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료실

조회 수 25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김주희 제2의 자립을 준비하며 

 

 

 

 김상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노들센터는 현재 두 채의 자립생활주택(이하 자립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자립주택은 기존 시설에서 생활하던 장애인이 일정 기간 머물며 자립을 경험하고, 지역사회와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공간이다.(최근에는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의 재가 장애인도 입주할 수 있게 되었다.) 입주자가 새로운 환경에서 하루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욕구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과를 계획하는 과정을 거친다. 또한, 입주자의 특성에 맞는 지원 네트워크를 구성하며, 지역사회에서 스스로의 자리를 되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경험한다. 이러한 과정은 때로는 즐겁고 보람찬 일이지만, 때로는 가슴이 철렁할 만큼 어려운 순간도 많다.

 

  자립주택을 운영하며 많은 탈시설 장애인을 만나왔다. 몇 년 전부터는 중증발달장애인이 중심이 되어 입주하고 있다. IL센터에서 자주 외쳤던 ‘장애인 당사자의 문제는 같은 장애를 가진 장애인이 가장 잘 안다’는 구호는 발달장애인 입주자들과 함께하면서 다르게 다가왔다. 내가 다른 장애 유형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 이번 주택 입주자의 퇴거 지원을 하며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김주희1.jpg

자립주택 나오는 날 활동가들이 이삿짐을 나르고 있다

 

 

  주희 님의 제2의 자립을 준비하며....

 

  주희 님은 2020년 9월 자립주택에 입주했다. 당시 나는 다른 팀에 소속되어 있어 직접적인 관계를 맺지 않았다. 센터에서 마주칠 때마다 “안녕하세요, 주희 님”이라고 인사하는 것이 전부였다. 주희 님은 중증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나는 중증신체장애와 언어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주희 님과 친해지기 어렵다고 스스로 판단했다. 주희 님도 나를 반기지 않는 것 같았고, 사무국장이 된 후에도 주택 담당자를 통해서만 지원 방향을 논의했다. 그렇게 4년이 흘렀고, 어느덧 주희 님의 퇴거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작년에 주희 님은 퇴거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지원주택을 신청하려 했던 계획이 여의치 않았다. 신청한 지원 주택 환경이 좋지 않아 포기했고, 또 다른 지원주택을 신청했으나 퇴거 일정에 맞출 수 없었다. 서울시는 정해진 퇴거 날짜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어쩔 수 없이 종로구에서 전월세 집을 알아봐야 했다.

 

  중증장애인 전세 지원금을 받아 노들과 가까운 지역에서 집을 찾기 시작했다. 주택 담당자는 종로구 내 부동산을 샅샅이 뒤졌지만, 집을 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계약 직전까지 진행되었다가도, 장애인이 혼자 산다고 하면 거절당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처음에는 별다른 말이 없었는데도 갑자기 “원래 학생을 구하려고 했다”, “장애인이 혼자 살면 부담스럽다” 등의 이유를 대며 계약이 무산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쉽게 열리는 빈집이, 장애인에게는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집을 찾기 위한 노력

 

  퇴거 한 달 전, 상황은 더욱 급박해졌다. 결국 사무실 활동가들도 동원되어 집을 찾기 시작했다. 이전 경험을 떠올려 보니, 내가 직접 부동산을 방문하면 오히려 집을 구하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대신 온라인 부동산 사이트에서 매물을 검색하며 현장에 나가 있는 활동가들에게 정보를 공유했다. 종로구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까지 범위를 넓혀가며 찾았고, 마침내 주희 님이 살 수 있는 집을 발견했다. 그러나 계약이 확정될 때까지 불안함은 가시지 않았다. 담당자에게 “장애인이라고 말했어요?”, “혼자 살지만 활동지원사가 매일 온다고 잘 설명해 주세요”라고 재차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진행했다. 다행히 집주인 부부는 흔쾌히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고, 주희 님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확정되었다.

 

김주희2.jpg

주택 담당 활동가가 새로 이사한 집의 주방을 정리하고 있다

 

 

  새로운 시작, 그리고 불안함

 

  이삿날이 다가오자 또 다른 걱정이 밀려왔다. 주희 님은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어 낯선 환경에 극도로 불안감을 느낀다. 한 번도 혼자 살아본 적이 없는 그녀가 어떻게 적응할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불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사 2주 전부터 새로운 집을 방문하며, 본인의 거주지라는 인식을 하게끔 지원했다. 이사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주희 님이 기존의 자립주택보다 새로운 집을 더 편안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사할 집에서는 신발을 벗고 자연스럽게 들어갔지만, 자립주택에서는 점점 불편해하는 모습이 보였다고 한다. 주희 님도 음성으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 다른 입주자들과의 공동생활이 불편했던 걸까?

 

  드디어 이사가 마무리되었다. 이사 후 첫 2~3주 동안은 개인 자부담으로 야간 활동지원사를 배치해 적응 기간을 가졌다. 하지만 주희 님은 24시간 활동지원 대상자가 아니었기에, 야간 지원을 지속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점차 야간 지원을 줄이기로 했고, 그 과정에서 다시 불안감이 엄습했다. 혹시 밤에 혼자 나가진 않을까? 밤에 홀로 나가서 길을 잃으면 어쩌지? 그런 마음에 활동지원사가 퇴근한 후에 담당자와 함께 주희 님 집 앞에서 한 시간씩 서성거리며 상황을 지켜보기도 했다. 주희 님의 어머니도 불안해하시며 우리를 찾아와 걱정을 토로하셨다.

 

  주희 님 어머니를 만나면서 오래전 내 어머니가 떠올랐다. 나 역시 자립 후 1년 동안 어머니가 매일같이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셨다. 전화를 받을 때마다 “왜 나를 못 믿는 걸까?”라는 생각에 짜증이 나기도 했다. 나는 주희 님의 어머니께 “주희 님은 잘 지낼 거예요”라고 안심시켜 드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스스로 반성하게 되었다. 나 역시 발달장애인인 주희 님의 자립을 어렵게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번 주희 님의 퇴거 지원을 하면서 나는 나의 장애 외에 다른 장애에 대해 잘 모른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다. 그래서 많이 부끄럽다. 사람들은 외국어를 모르고, 전문 지식을 모를 때 부끄러움을 느끼지만, 나는 장애에 대해 모를 때 더 많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장애는 인간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김주희3.jpg

쇼핑이 즐거운 김주희 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1187 2025년 봄 141호 - [교단일기] 쿵쿵차카차카와 함께 춤춰주시라! / 동녘 [교단일기] 쿵쿵차카차카와 함께 춤춰주시라!       동녘 2021년부터 노들에 와서 월요일마다 쿵쿵차카차카에서 북을 칩니다. 최근에는 목요일에도 나와 해복투와... file
1186 2025년 봄 141호 - 친구들아 자조모임 모여라 / 김명선 친구들아 자조모임 모여라      김명선 예쁜 나를 스스로 사랑하는 명선. 노들야학 학생             작년부터 자조모임 2개의 대장을 맡고 있는 김명선입니다.  ... file
1185 2025년 봄 141호 - <경축> 2025년! 노들야학에 발달장애 총학생회장단이 선출되었습니다! / 탁영희 &lt;경축&gt; 2025년! 노들야학에 발달장애 총학생회장단이 선출되었습니다!       탁영희 노들장애인야학에서 교사대표를 맡고 있으며, 교사대표는 어떤 것을 하면 좋... file
1184 2025년 봄 141호 - 돌아오기 위해 고생한 우리를, 축하하고 싶었다 - 노들에스쁘와의 <COME BACK> 공연 제작 후기 / 엠마누엘 사누 돌아오기 위해 고생한 우리를, 축하하고 싶었다   노들에스쁘와의 &lt;COME BACK&gt; 공연 제작 후기      엠마누엘 사누 댄서, 안무가. 전통을 기반으로 동시대 사람들... file
1183 2025년 봄 141호 - 우리의 노래 연결의 노래 - 권리중심공공일자리 해고노동자 복직투쟁 연대 공연 / 임당 우리의 노래 연결의 노래 - 권리중심공공일자리 해고노동자 복직투쟁 연대 공연       임당 노들야학 교사, 싱어송라이터집단 노들노래공장 멤버             노... file
1182 2025년 봄 141호 - 우리가 동지가 될 수 있을까요? - 소수자와 함께하는 투쟁펑크밴드 소수윗 공연 / 호수 우리가 동지가 될 수 있을까요?  소수자와 함께하는 투쟁펑크밴드 소수윗, 권리중심노동자 해고복직투쟁 기부 공연을 통해 생산중심의 노동 패러다임에 균열을 내... file
1181 2025년 봄 141호 - [노들은 사랑을 싣고] 공부파 학생에서 싸움꾼이 된 - 문애린 인터뷰 / 김명학, 이예진 [노들은 사랑을 싣고] 공부파 학생에서 싸움꾼이 된   문애린 인터뷰      진행 김명학 노들장애인야학에서 함께하고 있습니다   정리 이예진 노들장애인야학 4년... file
1180 2025년 봄 141호 - [동네한바퀴] 고마운 노들, ‘읽기의집’을 소개합니다 - 고병권 읽기의집 집사 인터뷰 / 이예진, 김다현 [동네한바퀴] 고마운 노들, 읽기의집을 소개합니다  고병권 읽기의집 집사 인터뷰      진행, 정리 이예진 노들장애인야학 활동가, 활동하는 것도 잘 하고 노는 ... file
1179 2025년 봄 141호 - 파리에도 노란들판 피었어요 / 박채달, 김원우 파리에도 노란들판 피었어요       박채달, 김원우 프랑스 파리에 살면서 노견 베베를 돌보며 예술활동을 하고 있다. 김원우는 주로 시, 사진, 영상작업을 하고 ... file
1178 2025년 봄 141호 - [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 ‘따뜻한 식사’를 지켜주는 아이디어캠퍼스 그리고 정재승교수 - ‘아이디어캠퍼스’ 윤석환 님 인터뷰 / 김유미 [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 ‘따뜻한 식사’를 지켜주는 아이디어캠퍼스 그리고 정재승 교수  ‘아이디어캠퍼스’ 윤석환 님 인터뷰      김유미 노들야학 교사. 야... file
1177 2025년 봄 141호 - 고마운 후원인들 고마운 후원인들       노들과 함께하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25년 1월 1일 ~ 3월 31일 기준)        CMS 후원인 (주)피알판촉 강경희 강나은 강...
1176 2024년 겨울 140호 - 노들바람을 여는 창 / 한혜선 노들바람을 여는 창         한혜선 &lt;노들바람&gt; 편집인           2024년 겨울호입니다. 7, 8, 9월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장애인 차별 철폐를 위해서라면 ...
1175 2024년 겨울 140호 - [형님 한 말씀] 후원자님께 드립니다 / 김명학 형님 한 말씀 후원자님께 드립니다         김명학 노들장애인야학에서 함께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계절은 어느덧 늦가을 끝자락에서 겨울... file
1174 2024년 겨울 140호 - [노들아 안녕] 새롭게 배우는 것이 많고 다양한 경험을 해서 행복합니다 / 장수희 노들아 안녕 새롭게 배우는 것이 많고 다양한 경험을 해서 행복합니다         장수희 구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노동자, 현 종로구청 시간제 노동자, 노들장애인야... file
1173 2024년 겨울 140호 - [노들아 안녕] 많은 야학 리스트 중 ‘노들야학’이란 이름이 가장 끌렸습니다 / 안민아 노들아 안녕 많은 야학 리스트 중 ‘노들야학’이란 이름이 가장 끌렸습니다         안민아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안녕하세요. 노들야학에서 수업지원... file
1172 2024년 겨울 140호 - [노들아 안녕] 영원히 지나가버리는 시간 속에서 문학 읽기 / 이서현 노들아 안녕 영원히 지나가버리는 시간 속에서 문학 읽기         이서현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안녕하세요. 목요일 저녁에 문학반 수업을 하는 신입... file
1171 2024년 겨울 140호 - 아이가 태어났다 / 오규상 아이가 태어났다         오규상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마로니에공원과 불광천을 좋아합니다           자식 사랑은 만악의 근원이다. 길어야 100년을 ... file
» 2024년 겨울 140호 - 김주희 제2의 자립을 준비하며 / 김상희 김주희 제2의 자립을 준비하며         김상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노들센터는 현재 두 채의 자립생활주택(이하 자립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file
1169 2024년 겨울 140호 - [특집_2024년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 파리패럴림픽을 권리림픽으로! 장애인권리약탈자 고발하러 간다! - 노들야학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 집담회 / 임당, 영희, 호범 [특집] 2024년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  파리패럴림픽을 권리림픽으로! 장애인권리약탈자 고발하러 간다!  - 노들야학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 집담회         대담, ... file
1168 2024년 겨울 140호 - [특집_2024년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 “누구도 뒤에 남겨지지 않는 세상”을 위한 노르웨이의 장애인 교육 - 유럽 3개국 장애인 평생교육 탐방기 / 조희은 [특집] 2024년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 “누구도 뒤에 남겨지지 않는 세상”을 위한 노르웨이의 장애인 교육    - 유럽 3개국 장애인 평생교육 탐방기        조희은 ... fil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63 Next
/ 63
© k2s0o1d5e0s8i1g5n. ALL RIGHTS RESERVED.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