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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미 2014.12.16 01:04
    [Wz031_가비의 History] 그 두 번째 이야기

    가비의 History

    이번 호는 지난 이야기에 이어 역시 제 유년시절 이야기입니다.

    어릴 적 내가 살던 집 근처에는 기찻길이 있었는데 기차들은 하루에도 수차래 굴 밖으로 머리를 빠끔히 내밀었다가 수줍은 듯 황급히 다시 굴속으로 꼬리를 감추곤 했었다. 그리고 그 기찻길 바로 옆에는 버려진 공터도 하나 있었는데, 나와 나의 어릴 적 동무들은 그 주변들을 통칭 ‘기차 굴’ 이라고 불렀었다. 그곳이 우리의 놀이터였고 아지트였다. 나의 유년 시절은 바로 이 기차 굴과 전자오락실 그리고 성당으로 점철된다.

    지금 와 생각해 보니 그곳은 열 살 전후 아이들의 놀이터로는 많이 위험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왜냐면 그 공터는 한가운데가 푹 꺼진 지형이었기에 하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당시 어른들은 우리가 그곳에 가서 노는 걸 싫어했었다. 기찻길이고 지형도 가팔랐으니 걱정이 됐던 건 당연지사였지 싶다.

    우리는 겨울에 그 공터에 눈이 와 쌓이면 썰매를 타거나 눈싸움을 하며 놀곤 했었다. 그때는 서울도 겨울이면 이틀이 멀다 하고 눈이 왔었다. 그렇게 겨울에는 그 경사지형에서 썰매도 타고 눈싸움도 하면 놀았었다. 몇몇 개구쟁이들은 눈싸움 중 탄알에다 돌을 넣어 교전을 벌이기도 했었는데, 우리는 신기하게도 크게 다치지는 않았었던 것 같다 그렇게 천방지축 개구지게 놀았었는데도 말이다.

    추위도 배고픔eh 잊고 정신없이 노느라면 야속하게도 해는 뉘엿뉘엿 꼬꼬마 동산으로 넘어갔었다. 그렇게 노을이 내려 어스름해질 즈음 우리는 소맷자락으로 코를 닦으며 피워놓은 불가로 가, 미리 넣어 놓았던 감자나 고구마를 먹으면서, 꽁꽁 언 몸을 녹이곤 했었다. 정말이지 어릴 적 그 시절은 눈이 엄청나게 많이 왔었던 것 같다. 내 기억의 퍼즐은 이렇다. 그래서 정확한 기억은 아닐 수 있겠다. 다른 사람들의 오! 수정들은 다를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 공터는 우리에게는 겨울은 겨울대로 좋은 ㅏ나ᅟᅩᆯ이터였으며, 여름에도 아카시아 꽃향기와 흙냄새를 맡으면서 놀 수 있는 아주 훌륭한 공터였다. 그리고 그 흙냄새와 꽃향기 입자들은 공터 주변뿐만이 아니라 바람에 멀리떨어진 곳까지 실려 와 내가 들숨을 들이쉴 때마다 나의 존재를 확인시켜주었다. 그렇게 대기중에 퍼져있는 입자들을 코라는 호흡기기관으로 맡으며 코와 대기, 그리고 내 존재의 상관관계를 생각해 볼 수도 있었지만, 그러기에는 당시 나의 나이 고작 열 살 전후, 그냥 철없는 어린아이기만 했었다.

    이렇게 ‘기차 굴’ 이라는 곳은 나에게는 떠올리면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해주는 아련한 추억이면서도, 유년 시절 안 좋았던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단어이다. 그러기에 이글에서는 그런 얘기들은 그냥 생략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유년 시절의 안 좋았던 기억들은 떠올리기 싫기에...


    우리는 여름에는 그 공터 양쪽에서 술래잡기, 비석치기, 오자미놀이, 구슬치기, 땅따먹기, 삼팔선놀이, 딱지치기, 똥수깐놀이, 오징어잡기, 그리고 빨강 돌을 빻아 밥 지어 먹기 일명 소꿉놀이 뭐 이런 것들을 하며 놀았었다. 그 수많은 놀이들 중에 가장 재미 있었으며 긴장감 갑이었던 놀이는 뭐니 뭐니 해도 선로로 내려가 노는 것이었다.

    우리는 대못, 병뚜껑, 그리고 굵은 철사 같은 것들을 갖고 내려 가 선로 위에 올려놓고 선로와 선로 중간에 드문드문 심어져 있던, 키 작은 나무들과 풀 사이에 숨죽이고 엎드려 기차들이 굴 밖으로 머리를 내밀기만을 기다렸었다. 선로 위로 기차들이 언제 지나갈지 모를 일이었는데도, 우리는 그렇게 무작적 엎드려 기차가 지나가 주기만을 기다렸었다. 당시에는 그 수 말고는 다른 수는 없었다. 기차운행시간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으니...

    그렇게 위험부담을 안고 (기차들도 그렇거니와 기차가 다니는 선로였으니 관련된 아저씨들이 정기적으로 순찰을 돌았었다. 그래서 만약 발각돼 잡히기라도 하는 날에는... 진짜 그런 날에는... 그 아저씨들한테 혼쭐났었던 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운수 없는 날에는 우리 각자의 집에도 통보를 했었다. 집에다 알리는 것은 랜덤이었던 것 같았는데, 왜냐면 아저씨들의 마음에 전적으로 달려잇ㅇ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선로로 내려가 엎드려 있노라면 기차들은 우리를 져버리지 않고 어김없이 굴에서 머리를 내밀어 주었다. 그렇게 기차들이 지나간 뒤에는 결과물들이 선로위에 남곤했었는데, 매번 결과물들이 남아 있지는 않았었다. 선로 위에 올려놓은 대못과 철사들이 기차들이 달리는 가속도의 튀어날아가 없어지는 일도 많았고, 잘못 눌러져서 모양이 이상하게 나오는 날도 많았었다. 그렇게 눌러진 병뚜껑과 대못들을 갈아 우리는 표창이나 칼로 만들어 놀곤 했었다.

    어릴 적 나의 양팔과 손의 놀림은 현재와 다르게 많이 원활했었다. 지짜 그땐 그랬었다. 정말이지 나의 필의 움직임은 비장애인 동무들의 팔의 움직임과도 차이를 못 느낄 전도였다. 글허게 비장애인 동무들 팔의 움직임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팔의 움직임이 많이 원활했었는데도, 손가락의 섬세한 놀림이 필요한 놀이를 할 때는... 이를테면 구슬 따먹기나 딱지 따먹기 같은 놀이는(따먹기 놀이에서 상대를 해야 하는 동무 말고) 다른 동무들이나 동생들의 손을 빌려 놀곤 했었는데, 이런 놀이들을 빼고는 내가 놀이에서 제외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방금 말한 딱지는 동구란 딱지다. 네모랑 딱지는 따서 축적해본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 밖에 여러 다른 놀이들이나 네모랑 딱지 따먹기도 했었는데, 나는 주로 구슬 따먹기나 동그란 딱지 따먹기 놀이들을 했었던 걸로 기억된다. 물론 이 두 개의 따먹기 놀이나 다른 놀이에서 늘 이겼었던 것도 아니었다. 원척적 핸디캡이 있으니 오히려 승패나 승률이 낮았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랬음에도 신발상자에 동그란 딱지를 두 상자, 그리고 양파 망으로 구슬 한자루를 집에 축적해 놓았었다. 그리고 그 공터에서 나와 나의 동무들의 노는 소리가 점점 들리지 않고, 또 축적한 그것들을 가지고 노는 것의 흥미도 점점 잃어 가면서 (실은 같이 놀 동무들이 없어서) 좋았던 시절의 추억들과 함께 나의 방에서 (다락방으로) 그것들을, 유년의 저펴 너머로 귀향을 보내어야만 했었다. 그렇게 혼자 남겨졌었다. 상금 학급으로 동무들이 올라가면서... 안현미의 시 거짓말을 타전하다의 화자는 자신의 꽃다우 ㄴ청춘을 한 달 치의 방과 한 달 치의 쌀로 팔며, 비키니 옷장 속 더듬이가 긴 곤충들과 살았어도, 슬프지 않았었다고 했다. (물론 반어법이다.) 하지만 나는 더듬이가 긴 곤충들과 다락방에서 혼자 노는 게 슬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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