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료실

조회 수 102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판에서 연극으로 경계를 허물다
병명 : 장애인에 대한 편견
처방 : 장애인문화예술판 공연 관람

미나 | 내가 태어나 돌이 막 지났을 무렵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된 아빠를 평생 보며 살아 왔다. 하지만 아부지를 장애인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냥 내겐 ‘우리 아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내 생에 가장 많은 장애인들을 만난 장애인문화예술판에서의 1년. 판에서 보낸 지난 1년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에 대해 내가 품고 있던 경계를 새삼 느끼는 시간이었고, 또 한편으로 그 경계를 허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판과 함께할 수 있었던 시간에 감사하며, 미나.


1년 전, 판에 처음 왔을 때 좌 대표님이 내게 판 업무를 익히라며 여러 가지 자료들을 던져 줬다, 사실 ‘일 하다보면 알게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대충대충 건성건성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 이게 바로 장애인문화예술판이구나!’하고 내 머리를 한 대 쥐어박은 자료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올해 2년차를 맞이한 자립예술 프로젝트의 1년차 교육 결과물인 ‘러브러브’ 공연이었다.

‘생각보다 연기를 잘하네.’

어느새 삐딱했던 몸을 일으켜 정자세로 고쳐 앉아 모니터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한 집중력으로 공연 영상을 보며 ‘생각보다 잘하네’ 하고 판단하는 내가 있었다.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생각보다 잘한다’고 여겼던 것일까? 흔히 교과서 혹은 고리타분한 발제문에서 볼 수 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란 놈이 나도 모르게 내 속에 뿌리 깊게 탑재되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장애인들이 연극을 한다고? 그냥, 그렇겠지 뭐.
잘해봐야 얼마나 잘하겠어?’

뭐. 이런 생각들. ‘그랬구나.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나.’ 깨닫는 순간 참 오싹했다. 세상의 많은 편견들과 ‘안녕’했다고 착각하고 잘난 척하며 살고 있던 내 안의 어둠을 적나라하게 봤으니 오싹할 수밖에. 한편으로는 ‘이런 판의 배우들’과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 볼 생각에 들뜨기도 했다. 작년에는 이렇게 멋진 공연을 만들었는데, 과연 올해는??? 얼마나 더 멋진 공연을 만들게 될까??? 하고 말이다.

시간은 구름과 같이 흘러 어느새 장애인문화예술판에는 공연 수확의 계절인 가을이 다가왔다.

장애인 극단이라고 무시하는 거야?
장애인이라고 무시했다간 큰 코 다친다고!

<이 동네 개판이네>로 2015년 장애인문화예술판 공연의 서막을 열었다. <이 동네 개판이네>는 장애인들이 항상 집에서 빈둥거릴 거라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 극단 판 단원들이 연극을 만들고, 사물놀이를 배우는 과정에서 서로 싸우고 울다가 웃는 일상을 그린 작품이다. 비장애인 연출이 장애인 배우들을 가르치러 왔다가 배우고 돌아간다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동네 개판이네> 공연 안의 극이었던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기한 고고(서훈), 디디(김진옥), 포조(임은영)와 럭키(금민정) 네 배우의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106nd_93.jpg

사진 : <이 동네 개판이네> 공연 장면 (왼쪽부터 디디, 고고, 럭키, 포조)



공연이 끝나고 한 관객이 배우에게 매우 들뜬 표정으로 이렇게 얘기했다.

“우와. 저 사실 장애인 극단이라고 해서 별 기대 안하고 왔는데,
오늘 공연 너무 멋졌어요!”

10월에는 작년 <러브러브> 공연을 했던 자립예술 프로젝트 2년차의 결과물인 통합예술 <심장이 뛴다> 공연을 했다. 연기에 집중했던 작년과 달리 영상과 무용 그리고 연기가 어우러졌다. 1년 동안 배우들이 만든 이야기들로 구성된 극과 배우들이 직접 만든 무용을 선보일 수 있었던 통합예술공연 <심장이 뛴다>의 관객 후기는 더 큰 감동과 울림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너무 훌륭하고 감동이었어요. 내년 공연도 기대돼요.
진짜 감동적이었습니다. 최고의 공연이었습니다.
표정, 대사, 움직임 다 환상적이었습니다.
가슴이 뛰었답니다. (from 노들 장애인 야학)


관객들의 관람 후기를 읽으며, 내 가슴도 뛰었다.

106nd_92.jpg

사진 : 통합예술공연 <심장이 뛴다> 공연 장면.



판의 2015년 마지막 공연은 <이 지독한 삶이여, 다시!>이다. 한국의 전통음악을 재해석해 실험적인 창작음악을 만들고 공연하는 창작음악그룹 the튠과 국내외 20여 개국에서 여러 장르의 예술가들과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공동작업으로 내공을 쌓아 온 연출가 리지프로젝트 대표 리지(이지현)와의 앙상블이 환상의 하모니를 그려낸 음악극이다.

106nd_94.jpg
사진 : <이 지독한 삶이여, 다시! ‘유쾌한씨의 운수좋은 날’> 공연 장면.


영국의 장애인 운동가 핀켈슈타인(Finkelstein, 1993)은 문화예술이 장애인에 대한 대표적 사회적 이미지인 <자선의 대상, 비극적 장애인의 이미지 혹은 인간 승리의 신화>를 벗겨내고 인간 자체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2015년 장애인문화예술판 배우들의 공연은 핀켈슈타인의 주장을 그대로 증명해 주는 공연이었다. 그래서 어느 관객의 말처럼 내년이 더욱 더 기대된다.

혹시 주변에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불쌍한 이가 있다면, 장애인문화예술판의 공연을 처방해 주는 것은 어떨까? (단, 주로 9월 이후 연말에만 처방 받을 수 있으므로, 환자의 인내심을 요함.)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 2015년 겨울 106호 - 판에서 연극으로 경계를 허물다 판에서 연극으로 경계를 허물다 병명 : 장애인에 대한 편견 처방 : 장애인문화예술판 공연 관람 미나 | 내가 태어나 돌이 막 지났을 무렵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 file
143 2015 겨울 106호 - 사라진 주말, 멘붕의 연속 그리고... 사라진 주말, 멘붕의 연속 그리고... 미디어아트 ‘줄탁동시’에서 뭔가를 하얗게 불태운 이야기 강미진 | 저는 편의점과 바나나우유를 사랑하고 요즘 하루키 소설... file
142 2015 겨울 106호 - 【노들 책꽂이】 마루야마 겐지의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 노들 책꽂이 】 마루야마 겐지의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허위에 대한 날카로운... 사이다 같은 책 허신행 | 2010년 학교 졸업 후 상근자로서 줄곧 노들... file
141 2015 겨울 106호 - 비마이너가 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1년 뒤에는... 비마이너가 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1년 뒤에는... ‘5인 미만 인터넷신문 퇴출’ 신문법 시행령 강행에 반대합니다 하금철 | 어쩌다보니 장판에 들어왔다. 어쩌... file
140 2015 겨울 106호 - [동네 한 바퀴] PL사랑방, 반갑습니다! 【 동네 한 바퀴 】 PL사랑방, 반갑습니다! KNP+ 문수 님을 만났습니다. 한명희 | 노들야학에서, 그리고 광화문 지하역사2층에서 가난한 사람과 장애인이 함께 ... file
139 2015 겨울 106호 - [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 【 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 】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 연대매니저 손지후 님을 만났습니다 노들은 어딜 가든 사람이 여럿 모이면 여러 가지 걱정거... file
138 2015 겨울 106호 - [노들은 사랑을 싣고] the power of 승배 【 노들은 사랑을 싣고 】 the power of 승배 야학 동문 정승배 학생 김진수 | 야학교사 진수입니다. 요새 취미는 점심시간마다 낙산에 올라 제가 살고 있는 곳... file
137 2015 가을 106호 - 2015년 기부금영수증(소득공제용) 발급 안내 2015년 기부금영수증(소득공제용) 발급 안내 2015년 한 해 동안 따뜻한 정성을 보내주신 노들 회원+후원인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번 해에도 노들에서는 기부...
136 2015 겨울 106호 - 고마운 후원인들 2015년 11월 노들과 함께하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CMS후원인 강경완 강귀화 강남훈 강문형 강미진 강병완 강복원 강복현 강성윤 강수혜 강영미 강유...
135 2015 가을 105호 - 노들바람을 여는 창 노들바람을 여는 창 올해 노들야학은 큰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야학은 아차산에서 대학로로 오면서 ‘밤 야’자를 쓰는 야간학교에서 ‘들 야’자를 쓰는 들판의 학...
134 2015 가을 105호 - 광화문농성? 자연스럽게 끝나는 날이 옵니다 광화문농성? 자연스럽게 끝나는 날이 옵니다 두 제도 완전히 폐지되면 당연히 농성도 끝! 김 유 미 | 노들야학 상근자로 일하며 노들바람을 만든다. 물론 혼자서... file
133 2015 가을 105호 - 그의 끝이 미완인 이유 그의 끝이 미완인 이유 고 병 권 | 오랫동안 연구공동체 수유너머에서 밥 먹고 공부해왔으며, 이번 여름부터 무소속 연구자로 살아가고 있다. 노들야학에서 철학... file
132 2015 가을 105호 - 노란들판의 꿈, 이루어지다? 노란들판의 꿈, 이루어지다? 네 번째 공장 이전을 하며... 박 시 백 | 노란들판 10년차 디자이너- / 맥주 500cc 5잔 이상부터 내면으로부터 끓어오는 에너지로 ... file
131 2015 가을 105호 - [노들아 안녕] 송무림 송정규 박누리 김진수 이상우 최영은 이수현 이승헌 정우영 노들아 안녕? 노들과 새롭게 함께하게 된 분들을 소개합니다 송 무 림 l 송 정 규 l 박 누 리 l 김 진 수 l 이 상 우 l 최 영 은 l 이 수 현 l 이 승 헌 l 정 우 ... file
130 2015 가을 105호 - 우리는 2인 1조 우리는 2인 1조 둘 사이를 잇는 발판 김 유 미 | 노들바람 편집인이다. 앞서 들어간 본인 글에도 자기소개를 넣은 터라 이번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필자 자... file
129 2015 가을 105호 - 저는 노들 활동보조인교육기관에서 일해요 저는 노들 활동보조인교육기관에서 일해요 박 정 숙 | 노들야학 학생이고 (사)노들 활동보조인교육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종이공예를 하고, 가끔 시 쓰는 것을 ... file
128 2015 가을 105호 - [뽀글뽀글 활보 상담소] 초보 활보코디의 생각’s [뽀글뽀글 활보 상담소] 초보 활보코디의 생각’s 송 정 규 | 나는 하정우를 닮은 송정규다. 이렇게 얘기를 하면 주변에서 자꾸 욕을 한다. 그런 내 얼굴이 궁금...
127 2015 가을 105호 - 메르스로 사망한 활동보조인, 그림자노동의 슬픔 메르스로 사망한 활동보조인, 그림자노동의 슬픔 사망한 활동보조인,‘전파자’ 아닌 ‘산재 노동자’로 불려야 고 미 숙 |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사무국장입니다.... file
126 2015 가을 105호 - 알바는 돈이 필요한 노동자다 알바는 돈이 필요한 노동자다 조 은 별 |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숭실대학교 총여학생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좋아하는 건 도로점거. 기타 연습을 열심히 한다. 많... file
125 2015 가을 105호 - 스물두 번째 <노란들판의 꿈 - 니나노>에 초대합니다. 스물두 번째 &lt;노란들판의 꿈 - 니나노&gt;에 초대합니다. &quot;카르페, 카르페 디엠, 현재를 즐겨라. 너희들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quot; - 영화 &lt;죽은 시인의 사회&gt; 중 삶... fil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4 45 46 47 48 49 50 51 52 53 ... 56 Next
/ 56
© k2s0o1d5e0s8i1g5n. ALL RIGHTS RESERVED.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