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웹진 30호_2012.10 - [Wz030_들어가며+9월노들] 마로니에

언제부터인가 마로니에 공원에 담벼락이 들어섰습니다.
대대적인 공원 변경 공사를 위해 공원 절반 이상을 높다란 철판으로 둘러버린 것이죠. 그렇게 마로니에 공원이 잘려버린 것만큼 그 공원에 의지하며 살아가던 우리의 가을도 베어졌음을 느낍니다. 어른 발걸음으로 1분이면 휙하니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작은 공원이었지만 이상업적 건물들로 가득 들어차 있는 대학로에서 마로니에 공원이 주었던 위안은 적지 않았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이 공사도 그런 상업적인 목적성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던데… 이런, 공사가 끝나도 위안은 찾아오지 않을 것 같군요.
생김새는 오목과 비슷한 오델로 게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규칙은 전혀 다릅니다.) 오델로 게임을 하다 보면 자신의 돌도 충분히 많이 있었던 것 같으나 막판에 가서 갑자기 도미노 쓰러지듯이 자신의 돌들이 뒤집어지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모든곳에 돌들이 다 채워져 경기가 끝나고 나면 판 위에 몇 개 남지 않은 자신의 돌을 발견하게 되고 망연자실하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마로니에 공원을 생각하다 갑자기 이 게임이 떠오른 것은 아마도 지금의 서울이라는 도시가 언제부터인가 급격하게 한쪽으로만 뒤집어지는 오델로 게임의 판과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적 욕망은 이제 단지 빈자리만을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닮지 않은 영역들 마저 뒤집어 자신의 색깔로 물들여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마로니에 공원 외에도 최근에 동숭동 노들 주변엔 많은 변화가 있었네요. 나름 원대한 뜻을 배경으로 대학로에 자리 잡았던 노들, 이 거대한 파고 속에서 뒤집히지 않고 잘 버틸 수 있을까요…
부탁이야 날 뒤집지 마.
날 그냥 내버려 둬.

8월의 노들은…
야학은 2학기를 시작했습니다. 모꼬지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있는 가운데 어느덧 가을 노란들판의 꿈을 준비한다고 준비모드에 들어갔습니다.(공부는 언제? 원래도 잘 하지 않던 것 핑계라도 생긴건가? ㅋ)공장은 허물을 벗고 새로운 날개를 허물 안쪽에서 끄집어내는 중입니다. 이 순간이 아마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일 터인데 공장 식구들 모두 힘내길 바랍니다. 극단은 정신없이 날아다녔답니다. 지방 곳곳을, 그리고 제주도 까지!(정말 날아갔군요. ㅋ) 스케줄에 빈자리 없는 연애인처럼 바빳던 장애인 극단판이었습니다. 센터는 멀리 외국에서 날아온 방문객으로 인해 이것저것 신경쓸 일이 많은 모양입니다. 아마 10월까지는 계속 그러겠지요. 그 이후엔? ㅋ감사 시즌이군요.

그래,
난 원래 새였던 거야…

현수막 공장 노란들판_공장에 심어 놓은 쩡기자가 보내온 소식

*안녕. 광욜
노란들판의 마감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퇴사를 하였습니다. 건강 등 개인사정으로 공장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났으면 좋겠네요.
*노란들판 수련회
2012년 상반기를 평가하고, 향후 방향성 모색을 위한… 일명 “돈많이 벌어 대박나자” 노란들판 수련회를 다녀왔습니다. 강화도에 박가네 별장과 자람도서관에서 진행을 했습니다. 마음속에 담아둔 많은 이야기와 감정들을 나누고 풀어내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밤새도록 이어진 단합대회에서는 각자 숨겨둔 다양한 모습을 볼 수도 있었습니다. 수련회 때 받은 힘을 모아 노란들판 열심히 현수막을 찍어내겠습니다.


장애인 극단판_판에 심어놓은 신기자가 보내온 소식
*극단판 순회공연 가다!
9월 한 달 동안 지방 곳곳으로 순회공연을 다니느라 눈코 뜰 새없이 바빳습니다. 옥천에서 충주로, 군산에서 양양으로, 부안에서 목포로, 그리고 마지막에는 제주도로! 정말 턱없이 막(?)나가는 장애인 매직 유랑단이 아닐 수 없네요.
그래도 차 두대에 사람과 휠체어와 무대소품과 조명기기와 음향장비, 개인소품에 먹을것까지 가득가득 싣고 관객 찾아 산 넘고 물 건너 뒤엉켜 고생 한바탕 했더니 서로가 좀 더 ‘정’ 이 두둑해진 것 같습니다. 지방 식도락 투어로 인해 배도 좀 두둑해졌고 말이죠. 육류에 해산물에 팥빙수에… 음회회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