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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미 2014.12.16 01:09
    [Wz032_가비의 History] 애틋함이라는 손님

    가비의 History

    껌벅! 껌벅! 커서만 바라본다. 추억들을 반추애 독수리 타법으로 자음과 모음들을 한 타 한 타 쳐서 말이 되게 배열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녹록한 일이 아닌 것 같다. 타고난 재주도, 훈련에 의해 획득한 것도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겐 더욱 그런 것 같다. 이번 호에서는 또 어떠한 추억들을 하얀 모니터 속에다 채원 넣어야 할까. 정말이지 힘들다. 야파라는 놈을 벗기면 뽀얀 속만 나오는 게 아닌 것처럼 추억이라는 놈도 되새기면 아련함만 나오는 게 아닌가보다... 서론이 길다. 본론으로 들어가야 하겠는데. 그럼 지금부터 들어가 보련다. 나의 어릴 적 오! 수정들 속으로...

    너는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 어릴 적 어른들은 내게 이러한 질문들을 하곤 했었다. 그러면 나는 그 시대 어린아이들이 자신의 장래 꿈으로 한 번씩은 꼭 가져봤었을 법한... “경찰관(또는 군인, 야구선수, 축구선수, 과학자, 대통령, 영화감독) 그리고 멋진 아빠가 될래요.”라고 답했었다. 최근 어떤 티브이 광고 속 카피가 떠오른다. 정말이지 요즘 아이들과는 많이 다르지 싶다. 좌우지간 그땐 그랬다. 그 시절의 어린아이들은 빨리 어른이 돼서 이러한 사람들이 되고 싶어했었다.

    그러니까 유아기 끝, 혼자 걸어 다닐 수 있을 무렵부터 머리가 여물어 사람들 앞에서 이다음에 이런 이런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던꿈들이, 그야말로 한낮 공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더는 그런 꿈들을 입 밖으로 내뱉지도, 마음먹지도 않았었던 청년기 중반까진 것 같다. 내가 성당을 나갔었던 기간이 말이다. 그리고 그 시간이 나에게는 그분을 부정하고 무신론자로 살아가게 되는 결정적 시간이 되었다... 전지전능하시고 시공간을 초월해 실존하신다는 그분을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다는 걸 알게 해준 시절이었다는 말이다. 나는 무신론자이다. 그래서인지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는다. 과학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들만을 믿는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과학을 맹목적으로 믿느 ㄴ과학 맹신론자냐?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맹목적 과학 신봉자도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이러한 세계관을 가지느 데에 그때 그 경험들과 시간이 어떠한 상관작용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믿는 집안이라 다녔었던 건 아니다. 나의 할머님께서 그분과 교의적으로 다른 반열에(대치점에) 올라 계신 그분을 믿었었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 집은 할머님의 영향권 아래 있었는데도, 이웃에 몇몇 가톨릭 신자들이 부모한테 얘가 종일 혼자서 지내니 한 번 생각해 보라고 했었나 보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다. 미뤄 생각해보건대 내 부모님들은 그래서 받아드렸을 것이다. 그 사람들의 권함을 편의상 말이다...

    그때 그러한 시간이 그분의 존재를 부정하게 하는 시간과 경험들이었다느 ㄴ건만 빼곤 나의 삶의 파편들 속에서는 열 손가락 아니다. 열 발가락 안에 들어올 수 있을 만한 좋은 시간이었다. 물론 지금 와 생각해 보니 그때 사람들의 보살핌과 시선들이 오롯함이었던 건 아니었지 싶다. 그렇다고 한다면 거짓말이 아니겠는가? 당시 철부지 어린아이이기만 해서 그러한 시선들을 못 느꼈었던 게 아닐까...? 어찌 됐든 나는 그곳에서 많은 걸 배웠으며 경험했었다...

    시간이라는 놈이 예고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앞면을 바꿔 쏜살같이 달음박질을 치기 시작한 걸 알아차린 무렵에 나이이지 싶다. 교회 오빠가 아니고... 성당 누나를 좋아하게 되었다. 어릴 적 함께 놀던 손이 정말이지 아주 예쁜 소꿉동무가 한 명 있었다. 자라 동무가 아닌 이성으로 그녀에게 좋은 감정을 품고, 표현 한번 제대로 못 한 이후 전지전능하신 그분이 또다시 나를 시험에 들게 하였었다고 말하고 있는 거다...

    그분은 부정하면서 그분의 집에 놀로 다니는 나쁜 나일론 신자 누구하고는 달리 그녀는 모태 신였다. 관자엽에 있는 해마가 기억한다. 상글거리며 웃는 그녀의 얼굴은 정말이지 참 예뻤었다고... 그녀는 별빛 한 점 없는 밤하늘에 고요히 떠있는 달빛처럼 뽀얀 살갗을... 그리고 고요한 새벽녘을 틈타 구름이 그 달마저 삼켜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어둠의 그것처럼, 짙은 머리색을 갖고 있었다. 그 짙은 머리카락이 등마루를 지나 골반까지 길게 내려왔었는데... 그래서인지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여름 무더위를 싫어했었다. 그리고 긴 머리 말고 그녀가 여름을 싫어했던 이유가 또 있었다. 그녀의 목발 때문이었다. 한여름에는 조금만 움직여도 땀으로 샤워를 해야했기에 여름을 싫어하는 건 당연지사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게 한여름 더위가 그녀의 코끝과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면 땀에 젖은 머리카락은 얼굴을 덮곤 했었다. 여름이라는 놈이 그녀를 힘들게 하는 걸 옆에서 무기력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는 거말곤, 내가 그녀에게 (도와)줄 수 있는 거라고는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정말이지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 한 번 닦아주는 걸 원천적으로 허락 안 한 그분이 미웠고, 원망스러웠다...

    나는 나에게 첫 애틋함이라는 손님이 찾아왔을 때, 그것을 맞이함에 있어서 참 서툴렀던 나와 그러한 서을 용기 내어 드러내지 못한 걸 상기하며, 두 번째 찾아온 애틋함은 꼭 그녀에게 소개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소개를 받은 그녀의 반응을 느린 화면으로 관자엽에 있는 해마가 또 기억한다... 그녀는 그 소개에 얼굴이 조금 상기됐었고, 옅은 홍조 띤 얼굴에는 당황스러움이 역력하게 묻어나왔었다... 반추해 본다. 당시 나의 소개를 받은 그녀들의 감정은 어땠을까? 궁금하다. 순간 머리 위로 수천 개의 비눗방울들이 한꺼번에 올라왔었을까...? 조금의 떨림이라도 있었을까...? 아니면 덜컥했었을까...? 그 덜컥임이 떨림에 내려앉음이었더라면 좋겠다는 혼자만의 생각을 해본다... 정말이지 당황함의 그것이 아니었다면 좋겠다...

    그렇게 세련되지 못한, 내 가슴에서 타전한 아날로그적인 송신이 나의 삶 속에서 몇 번 더 있었다. 물론 그러한 타전을 매번 그녀들에게 전하지는 않았었던 것 같다. 아니다. 못 했었다는 게 더 맞는 말이지 싶다...

    밝힌다. 이 글은 나의 주관적 시점에서 쓴 그링며 더욱이 지금부터의 기술은 지극한 내기억의 퍼즐들이다. 여하간 나의 애틋함을 소개받은 그녀들의 반은은 비슷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녀들의 그러한 반응을 보고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히 표현한 나는 그 어떤 큰 죄악에 준하는 잘못을 한 것처럼 느껴졌었다. 입밖으로 내놔서는 안 될 걸 뱉어서 낭패를 자초한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나느 표정 잃은 그녀들의 얼굴에서 그러한 상황들이 낭패스러운 상황임을 세포 하나하나로 느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두 번째 찾아온 나의 애틋함을 소개 받은 그녀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지고 정적이라는 놈이 흘렀었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객관적 시간의 흐름보다 시간의 흐름이 더 길게 느껴진다... 그렇게 객관적 시간의 흐름은 얼마 되지 않았던 정적이깨지고, 그녀가 긴 밤 뒤 동트는 새벽의 환함처럼 나의 애틋함에 대해 답했었다. 일순간 모든 것이 명료해졌다...

    나에게 찾아온 두 번째 애틋함을 그녀에게 소개할 건지 말 건지, 소개한다면 어떻게 소개해야 하는지? 또 매개로 삼을 게 나에게 있는지? 그러한 망설임과 그녀가 표정을 잃었던 일련의 시간 속에 그녀의 답은 “자신 없다.” 였다. 그야말로 간략 명료한 고백이었다. 정말이지 그녀의 입에서 나온 그 두 음절에는 나의 고백에 대한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었다.

    여러분께 죄송함과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까 합니다. 개인적 사정 때문에 이번호로 이 꼭지를 내리게 되었습니다. 내부 회의에서 저작권의 (없는 이들한테든 있는 이들한테든) 예외 없는 잣대가 제기되어서 부랴부랴 내키지 않는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추억들을 연재하겠다고 하고서 이렇게 내리게 됐네요. 다시 한번 죄송한 마음을 전하며 내키지 않았다던 얘기에 오해들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그저 저의 추억들을 팔아먹는 것 같아서 조금은 그랬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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