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봄 141호 - [노들아 안녕] ‘함께 사는 것’에 대한 배움이 가능한 공동체 / 이하늘
[노들아 안녕]
‘함께 사는 것’에 대한 배움이 가능한 공동체
이하늘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안녕하세요. 이번에 신입교사 준비를 마친 이하늘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간단한 소개를 하자면, 우선 저는 중고등학교 때 실상사작은학교라는 불교계 대안학교를 다녔습니다. 그곳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먹고, 자고, 생활하며 공동체적인 생활을 하는 곳이었는데요. 그 이후로 저는 '공동체'에 많은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한국의 다른 공동체, 일본의 공동체를 다니며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났죠. 그중 가장 최근까지,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머물렀던 곳은 남산강학원이라는 인문학 공부 공동체입니다. 그곳에서 철학, 인류학, 문학 등을 공부했고, (최근에는 ‘규문’으로 둥지를 옮겼습니다.) 그곳에서 노들야학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인연 덕분에 활동지원사로 잠깐 일하다가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네요.
어릴 적부터 제가 공동체에 관심이 많았던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그것은 공동체가 “내 주위의 존재들과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험할 수 있는 장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 되었든 인간은 다른 존재들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기에, 그렇다면 어떻게 함께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각자의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노하우들을 배우고 수련하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제 삶에도 그 질문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노들야학도 ‘함께 사는 것’에 대한 배움이 가능한 공동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사실 저는 장애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장애인의 삶에 대해 그리 관심이 많지 않았습니다. 비장애인들밖에 없는 빈곤한 배치 속에서 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소리나 그들의 삶, 그리고 그들의 문제의식이나 싸움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지하철 투쟁을 뉴스에서 볼 수 있었고, 궁금증이 생겼고, 활동지원사를 할 수 있었고, 노들야학을 알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저의 삶에도 장애인 당사자분들의 목소리가 아주 미약하게나마 침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들린 목소리에 어떻게 응답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던 찰나 노들야학 교사를 제안받았고, 수락하게 된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함께 잘 살 수 있을까?”, 이 질문의 “함께” 속에 장애인 당사자들과 장애계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들어오게 된 것이죠.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고, 그 이야기를 듣고 저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됩니다.
또 개인적인 바람은 노들야학의 교사활동을 통해 장애의 유무, 젠더, 세대, 인간..... 등등 저를 구성하고 있는, 또는 저를 옭아매고 있는 모든 중심적인 위치에서 벗어나 변방의 시야를 획득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내 위치에서 조금 더 뒷걸음질 쳐 더 많은 이들이 눈에 들어올 수 있다면, 더 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에 응답할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역시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몸으로 부딪혀보는 게 가장 좋을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교사활동은 저에게 정말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또 아주아주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교사’ 활동도 재밌어 보였습니다. 교사란 누군가의 앞에서 자기가 배운 것을 나누는 행위를 하는 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저는 앞으로도 쭉 인문학 공부를 하며 학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싶기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배운 것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 내 말을 듣는 사람들과 현장에서 소통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배운 것을 어떤 방식으로 나눌지 고민하고 계획을 짜는 능력 등을 수련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노들야학에서 이렇게 기회가 와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감사하기도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