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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판 핫이슈]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을 위한 삭발 결의문 

 

 

 

 장애경

노들장애인야학 청솔3반 학생

 

 

 

 

  저는 태어나면서부터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입학통지서를 받고도 학교에서 받아 주지도 않아 학교에 가지 못했습니다. 그 시절에는 엘리베이터도 없고, 활동지원사도 없어 온전히 가족들에게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집은 형편이 좋지 않아 부모님들이 일터에 가야 생활이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제 나이 27세에 스스로 시설에 가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시설에 가면 홀로 있지 않아도 되고, 친구들도 생길 것 같아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시설은 생각한 곳과 달랐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마흔살에 지역사회로 나왔습니다. 제가 시설에서 나와, 복지관에도 갔습니다. 장애인복지관이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하고 갔습니다. 복지관 지하에 있던 보호작업장에서 사람들이 양말을 포장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양말을 포장할 수 없었고, 저에게 맞는 일자리는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프로그램도 신청했습니다. 몇 시간 프로그램을 참여하고 끝나면 저는 그곳에서 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노들야학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입학통지서를 받고도 공부를 할 수 없었습니다. 13년 동안 시설에서 살면서 제가 원하지 않았던 기도문만 매일 외웠습니다. 이외 다른 공부는 배울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늦은 나이, 시설에서 나와 노들야학에서 수학과 국어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노들야학에 다니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친구를 만나고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항상 활동지원사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교육이라는 것이 단순히 숫자와 글자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만나는 것,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노들야학을 다니는 것은 단순히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저의 일상을 보내는 것입니다. 장애인 편의시설이 있는 곳, 저를 이해해주는 곳입니다. 장애경을 장애경으로 바라보는 곳입니다. 장애인평생교육법은 평생, 교육의 대상자로 여겨지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법입니다. 저에게 맞는, 장애유형이나 정도에 따라 다양한 지원이 포함된 법입니다. 평생교육법은 모든 사람을 포함하고 있는 것 같지만, 장애인에게 맞는 것은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평생교육법이 꼭 제정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 저는 큰 결심을 합니다. 시설에서는 시설 직원들이 관리하기 편하도록 짧은 머리 스타일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탈시설 후 내가 원하는 머리 스타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아서 긴 머리도 해보고 염색도 해보고 파마도 하고, 내 맘대로 머리 스타일을 바꿨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머리카락을 자르는 결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정말 힘든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제 목소리를 행동으로 보여 드려야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앞으로도 우리의 권리와 삶을 위해 투쟁합시다.

 

 

장애경.jpg

3월 4일,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을 위한 권리 팔만대장경 제작 농성 선포 및 삭발 투쟁 결의대회’에서 삭발한 장애경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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