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료실

조회 수 77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사라진 주말, 멘붕의 연속 그리고...
미디어아트 ‘줄탁동시’에서 뭔가를 하얗게 불태운 이야기

강미진 | 저는 편의점과 바나나우유를 사랑하고 요즘 하루키 소설에 푹 빠져 사는 34살의 꽃 처녀 미진입니다.


106nd_112.jpg



난 준비한 모든 걸 다 보여줬어
하얗게 내 자신을 불태웠어

시선(장애인노래패)에서 활동하면서 미디어아트가 장애인이 활동하는 극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연극을 준비한다는 정보도 듣게 되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냥 스텝으로 도와달라고 하기에 시선의 신입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기꺼이 도와드리겠다고 했다. 그 주 주말에 오디션 비스무리한 걸 봤고, 사진을 찍었고 그 뒤 내 주말은 없어졌다.

내가 연극 준비를 시작했을 때에는 스토리와 모든 역이 다 정해져 있었다. 난 마치 깍두기 같은 느낌으로 원래 스토리에 없던 활보역(이름도 없다, 그냥 활보란다)을 억지로 끼워넣은 듯한 느낌이어서 정말 매력적인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하기가 싫었다. 그냥 한 달 반밖에 남지 않은 시간에 연습 스케줄도 벅찼고 업무도 쌓여있어 대충하자라는 심정이 컸다. 내가 해봤자 얼마나 사람들이 기대를 하고, 또 내가 얼마나 잘하겠나 라는 심정으로 말이다.

처음에는 활보역의 비중이 아주 작았다. 까메오라고 생각될 정도의 분량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점점 늘어가는 대사와 내가 해야 하는 영역이 많아졌다. ‘내가 소질이 있나?’ ‘사람들이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데 실망시키면 안 되겠다. 잘해야지.’라고 점점 내 자신이 변화해 가는 과정이 좋았던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이 없어져도 줄탁동시 멤버들과 교류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대본 리딩을 잘한다는 칭찬도 듣고... 행복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행복과 칭찬에 내 스스로가 자만했던 것 같다. 처음으로 리딩과 동선을 정하는 날 줄탁동시 준비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멘붕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내 몸이 내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았고 외웠던 대사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멤버들에게 우울하고 불쾌한 내 감정을 여과 없이 표현했던 것 같아 미안했다. 그때는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에 한없이 작아지는 감정이 들었다.

106nd_109.jpg

사진 : 오른쪽이 미진.



그것을 계기로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처음부터 열심히 해보자!’라고 각성하게 되었다. 그런 계기가 없었으면 지금까지 ‘내가 원래 잘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아주 거만하게 행동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부터 열심히 최선을 다해 연습했고 내가 맡은 역할에 대한 이미지에 대해 생각하고 의상, 소품 등을 준비할 수 있었다.

무대에 오르기 전 날 리허설 때 난 또 다른 멘붕을 경험했다. 목소리가 작은 것에서부터 조명의 열기까지 연습 때와는 또 다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너무 힘들었고 또다시 내 자신이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 멤버들이 저에게 힘이 되어 주었다. 잘 할 수 있다고 파이팅 해주었고 내가 좋아하는 콜라도 사주었다. ^^

무대에 오르는 당일 떨리는 마음으로 한 번 더 리허설을 하였고 드디어 무대에 오르기 위해 의상을 입고 분장을 하기 시작했다. 난 다른 배우들보다 비중이 작았던 탓도 있고 의상이나 분장이 단순해서 빠르게 준비할 수 있었다. 준비를 빨리 끝내고 다른 스텝을 도와주려고 했는데 스텝이 ‘너는 배우다. 쉬어라.’라고 해서 비로소 내가 무엇을 위해서 주말을 반납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해주어 고마웠고 편안한 마음으로 대본을 더 볼 수 있었다.

3회 무대가 모두 끝나고 별다른 실수 없이 무사히 끝냈다는 뿌듯함과 홀가분한 마음이 지난 날들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처음의 어색함, 연습하면서의 자만감과 속상함, 무대에 오르면서의 긴장감, 끝나고 나서의 뿌듯함과 홀가분함이 뒤엉켜 감동이 되었다. 비록 처음 무대에 올랐고 내가 원한 역할(난 원래 스텝이었다)은 아니었지만 무대 체질이라는 의외의 칭찬(?)을 받기도 하였다.

‘난 준비한 모든 걸 다 보여줬어, 하얗게 내 자신을 불태웠어’ 그러고 뒤풀이 때 전사했지 ^^
다음날 숙취에 몸살을 앓았다고... 끝.

106nd_111.jpg


106nd_110.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144 2015년 겨울 106호 - 판에서 연극으로 경계를 허물다 판에서 연극으로 경계를 허물다 병명 : 장애인에 대한 편견 처방 : 장애인문화예술판 공연 관람 미나 | 내가 태어나 돌이 막 지났을 무렵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 file
» 2015 겨울 106호 - 사라진 주말, 멘붕의 연속 그리고... 사라진 주말, 멘붕의 연속 그리고... 미디어아트 ‘줄탁동시’에서 뭔가를 하얗게 불태운 이야기 강미진 | 저는 편의점과 바나나우유를 사랑하고 요즘 하루키 소설... file
142 2015 겨울 106호 - 【노들 책꽂이】 마루야마 겐지의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 노들 책꽂이 】 마루야마 겐지의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허위에 대한 날카로운... 사이다 같은 책 허신행 | 2010년 학교 졸업 후 상근자로서 줄곧 노들... file
141 2015 겨울 106호 - 비마이너가 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1년 뒤에는... 비마이너가 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1년 뒤에는... ‘5인 미만 인터넷신문 퇴출’ 신문법 시행령 강행에 반대합니다 하금철 | 어쩌다보니 장판에 들어왔다. 어쩌... file
140 2015 겨울 106호 - [동네 한 바퀴] PL사랑방, 반갑습니다! 【 동네 한 바퀴 】 PL사랑방, 반갑습니다! KNP+ 문수 님을 만났습니다. 한명희 | 노들야학에서, 그리고 광화문 지하역사2층에서 가난한 사람과 장애인이 함께 ... file
139 2015 겨울 106호 - [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 【 오 그대는 아름다운 후원인 】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 연대매니저 손지후 님을 만났습니다 노들은 어딜 가든 사람이 여럿 모이면 여러 가지 걱정거... file
138 2015 겨울 106호 - [노들은 사랑을 싣고] the power of 승배 【 노들은 사랑을 싣고 】 the power of 승배 야학 동문 정승배 학생 김진수 | 야학교사 진수입니다. 요새 취미는 점심시간마다 낙산에 올라 제가 살고 있는 곳... file
137 2015 가을 106호 - 2015년 기부금영수증(소득공제용) 발급 안내 2015년 기부금영수증(소득공제용) 발급 안내 2015년 한 해 동안 따뜻한 정성을 보내주신 노들 회원+후원인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번 해에도 노들에서는 기부...
136 2015 겨울 106호 - 고마운 후원인들 2015년 11월 노들과 함께하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CMS후원인 강경완 강귀화 강남훈 강문형 강미진 강병완 강복원 강복현 강성윤 강수혜 강영미 강유...
135 2015 가을 105호 - 노들바람을 여는 창 노들바람을 여는 창 올해 노들야학은 큰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야학은 아차산에서 대학로로 오면서 ‘밤 야’자를 쓰는 야간학교에서 ‘들 야’자를 쓰는 들판의 학...
134 2015 가을 105호 - 광화문농성? 자연스럽게 끝나는 날이 옵니다 광화문농성? 자연스럽게 끝나는 날이 옵니다 두 제도 완전히 폐지되면 당연히 농성도 끝! 김 유 미 | 노들야학 상근자로 일하며 노들바람을 만든다. 물론 혼자서... file
133 2015 가을 105호 - 그의 끝이 미완인 이유 그의 끝이 미완인 이유 고 병 권 | 오랫동안 연구공동체 수유너머에서 밥 먹고 공부해왔으며, 이번 여름부터 무소속 연구자로 살아가고 있다. 노들야학에서 철학... file
132 2015 가을 105호 - 노란들판의 꿈, 이루어지다? 노란들판의 꿈, 이루어지다? 네 번째 공장 이전을 하며... 박 시 백 | 노란들판 10년차 디자이너- / 맥주 500cc 5잔 이상부터 내면으로부터 끓어오는 에너지로 ... file
131 2015 가을 105호 - [노들아 안녕] 송무림 송정규 박누리 김진수 이상우 최영은 이수현 이승헌 정우영 노들아 안녕? 노들과 새롭게 함께하게 된 분들을 소개합니다 송 무 림 l 송 정 규 l 박 누 리 l 김 진 수 l 이 상 우 l 최 영 은 l 이 수 현 l 이 승 헌 l 정 우 ... file
130 2015 가을 105호 - 우리는 2인 1조 우리는 2인 1조 둘 사이를 잇는 발판 김 유 미 | 노들바람 편집인이다. 앞서 들어간 본인 글에도 자기소개를 넣은 터라 이번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필자 자... file
129 2015 가을 105호 - 저는 노들 활동보조인교육기관에서 일해요 저는 노들 활동보조인교육기관에서 일해요 박 정 숙 | 노들야학 학생이고 (사)노들 활동보조인교육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종이공예를 하고, 가끔 시 쓰는 것을 ... file
128 2015 가을 105호 - [뽀글뽀글 활보 상담소] 초보 활보코디의 생각’s [뽀글뽀글 활보 상담소] 초보 활보코디의 생각’s 송 정 규 | 나는 하정우를 닮은 송정규다. 이렇게 얘기를 하면 주변에서 자꾸 욕을 한다. 그런 내 얼굴이 궁금...
127 2015 가을 105호 - 메르스로 사망한 활동보조인, 그림자노동의 슬픔 메르스로 사망한 활동보조인, 그림자노동의 슬픔 사망한 활동보조인,‘전파자’ 아닌 ‘산재 노동자’로 불려야 고 미 숙 |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사무국장입니다.... file
126 2015 가을 105호 - 알바는 돈이 필요한 노동자다 알바는 돈이 필요한 노동자다 조 은 별 |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숭실대학교 총여학생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좋아하는 건 도로점거. 기타 연습을 열심히 한다. 많... file
125 2015 가을 105호 - 스물두 번째 <노란들판의 꿈 - 니나노>에 초대합니다. 스물두 번째 &lt;노란들판의 꿈 - 니나노&gt;에 초대합니다. &quot;카르페, 카르페 디엠, 현재를 즐겨라. 너희들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quot; - 영화 &lt;죽은 시인의 사회&gt; 중 삶... fil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4 45 46 47 48 49 50 51 52 53 ... 56 Next
/ 56
© k2s0o1d5e0s8i1g5n. ALL RIGHTS RESERVED.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