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여름 131호 - 이것도 투쟁이다! / 조상필
이것도 투쟁이다!
'그러하기에 돌아가는'
공장의 투쟁선전물 제작기!
상필
노란들판 공장에 있습니다.
현수막을 빠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노란들판 유한회사
노란들판은 모두의 들판이기를 꿈꿉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태초부터 장애인이 “일하는 것”을 가장 큰 가치로 두고 성장해왔기에 더 많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것을 목표로 보다 안전하고 배리어프리한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노란들판은 이것이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차별이 없는 공간이기 위해서 “평등에 대한 공동의 감각”을 고민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노란들판은 현수막 등 각종 실사물과 인쇄·판촉물을 디자인하여 출력하고, 제작하는 곳입니다. 현수막 하나가 제작되어 고객에게 배송되기까지 기본적인 사항을 확인하여 접수하고(사무팀), 디자인하여(디자인팀), 정확한 사이즈와 컬러로 출력하고 제작 후 포장(작업팀)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기적처럼 이 과정에 단 하나의 실수도 없을 때, 고객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현수막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매일 기적을 만드는 노란들판,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 아래에 나오는 이미지들은 ‘사회적기업 노란들판’에서 제작한 제작물입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투쟁은 ‘늘상’입니다. 이때쯤이라는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세상의 기복과는 상관 없이 조용할 때도 움직이고 이슈를 만나면 또 움직입니다. 노란들판도 함께 움직입니다. 조금은 다른 방식이지만 노란들판은 “이것도 투쟁이다!”라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권리를 권리답게 보장하라! 예산 없이 권리는 없다!'라고 적힌 현수막 이미지
'혜화역 엘리베이터 봉쇄로 인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이라고 적힌 현수막 이미지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참사 21주년'이라고 적힌 현수막 이미지
제작년에도 작년에도 올해도 아마 내년에도 기억하고 다짐하며 떠올리고 또한 내다보면서 투쟁을 이어가는 전장연일 것입니다.
국회 앞 이룸센터 마당에 펼쳐져 있는 농성장에 현수막과 선전물로 함께하고 있는 노란들판 공장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나요?
2022년 올해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에 어떻게 함께 할지 고민하고 있을 즈음이었죠.
장애인권리보장법과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장애인평생교육법 등이 적힌 현수막 이미지
바로 위에 제작된 현수막이 이룸센터 앞 농성장 컨테이너에 걸렸다.
<2022년 3월 17일(목) 오전 11시 30분의 노란들판>
사무팀 : 급주문 있습니다! 작업팀 작업상황 괜찮으신가요? 오늘 오후 6시전까지 도착해야 하는 현수막 1장과 판넬 5장이 있습니다! 디자인팀 이것부터 디자인 부탁드려요~
작업팀 : 디자인팀 30분내로 확정 가능 할까요? 퀵배송부터 예약해두겠습니다!
디자인팀 : 이거... 내용이 이게 맞나요? “사회적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서울교통공사에서요?
(자세한 내용은 ‘저항하고 싸우는 이들을 기록하는 진보적 장애인언론’ 비마이너 기사 <서울교통공사의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문건에 대한 비마이너의 입장>을 참고해 주세요.)
'사회적약자와의 여론전맞서기, 언론공작 서울교통공사 규탄 기자회견'이라고 적힌 현수막 시안
그동안의 전장연 투쟁을 함께 했던 노란들판은 온갖 선전홍보물 주문의 내용을 보면서 어떨 땐 안타깝고 어쩔 땐 분노하는 경우가 특히 많은 기획사라고 할 수 있지만, 이건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몰랐죠. 이후에 더 거대한 폭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것을요. 전부는 아니지만 어떤 This is from seok 때문에... (현재의 장애인 운동 동력을 만들어 낸 것은 오롯이 끈질긴 전장연의 투쟁이 핵심이다! seok은 거들었을 뿐...)
'장애인차별혐오상'이라고 적힌 디자인 이미지
국민의당 당대표 이준석에게 장애인을 차별하고 혐오하였기에 장애인차별혐오상을 수여한다고 적혀있다.
전장연의 20년이 넘어가는 투쟁의 역사를 교묘하게 비틀어 한 순간의 투정으로 만들어 버리려는 그의 오만함이 너무 얄미워서 노란들판 식구들은 다같이 일을 멈추고 탕비실에 모여 우아하게 커피를 내려 마시며 행복해야 할 내일을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내일의 주문 상황이 어떻게 될지도 모른채로...
'장애인권리예산 기획재정부 답변촉구를 위한 삭발투쟁결의식'이라고 적힌 현수막 이미지
전장연은 역시나 강력한 투쟁을 이어갔습니다! 노란들판도 강력한 노동력을 투입해야 했지요! 전장연의 장애인권리예산 투쟁은 이동권 투쟁만이 아닌데도 ‘자꾸 지하철에서 온갖 장애인 권리를 요구한다’고 누군가가 이상한 이야기를 해서 또한 짜증이 났습니다. 노란들판의 장애인 노동자 1인(범O씨)도 4호선 출근길에서 매일같이 장애인노동권에 대한 고뇌를 느끼며 지각을 통보해 왔죠. 약간은 즐거워 보였습니다. 출근길이 투쟁이라고요~!
seok과의 4월 13일(수) 1차 토론회는 공장의 업무 집중을 흐리게 만들었습니다. 전화 통화를 해야 하는 사무팀도, 화면에 집중을 해야 하는 디자인팀도, 기계소리 틈에서 분주한 작업팀도 토론회 영상을 띄우고 일을 하였죠. 때때로 $%@#&^&#@# 같은 이상한 큰 소리가 이곳 저곳에서 많이 들렸지만 각자 업무에 집중하려 애를 썼습니다.
박경석 대표가 2차 토론회에서 노란들판 공장이 제작한 판넬을 들고 있다.
가족의 탈시설 동의비율을 표로 만들어낸 판넬 이미지
탈시설 전에는 매우반대의 비율이 55%이고, 반대로 탈시설 후에는 매우동의의 비율이 66%이다.
1차 토론회에서 상대방(누구?)이 이해가 너무 어려웠던지... 2차토론회에서는 전장연이 여러가지 준비를 했나 봅니다. 5월 12일(목) 전날이었죠. 11일(수)에 저녁까지 판넬을 만들 수 있는지 급한 의뢰가 왔고... 전장연 활동가들이 열심히 디자인 해주신 파일을 그대로 출력 제작하는 것으로 합의(?)를 하고(물론 다시 편집 했습니다만...) 늦은 시간까지 열심히 제작했습니다.
그런데 12일(목) 당일 추가로 판넬을 10여장 더 제작해서 토론회 전에 보내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비상이었죠. 12시 전에 도착? 시간상으로 불가능했던 작업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의 간달프 고장샘은 판넬 29장을 들고 토론에 들어 갈 수 있었고, 저렇게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였다고 하더라고 그렇다고... 합니다.
3월 부터 6월까지 장애인 운동 진영의 분노와 투쟁의지는 공장의 노동자들의 의기 또한 뜨겁게 달구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약 100일 동안만 현수막 191 건, 판넬 209건, 스티커 19,200장, 기타 선전물 2,077장 등의 선전물을 사용하면서 현장을 누비는 전장연의 투쟁은 거침이 없었습니다.
네.... 그리고 우리의 스티커는 허락없이 훼손하지 않도록... 경고합니다!
혜화역 승강장 벽에 노란들판이 제작한 선전 스티커가 가득 붙어있다.
'버스 대폐차시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장애인 권리예산 보장', '탈시설 권리보장' 등의 문구가 있는 스티커 이미지
노란들판은 투쟁 소식을 선전물 주문 내용으로 알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가끔 한번씩 제작했던 삭발천을 이번에 대량으로 제작하였습니다. 깍아낸 머리에 두를 머리띠와 함께요. 언제 끝날 것이라는 기약 없이 매일매일 이어질 삭발식과 오체투지의 소식을 접하면서 삭발천과 머리띠를 제작하고 또 제작 하였습니다. 제작되는 수량만큼이나 앞으로 얼마나 많은 분들의 머리카락이 또 잘려나가야 이 투쟁이 끝날 수 있을지...
배재현 동지가 노란들판이 제작한 삭발 시 사용하는 천을 두르고 삭발을 하고 있다.
이형숙 대표가 노란들판이 제작한 삭발 머리띠를 두르고 삭발함을 안고 있다.
'장애인권리예산 쟁취!'라고 적힌 삭발머리띠 이미지
'예산없이 권리없다! 장애인권리예산 쟁취를 위한 인수위의 답변을 촉가한다!'라고 적힌 삭발천 이미지
노란들판은 차별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다양성을 담아내는 평등한 일러스트를 지향합니다.
이번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의 후원리플렛에 들어간 평등한 일러스트는 지하철에서 이어지는 장애인권리예산투쟁의 모습과 장애를 가진 다양한 몸을 표현해보고자 했습니다.
2022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의 후원리플렛 이미지.
지하철 이미지에 '우리 열차는 평등행 열차입니다'라고 적혀있다.
전장연 투쟁 현장에서 보이는 수많은 판넬들도 노란들판에서 상담하고 디자인하며 제작합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활동가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상단에 고리를 뚫고 줄을 이어서 제작합니다.
장애인 이동권, 장애인 권리보장법, 장애인 탈시설 권리 등이 적힌 판넬 이미지
지하철역사 안에 투쟁 단체가 시트지로 시공을 한 것은 처음이 아닐까요?
이것을 우리 노란들판은 ‘시공투쟁’이라고 부릅니다! 동지들의 견고한 대오가 있어 시공이 가능했습니다!
혜화역 지하철 출근 선전전 시트 이미지
2021년 12월 6일부터 현재까지 일수를 표시하는 공간이 있고, 혜화역 5-3 승강장(동대문 방면)이라고 장소도 쓰여있다.
노란들판 공장 활동가들이 혜화역에서 지하철 선전전 시트지를 붙이고 있다.
혜화역에 노란들판 공장이 제작한 지하철 선전전 시트지가 붙어있다.
함께합니다. 추모합니다. 기억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시설의 생활, 끊임없는 참사, 동반으로 죽음을 기도하는 시도, 포기하고 체념하게 만드는 사회... 선택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십시오! 선택은 누구나 좋은 것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입니다! 내몰리는 것이 아닌...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노란들판은 모두의 들판이기를 꿈꿉니다!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분향소'라고 적힌 현수막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