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국가 장애인 인권, '갈 길 멀다'
인도, 네팔, 베트남 등 8개 국가 장애인 현황 밝혀
공통적으로 이동권, 교육, 노동, 자립생활 권리 보장 안 돼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장애인인권 현황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이 10회 전국장애인운동활동가대회와 2014 아시아 태평양 지역 장애인권 활동가대회 공동행사로 진행됐다.
‘Country Report(컨트리 리포트, 국가 보고서) : 아태국가의 장애인권 현주소’가 24일 늦은 1시 30분 대전장애인고용촉진공단 직업능력개발원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8개 아시아 국가에서 온 9명의 장애인권 활동가들은 각자 자국의 장애인권 현실과 과제를 밝혔다.
이날 각국 활동가들은 대체로 자국에서 장애인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문제를 지적했다. 몇몇 국가에서는 미국, 일본 등에서 도입한 자립생활 운동의 영향을 받아 활동지원제도를 요구하기도 했으나, 아직 활동지원제도가 미비하거나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 장애인협회 수바르나 라자 부회장은 “인도는 개발도상국들 내에서는 그나마 진보적인 장애인 정책의 틀을 지니고 있다”라며 “그러나 그런 정책들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데 있어서 여전히 거대한 도전과제들이 존재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라자 부회장은 “장애아동을 위한 편의시설은 전무하며, 델리와 같은 큰 도시 학교조차 장애아동이 접근하기 어렵다. 델리와 같은 도시의 대부분 건물에 장애인이 접근할 수 없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 또한 인도에서는 장애인 중 단지 0.1%만 일자리를 갖고 일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라자 부회장은 “역동적이며 성장세에 있는 장애인권운동을 한층 더 강화하고, 장애인단체와 시민사회를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 전달 과정에 참여시키는 게 과제”라며 “또한 장애인 정책 수립에서 ‘기본권의 쟁취’에 초점을 맞춰야 가까운 미래에 의미 있는 진전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전했다.
네팔 카트만두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크리슈나 가우탐 사무총장은 “장애인들이 네팔 정부에 8년간 요구해 장애인 활동보조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라면서도 “정부는 올해 활동보조 사업을 위한 틀을 내놓고 있지만, 해당 틀이 전반적으로 실행될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가우탐 사무총장은 “네팔에는 운송, 교통, 보조기기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국제사회에 의존하고 있다”라며 “네팔은 사회보장시스템이 전혀 없다. 네팔 정부는 정책 중 하나로 중증장애인에게 한 달에 1000루피(약 1만 원)를 제공하고 있으나, 충분하지는 않다.”라고 지적했다.
가우탐 사무총장은 “아직 네팔정부는 장애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운동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다. 중증장애인은 아직 집에만 머무른다.”라며 “네팔은 권리옹호 운동과 모니터링, 서비스 전달체계, 장애인 관련 예산이 모두 부족해 핵심 복지 서비스가 제공되기 어렵다. 이에 우리는 장애인 자립생활 문제를 해결하고자 계속 투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베트남 하노이 농아인협회 도 호앙 타이 안 부회장은 “베트남의 대중교통은 점차 개선되고 있고, 장애인을 위한 교통수단도 시범적으로 도입되고 있다”라면서도 “그렇지만 이런 교통망이 전국적이지는 않다. 대중교통을 사용하는데 장애인이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고, 대중교통이 요구되는 모든 사항을 갖추지는 못했다.”라고 평가했다.
타이 안 부회장은 “베트남 청각장애인들은 정보, 대중매체 서비스, 공식적인 수화통역사가 부족하다”라며 “청각장애인을 교육하는 방법은 구화가 70%, 몸짓이 30%인데, 교사와 농학생의 언어 장벽은 청각장애인들의 사고, 추론 수준을 저하하고 있다. 대부분 졸업을 하면 청각장애인들은 육체노동, 수공예, 소규모 일을 하며, 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타이 안 부회장은 “우리의 바람은 수화가 공식 언어로 인정받아 확대되는 것이다. 청각장애인들이 수화통역사를 통해 많은 정보에 접근하고 의견을 나누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농문화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구체적 의사소통 상황에서 수화통역사가 확보돼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필리핀 안식의 삶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아브네르 만라파즈 소장은 “지역사회에서 장애인 교육 지원도 부족하고, 대도시보다 농촌의 장애아동은 학교에 제대로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각종 유형 장애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은 빈곤층이다. 학교도 겨우 10명당 한 명꼴로 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만라파즈 소장은 “필리핀은 활동지원제도와 수화통역사, 보조기기 지원이 없다. 교통이나 투표소 접근성도 부족하다.”라며 “장애인단체들이 있어도 대부분 조직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정부가 장애인단체에 특정 활동을 하라고 명령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비판했다.
만라파즈 소장은 “각종 정책과 법이 조화되어야 평등과 차별철폐가 이뤄지는데, 그것이 개발도상국에서는 쉽지 않다. 재정 문제도 있다”라며 “장애인 관련법이 여러 법과 조화로운 추진이 되지 않고 있기에 개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캄보디아 프놈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벤 라따나 인식개선국장은 “캄보디아는 일정 기간 전쟁과 집단학살을 겪으며 많은 수의 장애인이 양산됐다. 지뢰와 잔존 폭발물, 교통사고와 산업재해, 영양실조와 질병 등으로 장애인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라며 “국립통계연구소는 2011년 11월 조사 결과 전체 인구의 2.1%가 장애인이며, 대다수는 사회에서 가난하고 또한 취약한 집단이라고 발표했다”라고 소개했다.
벤 국장은 “특히 중증장애인과 장애여성, 아동은 그중에서도 더 취약하다. 장애인은 사회개발과정에서 배제되는 상황”이라며 “장애인들은 보건, 교육, 직업기술훈련, 능력, 고용, 소득창출기회에서 배제되거나 제한된다. 캄보디아 장애인단체들은 캄보디아의 문제점으로 물리적 접근성 결여, 중증장애인 활동보조 부재, 고용과 생계수단에 대한 접근권 결여, 교육에 대한 결여를 지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이밖에 홍콩, 몽골, 파키스탄에서 온 활동가도 자국의 장애인 현안과 과제를 공유하고, 앞으로 활동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각국의 장애인 현황을 나눈 활동가들은 늦은 4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과 함께 아태지역 장애인 권리 실현 방안을 논의하는 분임토론을 진행했다.
비마이너 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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