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여름 131호 - 손 안의 손(Main dans main) / 엠마누엘 사누, 소영
손 안의 손
(Main dans main)
전시 <어라운드>
글: 엠마누엘 사누
댄서이자 쿨레칸 팀의 안무가입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춤을 좋아해서 노들을 만났습니다.
번역: 소영
춤 속에 삶이 있다고 생각하며, 우리의 삶 속에서 춤을
보다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노들에서 춤을 가르친 지 이제 5년이 되었습니다. 5년동안 이 커뮤니티 안에서 내가 보고 느끼고 알게된 것들을 나누기 위해 전시회를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이 전시는 이 커뮤니티를 이끌고 여기에서 일하고 춤춰온 모든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나는 무엇이 삶의 기쁨이고, 무엇이 인간다움인지 표현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이 공동체에서 나는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 산다는 것의 기쁨과 가까이 있는 사람에 대한 사랑, 인내, 타인을 위한 내면의 공간, 있는 그대로 누군가를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5년동안 우리가 일하며 만든 것들을 나누고 싶습니다.
전시의 제목은 <AROUND>, 우리의 주변, 곁을 뜻하는 말입니다. 곁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은 가까이에서 나를 관찰하고, 생각하고, 성장과 변화를 지켜보는 사람들입니다. 이 공동체 안에서 우리가 함께 살며 경험한 많은 감정들을 공동체 바깥의 사람들과 나누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항아리 안에 뭐가 들었는지 뚜껑을 열지 않으면 모르죠.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그 뚜껑을 열고 싶어요.
코로나19로 야외에서 공연을 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우리는 댄스필름을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영상으로 어떻게 만들까 생각하는 중 작품의 이름 ‘I am my star(아이 엠 마이 스타)’가 태어났습니다. 모든 댄서는 각자의 캐릭터와 움직임을 갖고 있고, 각자의 캐릭터를 살릴 수 있는 공간에서 촬영했습니다. 촬영 후, 이 필름을 사람들이 보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했어요.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의 스타가 아니라 내가 나의 스타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스타는 미디어에서 볼 수 있고, 만나지 않고도 어디서나 볼 수 있습니다. 내가 나의 스타인 것은 나에게 진실하고, 남에게 정직하고, 거기에서 아주 밝은 빛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만약 다른 이들이 이렇게 밝게 빛나는 커다란 별을 볼 수 있다면 고맙겠지만, 보지 않더라도 내가 이걸 증명할 필요는 없어요. 나는 나의 스타입니다.
전시회에서 우리는 이 영상을 상영하고, 댄서들이 그린 그림도 걸고, 노들 에스쁘와의 공연도 할 겁니다. 그리고 부르키나파소 뮤지션 아미두 발라니(Amidou Balani), 코트디부아르 뮤지션 이브라힘 코나테(Ibrahim Konate), 한국의 젬베콜라(Djembecola) 팀을 초대했습니다. 이 모든 음악가들은 공연으로 이 전시를 후원합니다.
우리는 이 전시회에 여러분 모두를 초대합니다.
먼저 감사합니다. 이 전시를 찾은 관객 여러분. 여러분의 후원에 감사합니다. 우리들의 전시를 즐기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 전시에 참여하는 모든 예술가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 전시를 현실로 만들어준 노들장애인야학 여러분.
나는 다양한 공간에서 많은 관객들이 에스쁘와 팀을 만나 함께 이 순간을 숨쉴 수 있기를, 서로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만남이 여러분에게 건네는 에너지는 우리 모두의 삶을 다시 새롭게 바라보는 힘이 될 것이라 나는 믿고 있습니다.
‘노들 에스쁘와(Nodeul Espoir)’
노들 에스쁘와는 매주 화요일 낮 노들장애인야학에 모여 춤과 움직임으로 소통하는 프로그램의 이름이자 참여하는 사람들을 부르는 말입니다. 2017년 장애인평생교육시설인 노들장애인야학과 무용단체인 쿨레칸이 함께 춤 수업을 만들고 매주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젬베 연주에 맞추어 천천히, 즐겁게, 함께 움직이며 서로 알아나가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해 5월부터 장애인거주시설 인강원에서 생활하는 10여명이 화요일마다 노들야학의 봉고차를 타고 나와 두어시간 춤을 함께 추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시간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온 이들이 노들에스쁘와를 징검다리 삼아 다시 세상과 만나고, 춤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5년이 지나고 6년을 맞이한 지금. 인강원에서 10명을 꽉 채워 타고 나오던 노들 봉고차에 이제는 3명이 타고 나옵니다. 하나둘 ‘탈시설’해 지역사회에서 이웃들과 어울려살기 시작한 것입니다. 노들 에스쁘와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움직임에 진동하며 변화해왔습니다. 어떤 춤은 나를 단단히 지켜주었고, 또 어떤 춤은 내 곁에서 함께하는 이를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에너지가 되어주었습니다. 에스쁘와(Espoir)는 프랑스어로 ‘희망’을 뜻합니다. 평등과 존중,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희망이 이 이름에 담겨 있습니다.
l'espoir pour d'égalité
l'espoir d'avoir du respect considération
l’espoir pour le lendemain meilleur
4월7일~12일에 열린 어라운드 전시 포스터
어라운드 전시장 입구. 아이엠마이스타 영상이 전시장 벽에 크게 상영되고 있다. 사진 정택용.
어라운드 전시 닫는 공연. 노들에스쁘와의 커뮤니케이션 서클이 펼쳐져 있다. 사진 정택용.
커뮤니케이션 서클 안에 들어가 춤을 추는 노들에스쁘와 멤버들이 있다. 사진 정택용.
엠마누엘과 함께 춤을 추는 박만순 노동자가 있다. 사진 정택용.
어라운드 전시장 음성해설을
들을 수 있는 큐알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