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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휠체어도 밀지 못하는데 뇌병변 1급→4급?' 이의 제기

피해자 가족, 인권위에 장애등급 재심사 중단 등 진정
장애심사센터 방문해 재심사 결과와 절차 등 항의
2014.08.27 20:3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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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레 씨 가족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등급 재심사 중단 및 긴급지원 촉구 인권위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등급 재판정 강화로 장애등급 하락 피해자가 계속 발생하는 가운데, 최근 강릉에서 장애등급이 하락한 피해자 가족이 장애등급 재심사에 이의를 제기했다.

 

강원도 강릉에서 사는 이겨레 씨(24)는 지난 2007년 비후형심근병증으로 1시간 30분가량 심장이 멎어 뇌가 손상됐다. 이 씨는 2008년 뇌병변장애 1급 판정을 받았고, 지난해까지 40여 군데 병원에서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이겨레 씨 가족에 의하면 현재 이 씨는 걷거나 밥을 먹지 못하며, 대·소변을 가릴 수 없어 타인의 도움 없이 생활이 어려운 상태다. 또한 단기기억상실과 치매 증상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겨레 씨는 퇴원 당시 장애등급 재판정을 요구받았으며, 재판정 결과 지난 7월 24일 장애등급이 4급으로 하락했다.

 

아버지 이윤기 씨(58)는 허리 디스크, 고관절 수술 등을 받아 몸이 좋지 않다. 또한 이겨레 씨를 간호하느라 경제활동을 거의 하지 못해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비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그러나 장애등급이 하락하면서 활동보조, 장애인연금, 장애인콜택시 등 이겨레 씨와 가족에게 필요한 복지를 받지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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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레(오른쪽) 씨의 장애등급 재심사 결과에 대해 발언하는 이윤기(왼쪽) 씨.

 

이에 이겨레 씨 가족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27일 늦은 1시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앞에서 ‘장애등급 재심사 중단 및 긴급지원 촉구 인권위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등급제와 장애등급 재심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은 “이겨레 씨가 1급에서 4급으로 장애등급이 떨어져,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를 받지 못해 인권위에 와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라며 “인권위는 장애인의 몸에 매겨진 등급이 인권침해임을 선언해달라. 또한 정부에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는 정책권고를 해 주길 바란다”라고 요구했다.

 

이 씨의 아버지 이윤기 씨는 “이 아이는 대·소변도 제대로 가리지 못하고 혼자서는 걷거나 휠체어를 밀지도 못한다. 그런데 장애등급 4급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라며 “부모가 저세상 가면 혼자 남을 이 아이가 어떻게 살 수 있겠는가. 부모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며, 다른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정부는 행정적 편의를 위해 수십억 원을 들여 장애등급 재심사를 강제적으로 적용하고, 몇 명이 항의하면 그 사람들만 구제하는 작태를 보이고 있다”라며 “이후 장애등급 재심사 중단을 요구하며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겨레 씨 가족과 전장연 활동가들은 늦은 1시 40분께 인권위에 △장애등급 재심사 중단 △이겨레 씨에 대한 긴급 구제 등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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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레 씨 가족과 전장연 남병준 정책실장이 장애심사센터에서 실무 관계자와 면담을 진행했다. 이윤기 씨가 장애등급 재심사 과정과 결과에 항의하고 있는 모습.

 

기자회견에 이어 이겨레 씨 가족과 전장연 남병준 정책실장 등은 늦은 3시 40분경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를 방문해 실무 관계자와 면담을 진행했다.

 

장애심사센터 관계자는 병원 진료기록 등에서 이 씨의 신체능력이 정상에 가깝다고 판단해 뇌병변장애 등급을 4급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의사 소견으로 심각한 인지능력 저하가 발견됐으나, 지능검사 자료가 없어 지적장애 등급은 판정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재심사 과정에서 이 씨가 지적장애 등급을 받도록 가족에게 안내할 것을 국민연금공단 강릉지사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윤기 씨 가족과 남병준 정책실장은 장애심사센터의 신체능력 판정 과정과 지적장애 등급 신청 안내 과정에 대해 항의했다.

 

먼저 이윤기 씨는 "아이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4급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지금 이 아이가 일어설 순 있어도 좀 있으면 제풀에 넘어진다."라며 “아이의 상황을 보고 평가해야지, 서류로만 보고 평가하는 게 말이 안 된다”라며 뇌병변장애 등급 하락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이어 이 씨는 “지적장애 등급을 받을 수 있다고 제대로 설명했으면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강릉지사에서 제대로 된 설명 없이 다짜고짜 지적장애 등록받으라면서 지적장애 심사는 내일이라고 하는데, 당장 서류준비는 제대로 할 수 있었겠는가.”라며 “동사무소에 이의신청하려고 하니 ‘해 봤자 안 될 것’이라고만 하지, 제대로 된 안내조차 없었다. 또 장애인에게 보내는 (재심사 결과) 서류도 이렇게 어려운데 어떻게 이해하겠나.”라고 비판했다.

 

남병준 정책실장도 "보통 스스로 휠체어에 타지 못할 만큼 심각한 장애를 지닌 사람은 1급 판정을 받는다. 이겨레 씨보다 심각한 장애가 아니어도 1급 받는 사람들 많다"라며 "장애등급 재심사 기준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닌가"라고 제기했다.

 

남 정책실장은 “장애등급 심사 정보가 장애인 당사자에겐 쉬운 정보가 아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정보를 서류에도 명시해야 하는데 ‘90일 내 이의신청할 수 있다’가 전부다.”라며 “강릉지사에서는 전화로 안내했다고는 하지만, 한 번 전화한 것으로는 제대로 안내했다고 할 수 없다. 강릉지사뿐 아니라 본사도 제대로 안내할 책임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장애심사센터 관계자는 “앞으로 장애인이 알아야 할 정보도 고지하도록 하겠다”라며 “지능검사 서류를 제출하면 최대한 빠르게 장애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뇌병변장애 등급하락에 대해서는 심사위원의 의학적 판단으로 별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이겨레 씨 가족은 지능검사 서류와 더불어 뇌병변장애 등급하락 이의신청 서류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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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레 씨가 지난 7월 24일 장애심사센터로부터 받은 장애등급 결정서. 뇌병변장애 최종 등급이 1급에서 4급으로 하락했다.

 



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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