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운동 공유로 아·태지역 자립생활 확대해야'
한국 자립생활운동 맥락 설명하고 운동 역량 강화 방법 논의
“운동 통해 아시아에서 자립생활 확산, 우리의 책임”
아시아 태평양 각국에서 장애인의 자립생활 권리를 실현하려면 각국 장애인운동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운동 경험이 공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2014 아시아 태평양 장애인권 활동가대회 2일 차 두 번째 순서로 ‘아태지역 장애인 권리 실현, 어떻게 할 것인가’ 분임토론이 늦은 4시 대전장애인고용공단 직업능력개발원 시청각실에서 열렸다.
이날 분임토론에는 아시아 각국 장애인인권 활동가 7명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이날 분임토론에서는 먼저 전장연 활동가들이 한국에서 자립생활운동이 벌어진 맥락을 설명했다.
전장연 남병준 정책실장은 “한국은 1세대 자립생활운동 활동가들이 2002년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만들기 시작한 이후, 현재 전국적으로 200여 개의 센터가 있다. 또한 자립생활센터의 양적 성장뿐 아니라 자립생활운동의 질적 성장도 있었다. 2001년부터 시작된 장애인 이동권 투쟁과 교육권 운동이 자립생활운동과 만나 에너지가 커졌다.”라고 밝혔다.
이어 남 정책실장은 “2006년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제도화를 촉구하는 투쟁이 전국적으로 일어나면서 자립생활운동이 정점을 찍었다. 이를 통해 자립생활운동이 사회적 운동이라는 것이 드러났다.”라며 “우리가 아태지역 활동가들과 같이 나누고 싶은 지점은 바로 이 시기의 경험이다. 활동보조 제도화를 위한 사회적 투쟁으로 말미암아 시설 장애인의 탈시설 투쟁, 현재 장애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장애등급제 폐지 투쟁으로 발전했다.”라고 설명했다.
남 정책실장은 “10여 년간 경험을 돌아보면 가장 힘 있었던 때는 투쟁하는 시간이었고,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의 일상이었다”라며 “이러한 이유로 지금까지의 우리 경험을 아태지역 활동가분들과 나눴으면 한다. 여러분은 각 나라에서 장애인자립생활운동을 도입한 1세대로, 여러분이 앞으로 가는 길이 미래 후배들이 만들어가는 길을 정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노들센터) 김영희 소장은 “한국에서 자립생활운동을 시작할 때 시설에서 나오고 싶어하는 장애인에게 제공할 서비스가 아무것도 없었다. 이동권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보장되었지만, 지금까지도 이동권을 보장하기엔 부족하다.”라며 “부딪혀온 도전 속에서 우리는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을 사회 구성원에게 알리고자 투쟁을 전개해왔다”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운동을 통해 중증장애인 모두에게 서비스를 주도록 만들었고, 그 결과 점차 자립생활 환경이 조성됐다”라며 “그 과정에서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제도적인 변화를 만들려고 자립생활운동에 뛰어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시아 각국에서 온 활동가들은 자립생활운동 역량 강화 방법을 국내 활동가들에게 물으며, 각국에서 운동 지식을 공유하는 체계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다.
필리핀 안식의 숲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아브네르 만라파즈 소장은 “한국에서는 장애인운동과 장애인 부모운동을 잘 결합했는데 어떻게 한 것인지 궁금하다”라며 “필리핀에서는 장애인단체 사이의 신뢰가 없다. 한국에서는 어떻게 장애인단체 사이의 신뢰를 쌓아갔는지 궁금하다.”라고 질문했다.
이에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한국은 몸으로 조직했다. 2002년 한국에서 장애인 교육문제가 대두가 됐고, 그래서 장애인운동과 장애인 부모운동 활동가가 장애인 교육권 연대를 같이 결성했다.”라며 “우리는 같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방 교육청을 점거하고 요구안을 함께 내곤 했다. 그렇게 교육감들에게 예산을 따냈고, 관련 법률도 만들어냈다.”라고 답했다.
몽골 유니버설 프로그레스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카탄바타 문크트우울 활동가는 “몽골에서도 장애인운동을 하지만, 한국처럼 강력한 운동을 하진 못하고 있다”라며 “강력한 운동을 전개하려면 중증장애인들이 자립생활운동을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그렇기에 다른 나라 사례를 배우고 싶다.”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박 상임공동대표는 “활동가분들이 고국에 돌아가서 해보고 싶은 것들은 모두 다를 것이다. 하지만 공통되는 점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차별받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돈도 만들어야 하고, 정부도 설득해야 하고, 대중도 설득해야 한다. 특히 대중과 함께 어떻게 행동을 조직하느냐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조직된 대중이 많고 적고를 떠나, 정부가 우리 권리를 보장하지 않으면 분노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함께하는 장애인 동료들과 어떻게 차별을 쳐부술 수 있을까’가 자립생활운동의 정신이자 모델이었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이에 만라파즈 소장은 “운동을 좀 더 강화하고 싶은데, 개발도상국은 역량과 능력이 부족하고 재정 자원도 부족하다”라며 “한국에서 개발도상국에 전문가를 보내,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자원을 공유할 수 있을 듯하다”라고 제안했다.
홍콩 장애인연합위원회 소속 장애인권리협약모니터링 및 증진위원회 킨핑창 위원장은 “개발도상국에는 돈이 없는데, 물론 돈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장애인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단지 복지를 요구하는 것만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정부에 우리의 권리를 돌려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정부가 예산을 편성할 때 강력하게 투쟁해, 장애인을 위한 적정 예산이 확보되어 우리가 존엄하게 살도록 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팔 카트만두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크리슈나 가우탐 사무총장은 “네팔은 가난하지만, 운동은 많이 해왔다. 돈보다 중요한 것은 생각이다.”라며 “일본, 한국 같은 경우는 선진적인 모델이 있다. 네팔 정부에서 정책을 입안할 때 우리는 일본과 한국의 사례를 보여주며, 외국에선 가능한데 우리나라에선 왜 안 되는가 따지곤 한다.”라고 설명했다.
가우탐 사무총장은 “운동을 통해 아시아에서 자립생활을 확산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라며 “앞으로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지식을 공유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키스탄 청년장애인 활동단체 ‘마일스톤’의 샤피크 우어 래만 대표는 “강력한 장애인운동을 일으키고 국가 간 전문성을 공유하자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자립생활에 관심 있는 단체들을 모으기 위한 홍보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아태지역 활동가들은 오는 26일 늦은 4시 노들센터를 방문해 노들센터의 자립생활운동 경험을 공유할 계획이다.
비마이너 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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