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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종합판정체계? “복지부의 독재정치!”

“복지부 주도 아닌 범정부 대안 논의기구 필요” 제기
종합판정 아닌 서비스별 적격성 기준 마련의 중요성도 강조돼
2014.08.21 17:2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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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 폐지 대안, 장애종합판정체계 개편 방향을 묻는다> 토론회가 21일 늦은 2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의 주최로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정부가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새롭게 도입하겠다고 밝힌 ‘장애종합판정체계’가 사실상 장애인계의 의견 수렴을 배제하고, 복지부의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장애등급제 폐지 대안, 장애인종합판정체계 개편 방향을 묻는다!' 토론회가 21일 늦은 2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의 주최로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에 나선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복지부의 ‘장애종합판정체계’ 도입 추진을 사실상 ‘독재정치’이자 기존 장애등급제와 다를 게 없는 방안이라고 일갈하고, 장애종합판정체계가 아니라 개개의 서비스별로 적격성 판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차원에서 진행된 장애등급제 개편 초기 논의는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복지부는 장애등급재심사에 반발하는 장애인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전문가와 장애인계가 참여한 민·관 협의체인 ‘장애인서비스 지원체계 개편 기획단’을 구성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장애인등록 및 판정제도 발전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표하고 정책토론회를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은 채 기획단은 종료되고 말았다.


이어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4월 15일 ‘장애판정체계기획단’이 새로 구성되었다. 이 회의에서 복지부는 단기적으로 현행 6등급의 장애등급을 중증과 경증으로 나누는 단순화 과정을 거치는 안을 제시했지만, 이렇게 할 경우 장애인연금 대상이 3급 장애인 전체로까지 확대되는 예산을 감당할 수 없어 정부 스스로 안을 철회했고, 끝내 이 기획단도 흐지부지 종료되고 말았다.


이후 정부는 올해 3월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 2016년부터 현재의 장애등급제를 완전히 폐지하고 의학적 평가와 더불어 근로능력, 사회환경적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새로운 장애판정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뒤, 4월 4일 ‘장애종합판정체계 개편 추진단’(아래 추진단)을 구성하게 된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현재 추진단에 대해 “위원 총 24명 중 장애인단체는 4명에 불과한데, 이는 1,2차 기획단에 비해 그 비중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라며 “복지부는 전장연에 대해서도 ‘장애인계의 대표성이 없다’는 이유로 배제했는데, 실상은 정부가 받아들이기 거북한 의견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있어 거부한 것”이라고 정부를 질타했다.


그는 “현재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해결해야 할 문제로 소득보장, 서비스, 고용지원, 감면할인 등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는데, 복지부는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라면서 “새로운 범정부 차원의 대안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추진단은 복지욕구사정분과, 의학적평가분과, 근로능력평가분과로 나뉘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상임공동대표는 “만약 의학적평가분과에서 만든 장애율로 장애인등록을 일괄적으로 해서 중증도에 따라 감면할인을 적용하고, 중증장애인에 대해서는 복지욕구사정분과에서 만든 수백 가지 문항으로 구성된 종합판정표 조사를 하여 서비스 기준으로 사용하고, 근로능력평가분과에서는 특별한 결과물을 만들지 못하고 소득하위층을 대상으로 장애인연금을 시행한다면, 지금과 전혀 다르지 않은 최악의 결과”라며 “복지부의 ‘종합판정체계’ 구상이 이와 다르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정부의 이러한 방안은 장애를 등급 대신 장애율이나 손상률 등으로 대체해 종합판정도구를 만들려는 일본과 대만의 사례를 따르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상임공동대표는 “일본과 대만 사례는 한 번도 긍정적 대안으로 제시된 적이 없다”라고 지적하며, 장애등록과 장애유형 분류를 하지 않고 개인별 서비스 적격성만을 판정하는 유럽식 모델을 따를 것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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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박 상임공동대표는 등급제 폐지 후 개편될 수급자격 기준으로 △소득보장은 장애유무와 소득조사만 해서 장애인연금 등 전반적인 소득보장을 상향평준화하고, 장애수당에 대해서는 소득과 상관없이 장애로 인한 평균 추가비용을 지급 △기존의 감면할인제도는 직접 소득보장을 강화하면서 점진적으로 폐지를 제시했다.

 

이어 박 상임공동대표는 △직업재활이나 고용지원서비스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장애정도를 기준으로 한 중증장애인 더블카운트 제도는 폐지하고 다양한 고용지원서비스 정비 △장애인 활동지원 등 장애인 맞춤형서비스는 개인별 서비스 적격성 판정만 남기고 장애등록, 장애유형, 가족보호여부 등은 판정에서 제외 등을 제안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또 이러한 계획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예산 증대와 타 부처와의 연계가 필수적이므로 복지부가 주도할 것이 아니라 노동부 등 다양한 관계 부처의 참여가 보장된 새로운 논의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장애인재단 서인환 사무총장도 복지부가 주도한 1,2차 기획단과 현재의 추진단이 잘못된 논의구조로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서 사무총장은 “기획단이라면 기획을 하는 실무조직을 말하는데, 실제 복지부가 만든 기획단은 기획을 하지 않았고 그럴 권리도 없었다. 복지부는 처음부터 논의구조일 뿐이라고 했다”라며 “복지부의 연구용역으로 대안을 찾겠다는 것에 명분을 준 것은 복지부 입맛대로 연구를 한 두 기관이나 개인의 의견에 따라 장애인의 미래가 결정되도록 해 버린 결과”라고 비판했다.


또한 서 사무총장은 복지부의 대안이 “의학적 판정을 포기한 것도 아니고, 새로운 대안을 찾은 것도 아니며, 의학적 결과로 나타나는 기능의 문제로 판정해 결국 보는 각도만 달리 한 것에 불과하다"라며 “서비스의 욕구를 조사해 적합성을 판정하지 않는 한 판정은 하나도 달라질 것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성공회대 사회복지연구소 이동석 연구원은 먼저 박 상임공동대표의 발제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대만에서는 ICF를 일부 적용해서 만능처럼 쓸 수 있는 종합판정체계를 만들었지만, 결국 4등급 체계를 낳고 말았다”라며 “장애종합판정체계가 아니라 유럽식으로 개별서비스 별로 적격성 판정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ICF는 2001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로서, 장애를 누구나 장기적 또는 일시적으로 경험하는 보편적 건강의 문제로 본다.


이 연구원은 “서비스별 판정을 하면 ‘대체 몇 개의 기준을 만들어야 하냐’라는 질문이 제기되기도 한다”라면서 “그러나 실제로는 소득보장, 고용보장, 일상생활 활동지원이라는 세 가지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기준만 있으면 되고, 의료적 기준은 이 카테고리에 접근할 자격의 최저선에 대해 판정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삼육대학교 정종화 교수는 일부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종합판정체계가 다면평가 방식을 구상하는 것이라면 욕구를 심층적으로 파악할 수도 있지 않냐”라면서 “일본에서는 2003년에 유럽에서 시행하는 1:1 개인별 사정 방식을 도입했으나, 정확한 사정이 이뤄지지 않고 예산도 증가하는 부작용도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또 감면할인제도를 점진적으로 폐지하자는 주장에 대해 “실제로 감면할인제도 폐지에 대해 당사자들에게 설문을 해보면 대다수가 폐지를 원하지 않는다고 답한다”라고 반대 견해를 표했으며, 소득조사 없는 장애수당 지급에 대해서도 “또 다른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라며 반대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박 상임공동대표는 “현재 장애와 관련된 감면할인제도는 80여 가지 정도이고, 이 중 등급이 적용되는 것은 22가지 정도인데, 우리는 이것들을 다 폐지하자고 한 적이 없다”라며 “각각의 제도를 두고 직접소득보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은 전환하자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힘없는 복지부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소득조사 없는 장애수당 지급에 대해 박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연금에서 소득조사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을 보전해 주는 부분에서 소득을 따지지 말자는 것”이라며 “현행 선별적 복지 구조를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복지부가 비민주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이영재 서기관은 “복지부가 지난해 말에서야 등급제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갖게 되었는데, 이에 복지부가 어떤 설계를 하고 장애인단체와 만날지 입장이 필요했던 것”이라며 “시간이 좀 걸리고 불안감이 있겠지만, (최대한) 공론장에서 논의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답변했다.


이 서기관은 감면할인을 직접적인 소득보장으로 전환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이런 토론의 자리에서는 이상적인 정책을 논할 수 있고, 환영할 부분도 있다”라면서도 “정부는 현실에 입각해서 추진해야 한다. 그러면 예산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이날 토론회에는 200명 가까운 활동가들이 참여해 최근 장애등급제에 대한 장애인계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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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에는 200여명에 가까운 활동가들이 참여해 장애등급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하금철 기자 rollingstone@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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