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료실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노들아 안녕

무엇이, 무엇이
닮았을까

 

 

 박유리

노들아안녕 박유리.jpg

 

 

 

처음 보는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한테 반말해.“
볼 일이 있어서 동주민센터를 갔는데, 내 말은 안 듣고 같이 갔던 선생님한테만 물어봤어.”

내가 시설에서 살았을 때, 선생님이 밥 안 먹는다고 화장실에 가뒀어.”

가족들이 자꾸 날 때려서 신고했는데, 가족들 말만 듣고 돌아갔어. 난 신고했다고 더 맞았어.”
가족들이 날 때리긴 하지만, 이 사람들마저 없으면 난 진짜 혼자잖아.”
내가 살던 곳에서 겨우 도망쳤는데, 혼자서는 못산다고 자꾸 돌아가래.”

일을 구하려는데, 보호자 동의를 받고 오래. 난 보호자가 없다고 하니까 일 못 한대.”
투표하고 싶다고 하니까 내 결정은 미성숙해서 안 된대.”

내가 지금 겪는 어려움은 다들 겪었던 혹은 가지고 사는 어려움이래. 잘 견뎌보래.”

 

 

   노들야학에 오기 전 청소년들을 만날 때 들었던 이야기들이에요. 노들야학에 온 지금도 여전히 곁에 머무는 이야기들이지만요. 노들야학에 온 뒤 사람들을 만나면서 청소년과 장애인의 삶이 참 닮았다는 걸 매일 확인하고 있어요.

 

   고민하면서 찾게 된 닮은 꼴은 사회가 이들의 존재를 유예시킨다는 점이에요. 청소년은 내가 경험했기 때문에, 장애인은 내가 경험하지 못해서 더 쉽게 대하기도 하는 것이지요. 비청소년과 비장애인은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고 있지만 말이에요. 마치 나의 삶과 너의 삶이 명확하게 구분된 것처럼.

 

   우리는 모두 그 문제들을 겪어왔거나, 겪게 될 가능성이 다분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한 개인이 가진 어려움을 남의 일처럼 방관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너무 바빠요. 내 삶도 버거워서 다른 삶에 기여하는 건 부담스럽고 힘들대요. 만약, 사람들에게 여유가 생긴다면 달라질까요?

 

   요즘 나를 귀찮게 하는 존재가 있다면, 그 존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려 노력하고 있어요. 내가 인식하지 못한 삶이 나의 삶으로 확장될 순간이니까요. 누리고 있던 것들을 포기하며 예기치 못한 존재와 함께 세상을 꾸리는 일은 어려울 수 있지만, 우리는 더욱 다양해질 삶의 관계에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노들의 투쟁이 누구나를 위한 사회로 향했던 것처럼 말이에요.

 

   함께 하는 사람들과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까지요. 아직 발견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인식하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동등함을 거부하는 사회와 싸워요, 삶의 구성원으로 동등함을 가지기 위해 나 자신과 싸우고. 노들야학에서 싸우는 방법을 배우고 있어요잘 부탁드립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893 2022년 여름 131호 - [고병권의 비마이너] 단식과 깡통 / 고병권 고병권의 비마이너 단식과 깡통      고병권 맑스, 니체, 스피노자 등의 철학,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에 대한 관심을 갖고 이런 저런 책을 써왔다. 인간학을 둘러싼...
892 2022년 여름 131호 - 박경석vs이준석 「썰전라이브」 후기 / 박정수 박경석vs이준석 「썰전라이브」 후기 "고장샘, 굿 잡!"      박정수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이지만 연구활동은 아주 조금만 하고 있고, 대신 전장연 지하철 시위... file
891 2022년 여름 131호 - 자기결정권은 탈시설의 전제가 아니라 목표다 / 김도현   자기결정권은 탈시설의 전제가 아니라 목표다      김도현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활동가, <비마이너> 발행인          2020년 12월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
890 2022년 여름 131호 - 악랄하게 잊혀지지 않기 / 박경석, 서한영교   악랄하게 잊혀지지 않기   노들장애인야학 신입교사세미나 질의응답 시간 중에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의 답         정리_서한영교   1 왜 이렇게... file
889 2022년 여름 131호 - [노들아 안녕] 어느 순간 같이 웃고 떠들고 의지하고 / 남대일 노들아 안녕 어느 순간 같이 웃고 떠들고 의지하고      남대일          안녕하세요.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에 입사한 지 벌써 4개월이나 된 남대일입니다.      ... file
888 2022년 여름 131호 - [노들아 안녕] 함께 비를 맞는 사람 / 김지현 노들아 안녕 함께 비를 맞는 사람      김지현          안녕하세요. 저는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신입 활동가 김지현이라고 합니다. 글을 쓰려고 보니 제가 ... file
887 2022년 여름 131호 - [노들아 안녕]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 권오성 노들아 안녕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권오성 권오성님이 손으로 쓴 원고가 있다.                          [대체텍스트]       사회 홈리스 행동 단체로 노... file
» 2022년 여름 131호 - [노들아 안녕] 무엇이, 무엇이 닮았을까 / 박유리   노들아 안녕 무엇이, 무엇이 닮았을까      박유리       ”처음 보는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한테 반말해.“ “볼 일이 있어서 동주민센터를 갔는데, 내 말... file
885 2022년 여름 131호 - [노들아 안녕] 노들야학에 왔어요 / 박찬욱   노들아 안녕 노들야학에 왔어요      박찬욱          안녕하세요! 노들야학 찬욱입니다~~!!~! 올해 2월부터 우당탕탕 신입활동가의 일상을 보내다보니 4개월이... file
884 2022년 여름 131호 - [노들아 안녕] 항상 웃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이윤재   노들아 안녕 항상 웃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윤재          안녕하세요! 2022년 1월부터 노들장애인야학에서 활동하게 된 신입활동가 이윤재입니다! 저는 ... file
883 2022년 여름 131호 - 손 안의 손(Main dans main) / 엠마누엘 사누, 소영   손 안의 손 (Main dans main)  전시 <어라운드>    글: 엠마누엘 사누 댄서이자 쿨레칸 팀의 안무가입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춤을 좋아해서 노들을 만났습니다.... file
882 2022년 여름 131호 - 이웃사촌이 되고 싶은 나의 이웃 / 백구 이웃사촌이 되고 싶은 나의 이웃     백구 낮 수업 목요일 진(zine) 수업해요. 어디서나 '머쓱'한 사람입니다. 중심보다 주변부를 좋아하고 미끄러짐으로써 넓어... file
881 2022년 여름 131호 - [욱하는 女자] (당사자 앞에 놔두고 참........어이가 없으심!!!!) / 박세영   욱하는 女자 당사자 앞에 놔두고 참........어이가 없으심!!!!      박세영 최근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도전해보고자 불끈불끈하고 있는 센터판의 고인물 박세... file
880 2022년 여름 131호 - 왜 '제1회 장애인 노동절'인가? / 정창조   왜 '제1회 장애인 노동절'인가?  2022년을 노동 패러다임 대전환의 원년으로!   정창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노동권위원회, 노들장애학 궁리소 등에서 활동... file
879 2022년 여름 131호 - 16주년에 전하는 15주년 감사인사 (feat. 뜻밖의 콜라보) / 안주   16주년에 전하는 15주년 감사인사  (feat. 뜻밖의 콜라보)   안주 망고밖에 모르는 망고누나            2021년은 노란들판이 15주년을 맞이한 해입니다. 작년... file
878 2022년 여름 131호 - 2022 평등한밥상 2022 평등한 밥상           [대체 텍스트]    2022 노들장애인야학 평등한 밥상  일시 : 2022년 10월 14일 (금) 오후 1시~9시 30분  장소 : 마로니에 공원    밥... file
877 2022년 여름 131호 - 고마운 후원인들 고마운 후원인들       노들과 함께하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22년 6월 30일 기준)           CMS 후원인 (주)머스트자산운용 (주)피알판촉강경...
876 2022년 봄 130호 - 노들바람을 여는 창 / 김유미   노들바람을 여는 창     김유미 <노들바람> 편집인        <노들바람>은 노란들판에 속한 단체들이 '노들 편집위원회'를 꾸려 만들고 있습니다. 각 단체 활동가...
875 2022년 봄 130호 -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참사 21주기_다시, 버스를 타자 / 한명희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참사 21주기 다시, 버스를 타자!     한명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데에 파견된 2년차 신입활동가. 노들야학 모꼬지 같이 갈 생각을 자주 ... file
874 2022년 봄 130호 - 혜화역 지하철 출근 선전전 - 장애인도 지하철 타고 출근합시다! / 박미주   혜화역 지하철 출근 선전전 장애인도 지하철 타고 출근합시다!     박미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노들을 만나 장애인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노들과 함께라... fil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58 Next
/ 58
© k2s0o1d5e0s8i1g5n. ALL RIGHTS RESERVED.
SCROLL TOP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