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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마이너]

장애인연금 받고 숨통 트였다고? 너 속은 거야.
  복지부 웹툰 ‘더불어 행복한 사회’ ①장애인연금편‘꼼수’ 한가득 장애인연금, 속살을 파헤치자

 

# 복지부 웹툰 ‘더불어 행복한 사회’

 

연희는 남자친구에게 미안했다. 매일 신세만 지고 생일 한 번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사랑하는 연인의 생일에 작은 케이크 하나 살 수 없다니, 마음 아픈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마치 연금 때문인 것 같다. 못난 연금, 쥐꼬리만도 못한 장애인연금. 조금만 더 많았더라면!

 

연희를 눈물짓게 하는 것이 두 가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새 직장을 구하는 것과 장애인연금이다. 이 중에서도 연희에게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장애인연금이다. 그렇다, 연희는 중증장애인이다. 오른쪽 다리 종아리 밑이 없다.

 

그때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전화받은 연희 표정이 밝아진다.

 

반면, 우울해하는 연희의 모습에 남자친구 재현도 마음이 아팠다. 연희가 대체 무엇 때문에 속상한 걸까. 얼마 후 다시 찾아간 연희의 집. 연희가 짜잔, 케이크를 들고 등장한다.

 

- 케이크 샀다고 혼내지 마, 한 번도 못 챙겨줘서 해주고 싶었어. 이번 7월부터 연금이 두 배로 인상된대. 덕분에 숨통이 트인 기분이야. 일자리도 열심히 알아볼 거야! 이제 걱정도 줄어들었으니 취업 준비 열심히 할 거야! 나와 계속 함께해줄 거지?
- 당연하지!

 

연희와 재현, 마주 보고 따뜻하게 웃는다.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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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이 매주 월요일 발행하는 웹툰 ‘더불어 행복한 사회’ 1화 장애인연금편 중. 

 

# 장애인연금 받고 숨통 트였다고?

 

위 내용은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이 장애인정책과 관련해 매주 월요일 발행하는 웹툰 ‘더불어 행복한 사회’ 1화 장애인연금편 이야기다. 다음(DAUM)에서 연재하는 이 웹툰은 현재 2화 발달장애인지원법까지 공개되었다. (1화 장애인연금편 웹툰 보러가기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er/26279)

 

연희는 자랑하고 싶었을 게다. 이번에 장애인연금이 두 배 올랐다는 것에 대하여. 정말 숨통 트였을지도 모른다. 일자리를 열심히 알아볼 거야, 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현실 속 연희들’도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정말 그럴 수 있을까?'라니. ‘당연히 그럴 수 없지!’가 아니라… 아이고야, 너무 ‘웃픈’ 질문이다. 그러니깐 우리나라는 장애인 의무고용률도 지켜지지 않고, 장애인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불라불라… 고구마 줄기 같은 총체적 현실이 따라 올라오고 암울해지므로 생각 중단.

 

그러한 가혹한 현실 속에서 한 줄기 빛과 같은 것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장애인연금이다. 연희의 숨통을 트이게 해준 장애인연금! 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장애인연금, 그 속살을 파헤쳐보자. 미리 말하자면 이렇다. 순진한 연희, 너 속은 거야.

 

# ‘꼼수’ 한가득 장애인연금

 

박근혜 정부 들어 장애인연금은 기초연금과 함께 ‘두 배’로 뛰었다. 이는 반은 사실이고 반은 거짓이다. 대체 왜? 어떻게?

 

장애인연금은 기초급여와 부가급여, 이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기초급여는 장애로 인한 소득상실 비용을 보전하는 것이며 부가급여는 장애로 인한 추가 비용을 보전하는 것이 목표다. 즉, 장애인연금은 장애로 발생한 ‘소득’과 ‘추가 비용’을 보전해주기 위한 것이다.

 

이중 정부가 두 배로 인상했다는 것은 장애인연금의 기초급여다. 7월, 기초급여 9만 9100원(올 4월, 9만 6800원에서 2.4% 인상)은 20만 원으로 올랐다. 또한, 지급 대상 기준은 완화됐다. 기존엔 소득 하위 63%(소득인정액 68만 원)까지만 받을 수 있었는데 올 7월부턴 소득 하위 70%(소득인정액 87만 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 발표로는 이로 인해 수급자가 지난해 32만 7000명에서 37만 명으로 확대됐다. 지급액은 두 배나 늘고 대상도 늘었단다!

 

좋아 보이는가? 아니다, 사실 다 ‘꼼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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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장애인·빈민 운동계가 ‘기초법 개악 저지! 장애인연금 공약이행!'을 요구하는 모습.

 

첫째, 이름이 ‘연금’인데 그 존재 목적에 부합하지 않다. 현재 장애인연금은 소득보장이라는 장애인연금법 목적에 비춰보았을 때 그 목적에 부합하는 규모가 아니다. 20만 원으로 어떻게 소득보장이 된단 말인가.

 

2011년 복지부 장애인실태조사를 보면 각종 재활치료나 보조기기 구매 등 장애 때문에 발생하는 추가비용은 전체 장애인의 경우 평균 16만 1000원, 중증장애인은 23만 6000원이다. 그러나 현재 장애인연금에서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인 부가급여는 2만 원~8만 원으로 차등 적용하고 있다. 즉, 현실을 고려했을 때 장애인연금 20만 원은 소득은커녕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부가급여를 대신해 장애로 발생하는 추가비용을 보전해주는 수준이다.

 

이번에 오른 것이 ‘소득보전에 목적을 둔 기초급여’라는 것에 주목하자. 장애인연금은 중복 3급 장애인까지 주는데, 그렇다면 질문을 던져보자. 장애 6급보다 1급이 더 가난하다는 증거가 있는가? 알 수 없다. 장애인 내에서도 잘사는 장애인, 못사는 장애인 천차만별이다. 중증이라고 경증보다 ‘무조건’ 가난하진 않다. 즉, 소득보전이 목표라면 그 기준은 장애 정도가 아니라 소득 기준에 따라야 한다. 허나 현재는 장애등급만이 장애인서비스 제공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개개인의 사정은 따지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장애인계에선 장애등급제 폐지를 주장한다. 의학적 기준의 장애등급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아닌 개개인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비스엔 당연히 장애인연금도 포함한다.

 

둘째, 63%에서 70%로 대상은 확대됐으나 이는 박근혜 정부의 공약 파기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당시 ‘모든 중증장애인에게 장애인연금 두 배’를 약속했다. 그러나 기초연금과 함께 장애인연금 대상자도 ‘모든’에서 ‘소득 하위 70%’로 대폭 축소됐다.

 

셋째, 이제까지 A값(국민연금 가입자 최근 3년간 월 평균소득수준) 상승률을 기준으로 장애인연금이 책정됐으나 개정된 법에 따라 이제부터 A값이 아닌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급여를 책정하게 된다. 이러한 기준 변경도 앞으로의 장애인연금 급여 인상을 억제시키는 요소가 될 거라는 지적이다.

 

# 중증뇌병변 장애여성도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연희는 혼자 살까? 현재 새 직장을 구하고 있는데 실업급여를 받는 중일까? 아니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일까? 혹은 차상위계층?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리진 않나?

 

왜 이런 걸 궁금해하느냐고? 소득 하위 70%면 기초급여 20만 원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기준에 따라 2만 원~8만 원으로 차등 지급되는 부가급여는 깎일 수 있다. 부가급여는 장애 때문에 발생하는 추가 비용에 대한 보전인데 왜 소득 기준이 적용되는지는, 알 수 없다. 복지부에 물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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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연금 급여 현황을 안내한 보건복지부 장애인연금 누리집 캡처 화면

 

연희 남자친구 재현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연희도 미인이지만 재현도 잘생겼다. 게다가 비장애인이네! 연희에게 재현은 ‘중증장애인인 나를 편견 없이 봐주고 사랑해주는 착한 사람’이다. 아, 이 올라오는 불편함은 무엇일까.

 

문득 중증뇌병변 장애여성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송혜교가 시각장애인으로 나온 드라마를 보고 그녀는 말했다. 자신과 같은 중증뇌병변 장애여성이 드라마나 영화 속 여주인공으로 나올 일은 없을 거라고. 어느 모임에 갔을 때 지체장애여성에게 사람들은 호기심을 표하며 집중했지만, 자신은 그 자리에서 철저히 외면받았다고. 장애인이라고 모든 똑같은 장애인이 아닌 거다. 그 안에서도 ‘예쁜 장애여성’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 마치 웹툰 속 연희처럼.

 

그래, 그런 사람이 남자친구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작품으로 존재할 때, 우린 물어볼 수 있다. 왜 그러한 사람을 배치했는가. 그 의도는 무엇인가. 물론 작가는 이러한 ‘선한’ 사람을 작품에 등장시킬 수 있다. 그런 사람이 등장해야 만화는 더욱 드라마틱해지고 장애는 ‘아름답게’ 드러날 것이다. 사람들은 ‘장애를 극복’하며 사랑하는 연희와 재현의 연애담을 보고 감동 받을 것이다.

 

이 얼마나 훈훈한가. 주면 주는 대로 ‘고마워요’하며 감사해 할 줄 알고 미안해할 줄도 아는 장애인의 모습. 그래, 장애인은 그래야지. 사람들이 원하는 ‘시혜와 동정’의 장애인 모습 그대로. 복지부에서 만든 만화답다.



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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