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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사회화, 2년의 성과"

공동행동, 광화문역 농성장과 함께한 2년 돌아보다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제대로 된 대안 마련 위해 투쟁해야"
2014.08.20 20:4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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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공동행동 부글부글 결심대회가 20일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공동행동 주최로 열렸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며 광화문역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2년을 맞았다. 이에 광화문역 농성의 역사와 의미를 돌아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광화문공동행동 부글부글 결심대회가 20일 늦은 2시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 주최로 열렸다.

 

공동행동은 의학적 손상으로 등급을 나눠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장애등급제, 장애인·빈민 등 사회적 약자의 부양책임을 1촌 이내 혈족에게 일차적으로 지우는 부양의무제에 반대하며 지난 2012년 8월 8일 장애인·빈민단체 등이 모여 출범했다.

 

공동행동은 지난 2012년 8월 21일 경찰과 11시간 대치한 끝에 광화문역 지하보도를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공동행동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가 장애인과 빈민에게 필요한 복지를 장애등급과 부양가족 유무로 제한하는 제도라고 비판하며, 그동안 두 제도의 폐지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공동행동은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장애등급제 폐지, 모든 장애인에게 장애인연금 20만 원 지급,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를 통한 사각지대 축소 등의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2013년 2월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장애등급제'라는 이름만 없애고 기존 제도의 모순을 그대로 담아낸 개선책 마련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기존보다 후퇴시킨 개악안을 추진하는 등 대선 공약을 지키지 않자 공동행동은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고 제대로 된 대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는 활동도 이어갔다.

 

지난 2012년 10월 김주영 씨에 이어 박지우·지훈 남매, 지난 4월 송국현 씨 등이 화재로 목숨을 잃고, 지난해 7월 박진영 씨가 주민센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로 말미암아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에 공동행동은 이들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로 규정하고 박근혜 정부에 활동보조 24시간 보장과 부양의무제 폐지를 강력히 촉구하는 활동을 벌였다.

 

또한 공동행동은 해고노동자, 성소수자, 세월호 유가족 등 다른 사회적 약자들의 활동에 연대하는 등 다른 사회운동과의 연대도 넓혀왔다. 지난해 광화문역 농성 1주년에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과 함께 연대문화제를 열기도 했다.

 

8월 19일 기준으로 공동행동에는 장애인·빈민·인권·노동자·여성단체 등 224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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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역 농성 투쟁을 담은 2주년 영상을 본 뒤 농성 2주년을 평가하고 있는 모습. 왼쪽에서부터 김윤영 사무국장, 장호경 활동가, 박경석 공동집행위원장.

 

이날 부글부글 결심대회에서는 지난 2년간 광화문역 농성 투쟁 현장을 담은 2주년 영상을 보고 광화문역 농성의 의미와 성과를 되짚어보았다.

 

공동행동 박경석 공동집행위원장은 “2년 전 광화문역 농성을 시작할 당시 ‘부양의무제를 왜 장애등급제와 연결해서 싸우느냐’라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라며 “하지만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는 예산 문제와 직결돼 있어, 장애·빈곤 복지가 장애 등급과 가족 유무라는 2열 종대 선착순으로 지급되는 문제가 있다. 이 두 문제를 같이 묶어 해결하는 게 더 힘이 된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광화문역 농성의 최대한 성과라면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가 중요하다고 사회적으로 여기게 한 것”이라며 “이런 성과를 만들고자 농성장을 2년 동안 지키는 것도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2주년 영상을 제작한 빈곤사회연대 장호경 활동가도 “영상을 만들면서 광화문역 농성을 통해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것들이 2년 동안 가능한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가 가능할까 생각하진 못했는데, 농성하는 동안 가능할 것처럼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앞으로도 광화문 농성장이 그런 감동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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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행동 소속단체 활동가들이 나와 결의발언하는 모습.

 

이어 공동행동 소속단체 활동가들이 결의발언에 나서서 앞으로 광화문역 농성 투쟁을 더 강고히 지켜나가자는 각오를 밝혔다.

 

한국근육장애인협회 김태수 활동가는 “나는 근육병이 희귀병이라 활동보조 560시간 정도를 받았다. 하지만 나보다 못 받은 분들과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싸우고 있는 분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라며 “근육장애인협회도 부양의무제와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해 함께 참여하고 투쟁하겠다”라고 전했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정훈 사무국장은 “우리나라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몇 군데로 나뉘어 있고, 활동하는 영역이 다르다. 그것 때문에 이런저런 명분을 내세우며 같이하지 못했던 것들을 반성한다”라며 “앞으로는 그런 명분에 발목 잡히지 않고, 장애인에게 필요하고 중요하게 생각되는 시대의 의제를 우선 생각하며 부끄럽지 않도록 투쟁하겠다”라고 밝혔다.

 

빈민해방실천연대 최인기 집행위원장은 “광화문역 농성장을 지키며 굳건히 달려온 여러분은 운동이 전반적으로 침체됐을 때 선도적으로 이끌어온 동지들이다. 또한 지금도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어떤 분들보다 앞서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이라며 “가난의 문제는 가난한 사람이 모여 투쟁하고 철폐해야 한다. 철거민, 노점상, 노숙인, 장애인, 노동자들이 모여 희망을 만들었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경석 공동집행위원장은 “농성의 결과로 장애등급제 폐지는 기정사실이 됐다”라며 “다만 정부가 대안으로 마련하고 있는 종합판정도구는 장애등급제 폐지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것이다.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제대로 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투쟁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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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도중에 열린 1회 분홍배 문학상 시상식. 복기성 지회장(왼쪽 첫 번째), 민선 활동가(왼쪽 두 번째) 등이 시상자로 참여하고, 최유리 씨(오른쪽 두 번째), 온달 활동가(오른쪽 세 번째)가 각각 쌍차투쟁 상, 두리반 상을 받았다.

 

이날 행사 도중에는 1회 분홍배 문학상 시상식도 열렸다. 이번 문학상에는 수필, 시 부문에 14개 작품이 응모해 이 중 7개 작품이 선정됐다. 쌍차투쟁 상에는 최유리 씨, 두리반 상에는 홈리스행동 온달 활동가 등이 수상했으며, 쌍용자동차비정규직지회 복기성 지회장 인권운동사랑방 민선 활동가 등이 시상자로 참석했다.

 

한편 이날 대회를 시작으로 공동행동은 2주년 맞이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오는 21일 이른 11시 광화문광장에서는 ‘광화문공동행동 VS 박근혜정부’ 공식 비정상회담 기자회견이 열린다.

 

이어 23일에는 늦은 3시 광화문광장에서 2주년 투쟁결의대회를 진행한다. 이날 밤 7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세월호 유가족 등과 연대한 ‘분홍종이배의 꿈-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문화제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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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회에 참가한 공동행동 참가단체 회원들.

 



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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