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겨울 106호 - 장애해방학교를 마치고
[장애인운동알기 교육2]
장애해방학교를 마치고
박정숙 | 노들야학 한소리반, 활동보조인 교육기관 활동가
무더위도 사그라지고 가을인가 싶을 시월에 장애해방 학교가 열렸습니다. 궁금함과 설렘으로 익숙한 장소인 노들야학으로 갔습니다. 낯익은 얼굴들과 설은 얼굴들 다소 어색하고 긴장되었습니다.
첫째 날은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속에서 장애인의 위치’라는 제목으로 이진경 서울과학기술 대학교 교수님이 강의해주셨다. 제목조차 어렵고 생소해서 마음이 쪼그라들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이 많고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60년대부터 현재까지 자본의 흐름과 거기서 벌어지는 노동의 행태와 착취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열강 해주셨고 어려운 말이 많아서 다소 힘들긴 했지만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둘째 날은 장애등급제 폐지와 장애인권리보장법에 대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 조현수 활동가님께서 강의해주셨다. 장애등급제의 역사와 장애인복지법. 왜 장애등급제가 폐지되어야 하는지, 폐지되었을 때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상세히 듣게 되었습니다. 늘 궁금했지만 어렵게 느끼던 부분을 듣게 되었고 마음을 새롭게 갖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다 숙지되지 못해서 틈틈이 교재를 보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셋째 날. 장애인에 대한 이해-장애와 장애인권의 사회적 이해에 관해 장애인언론 비마이너 발행인이고 노들야학 선생님이신 김도현 활동가님이 강의하셨습니다. 이 사회가 장애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규정짓고 있는지에 대해, 300년 전에 왜 장애인이라는 범주가 형성 되었는지에 대해, 차별받기 때문에 장애인이 된다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국내외 실제 사례와 장애인복지법의 시초인 1981년에 제정된 심신장애자복지법에 대해 처음 듣게 되었습니다. 좀 어려웠지만 다양한 비유와 사례들을 통한 강의에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우리가 흔히 쓰는 "손상"이란단어가 장애를 지칭하고 그 안에 차별과 억압이 숨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부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 시간이었지요. 듣는 과정에서 나에게 어려운 부분들은 강의 교재가 잘되어 있어서 자주 보고 알아가고 있습니다.
넷째 날. 소수자 인권 운동과 장애인 운동, 다섯 째날 왜 탈시설인가는 개인사정이 있어서 듣지 못했습니다. 좋은 강의를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고 다 참석하지 못한 부끄러움을 고백합니다.
여섯째 마지막 날 진보적 장애운동의 미래와 전망에 관해 노들야학 교장선생님이시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이신 박경석 교장선생님께서 강의해주셨습니다. 장애운동의 전망은 시혜와 동정을 걷어치우고 권리의 시대로 움직인다. 이렇게 시작된 강의는 중도에 장애를 입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떻게
투쟁하고 변화시켜 왔는지에 대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듣고 보게 되었습니다. 익히 알고 있었던 이야기이지만 듣고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눈물이 납니다. 차별과 장애인을 낙인화 하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해 온몸을 던져, 생명을 던져, 투쟁하는 동지들의 결의에 찬 눈빛과 몸짓이 그 가열찬 투쟁이 활동보조인 제도를 만들고,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만들고, 저상버스를 도입하고 거리에 턱을 부수고,
계단에 경사로를 설치하고,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것을 바꿔나가기 위해 외치고 싸워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결석이 있어서 수료증 받기가 부끄러웠지만 다음 년도에 꼭 다시 참석할 것을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나는 노들에 오기 전에는 장애인으로 이 사회에서 살면서 힘든 부분이 많았고 포기한 것들도 참 많았지만 권리를 주장하거나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강의를 들으며 당당하게 외치고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싸워야 한다는 것을 더 확실히 다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꼭 필요하고 유익한 강의 듣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