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가을 124호 - 3년 후 나는 장애가 나아집니다 / 서기현
3년 후 나는 장애가 나아집니다
정말입니다.
나라님들이 그랬...... 에휴......
서기현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소장. 어머니의 태몽에서 백사로 분해 치마폭(?)으로 들어가 태어나서 그런지 입만 살아있고 팔다리는 못씀. 역시나 뱀처럼 음흉하고 똑똑하여 이간질을 잘 함. 그래서 쏠로 ㅠㅠ 천운으로 센터판 소장으로 들어와 아직까지는 버티고는 있지만 글쎄…
2006년 12월부터 나는 공식적으로 나라에서 나오는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기 시작하였다. 그때 시간이 월 60시간이었고 주로 아침 출근 시간에만 활용을 했다. 2007년부터는 바우처 시스템이라는 방법으로 보건복지부에서 진행하는 사업으로 월 100시간 남짓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14년, 15년이 지난 지금 나는 지금 월 500시간 넘게 활동지원을 받고 있다. 하루에 15시간 정도 쓰고 있다.
그러던 중 작년 9월쯤 국민연금공단에서 연락이 왔다. 활동지원 시간에 대한 재판정을 받으라는 통보였다. 활동지원법에 의해서 3년마다 한 번씩 재판정을 받게 되어 있는데 10월 말에 그 기간이 된 것이다.
나는 올 것이 왔다고 느꼈다. 사실 나는 활동지원법이 2011년에 생기고 나서 어째서인지 재판정을 받은 적이 없었다. 실질적으로 처음 받는 재판정이었다.
어렵게 약속을 잡고. 드디어 만났다. 내 삶의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니 평소에 안 하던 긴장을 했다. 옆에 활동지원사가 있었고 국민연금공단 담당자는 혼자 왔다. 서류 몇 장과 팬을 들더니 나에게 이것저것 물었다.
옷은 혼자 입을 수 있나요?
휴대폰은 혼자 쓸 수 있나요?
옷은 혼자 입을 수 있어요?
화장실 혼자 갈 수 있나요?
여기에서 잠깐 이 질문에 단답형으로 해야 한다는 수많은 사람들의 조언을 들었다. 여기에서 조금은 가능 하지만 힘들어요 하면 가능한 걸로 체크가 되어 점수가 깎인다는 이야기를 익히 듣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무조건 하기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그 담당자는 최대한 나의 자존심을 긁는 쪽으로 질문을 하는 것 같았다. 마치 그렇게 질문을 하는 훈련을 받는 것처럼… 그렇게 신경전 아닌 신경전이 끝나고 갈
때쯤 담당자가 나에게 이야기했다.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많네요. 열심히 해야죠, 그렇죠?’
어라 나는 그렇게 대답을 안 했는데 무슨 이야기일까 했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약 2달이 지나서 우편으로 그 조사결과를 받아 보았다. 결과는 6단계 하락. 시간으로는 약 100시간이었다. 그러니까 431시간이었는데 판정은 330시간으
로 줄었다. 그리고 조그맣게 써 있었다.
‘산정특례-다형’
이것은 시간이 100시간 정도 줄었으나 기존에 생활을 유지하라고 배려하여 3년동안은 지금까지 받았던 시간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뜻이다. 그러면 3년 후에는?
100시간이 줄어드는 건가? 그러면 그때가 되면 나는 하루 3시간이 필요 없게 되나? 내 장애가 나아지나? 아니면 그 3년동안 열심히 운동해서 재활 치료를 하라는 이야기인가? 아니면 돈 열심히 벌어서 3시간에 대한 부담을 내가 하라는 건가? 여러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다. 안되겠다 싶어서 국민연금공단 담당자한테 따졌다.
‘아니 내가 왜 100시간이 줄어들죠? 그 전 판정표와 지금의 판정표가 뭐가 달라서 이런 차이가 나는 거죠? 이거 이의신청 가능합니까? 전 억울합니다!’
‘저는 잘 모르겠고요. 이의신청 가능하시지만 이의신청해서 시간이 확정이 되면 산정특례 시간도 못 받을 수 있어요. 판단 잘 하셔야 합니다.’
‘선생님이 체크하신 거고 그걸 왜 몰라요. 그리고 이의신청하면 산정특례를 못 받는다니 그건 또 무슨 이야기입니까? 어느 지침이나 법에 그렇게 나와있나
요? 이거는 협박 아닌가요?’
‘점수는 제가 알 수 없고요. 제가 만든 것이 아니라서… 그리고 지침이나 법은 찾아 보고 말씀 드릴게요. *뚝*’
난 정말 억울해서 내가 지침과 법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 다시 전화를 걸어서 이런 내용으로 따지니 담당자는 전화를 안 받고 그 담당을 관리하는 팀장이라는 사람이 나에게 사과를 하였다. 그래도 나는 분이 풀리지는 않는다.
내가 그런 일을 당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니 아직은 산정특례를 받은 사람이 적어서 문제제기하기에는 힘이 부족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나와 같은 경우를 많이 겪은 사례가 많이 나와서 그 분들과 함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동지들과 함께 규탄 기자회견을 한 적이 있다. 물론 코로나 시국이라 최대한 조심하면서 말이다. 그 자리에서 나는 규탄 발언도 했고 밧줄로 목을 메는 퍼포먼스를 했다. 솔직히 그 퍼포먼스를 하기 전에는 약간 우습기도 했지만 밧줄을 목에 걸자마자 내 표정은 어두워졌다. 밧줄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3년 후의 내 삶을 상상했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하루에 15시간 잠자는 시간 빼고는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다. 거기에서 3시간이 빠지면 식사를 한 끼 못하거나 출근 준비를 늦게 할 수밖에 없거나 저녁에 잘 준비를 혼자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어쨌거나 나는 위생이 엉망이 될 거고 건강이 엉망이 될 수도 있다. 사회생활도 상당한 제한이 있을 거다. 딴 사람들과 약속도 못 할 거고 밥도 한 끼 못 먹을 거다. 왜냐하면 시간이 모자라서.
이제 겨우 활동지원서비스 때문에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는데 이 시간을 다시 빼앗긴다니 너무 무섭고 두렵고 화가 난다.
그 3년동안 아니 2년 3개월 동안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시간이 점점 다가올수록 나는 무엇을 할 수가 있지? 이 말도 안되는 종합조사표를 정상화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말도 안되는 짓거리를 하는 정부를 향해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이 이야기는 내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 모든 분들에게 해당이 되는 이야기예요. 우리의 삶을 지킵시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