극단 활동과 세월호 활동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위로를 받게 되더라고요.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좀 더 계획적인 나 눔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우리 아 이 이름을 걸고, 거창한 뭔가는 아니더라도 아 이를 대신하는 나눔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 꾸 들어요. 우리 영만이 이름으로 나눔을 꾸준 히 하고 싶어요.

 

 

노들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연극 활동하면서 함께하고 싶은 좋은 사람 들을 많이 만났어요. 2018년에 신재 연출과 우 연히 알게 되어 <배우에 관한 역설>을 같이 작 업하게 됐어요. 사람이 좋아지니까 관심이 생 기더라고요. 신재 연출을 통해서 노들 야학도 궁금해진거죠. 알고 보니까 헌신적인 마음으로 일하고 계신 분들 그래서 너무 멋진, 훌륭한, 정말로 존경스러운 일을 하는 사람들이더라고. 내가 이렇게 조금이나마 후원은 할 수 있겠지 만 몸담고 일하라고 하면 나는 못 할 것 같아 요. 사람마다 각자 역할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 이 들더라고요.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 처해 일 하는 단체들이 많겠지만 저는 이렇게 소중한 만남이 된 사람들에게 더 마음이 가요. 작은 것 하나라도 도움이 된다면 마음 써주고 싶어요. 내가 이렇게 하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예전에도 장애 있는 분들을 종 종 봤었는데, 그때는 불편하다 생각하고 피해 다녔어요. 그런데 참사 겪고 나서는, 그런 아픔 을 겪는 분들을 내가 다시 보게 되는 거지. 아, 이런 생각해보지 않았던 또 다른 아픔과 어려 움을 겪는 사람들이 참 많구나... 그 분들도 본 의 아니게 어려움을 겪는 거니까 모두 함께해 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노들에 후원금을 보내주시고,

옷가지나 살림살이를 모아서 여러 번 보내주셨어요.

어떻게 그런 마음을 내셨는지 궁금해요.

   그동안 잘 몰라서 못한 것도 있는 것 같아 요. 나는 탈시설 한다는 얘기를 <노들바람> 보 면서 처음으로 알게 됐거든요. 탈시설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야기를 가까이서 들으면서 가슴으로 확 와닿는 거야. 새로운 삶 을 만들어가려고 애쓰는 게 존경스럽더라고. 사람은 누군가를 통해서 알아야 하는 것 같아 요. 좋은 사람들을 통해서 어려움이 있고 바뀌 어야 할 게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거지요. 나도 그런 세상을 알게 되면서 살림살이나 옷가지 뭐 이런 것들이 많이 필요하겠구나라고 생각 을 했고, 마음이 계속 쓰이더라고요.

 

    이런 저런 걸 보내면서도 사실은 미안한 마 음이 들었어요. 이게 필요한 건지 아닌 건지 잘 모르니까. 내가 뭐든 잘 못 버리는 편이에요. 내가 안 쓰더라도 누군가에게 필요하고 쓰임 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근데 노 들에서 바자회를 한다고 하니까 이 물건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보내게 됐어요.

 

 

노들과 함께 해보고 싶은 일이나

노들에 바라는 것이 있으면 얘기해주세요.

   바라는 건 잘 모르겠지만 노들 소식을 잘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소식을 들으면 몰랐 던 걸 알게 되면서 마음이 쓰이고 움직이게 되 니까.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생기면 적극 홍보 해서 작은 마음이라도 가지고 계신 많은 분들 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잘 알려주면 좋겠어 요. 나 같은 마음을 먹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텐데 정말 몰라서 못하는 분들이 많을 테니까.     

   제가 노들에서 (<장기자랑>) 공연을 하자 고 한 것도 장애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 일반 공연장을 찾아가 관람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장애인 분들과 많은 작품을 올리는 신재 연출님의 공연과 이 야기를 통해서 알게 되고 그래서 직접 찾아가 그 분들께 꼭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노들에서 그 분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제게 더 큰 위로가 된 뜻깊은, 잊지 못할 공연이었 어요.

   

   그리고 제가 <배우는 사람> 공연 준비하 면서 노래강사 자격을 취득했어요. 그때 6개월 동안 같이 공부했던 열렬한 열정의 특공대 팀 이 있는데 코로나가 지나가면 그 강사들이랑 노래 봉사를 나가기로 했어요. 이런 활동들을 하면서 아픔 가진 내가 다른 사람에게 위로가 되고 기쁨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노들 에서도 그런 프로그램이 필요해서 기회가 된 다고 하면, 흥겨운 노래 부르며 서로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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