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봄 141호 - 나의 2024년 성북구 투쟁기 / 송석호
나의 2024년 성북구 투쟁기
송석호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활동가
작년 성북구 투쟁에 대해 노들바람 원고 작성 요청을 듣고 며칠 동안 많은 고민을 했다. 어떤 말로 시작을 해야 하나... 고민한 끝에 작년 투쟁을 정의해보려 한다.
작년 성북구 투쟁을 지켜보며 정치인 두 사람의 말이 생각난다. 하나는 우리의 투쟁을 비문명적이라고 했던 정치인, 그리고 정치인을 선택할 때 정당이나 사람을 보지 말고 정책을 보고 투표를 하라했던 고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 떠올랐다. 지금부터 내가 왜 작년 투쟁을 보고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이유를 설명하고자 한다. 2024년에도 우리의 요구는 어김없이 무시되었고 성북420 투쟁은 2023년과 같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상황은 더 심각하여 중증장애인 노동자들이 일제히 해고 되는 참극까지 벌어졌다. 이 사태를 보고 나는 가장 먼저 우리의 투쟁을 보고 비문명적인 투쟁이라고 평가했던 정치인의 말이 떠올랐다. 그가 이야기한대로 지금의 정부가 문명적인 정부, 상식적인 정치였다면 최소한 중증장애인맞춤형일자리는 작년과 동일하게 유지되었어야만 했다 마치 전임 시장의 잘못된 정책인 양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다. 백번을 양보해서 그들이 일자리를 폐지하는 이유로 내세운 ‘장애인들을 일자리를 통해 투쟁에 동원하고 있다. 그래서 없애야 한다.’는 그들의 논리를 반영한다고 해도, 적어도 공공일자리 참여자 선발 기준은 유지되면서 실제 진행하는 사업 내용이 바뀌었어야 한다. 공공일자리가 사라진 자리에 구청 일자리가 생겼지만, 근로 능력이 있는 장애인들만 선발하는 과거의 형태로 다시 돌아갔다. 나는 그에게 묻고 싶었다. 이 일련의 과정을 보고도 아직도 우리가 비문명적으로 보이는가, 아니면 정치의 부족함을 지적하는 행위를 한다고 해서 사업의 본래 취지는 고려하지 않고 모든 것을 다 날려버리는 정치인들이 비문명적인가? 물론 성북구청은 서울시 정책의 변화로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장이 바뀌고 대통령이 바뀌는 동안 성북구청장은 바뀌지 않았다. 내가 센터판에 입사한 이래 그는 계속 성북구청장이었다. 선거철에 우리가 협상에 들어가면 해주겠다고 했다. 너무나도 호의적이었다. 매번 그러했다. 분명히 정책 제안서에 사인을 했다. 만약 정말 자신들이 생각했을 때, 아니다 못 해주겠다 싶었으면 선거철 정책 제안서를 들고 갔을 때부터 분명하게 거절 의사를 해야 한다. ‘이건 못 들어준다, 이것은 들어 주겠다’라고 분명히 밝혀줘야 한다. 그는 분명히 똑같은 내용을 담은 정책 제안서를 두 번이나 사인을 했을 것이다. 이제 막 추워지는 11월 밤 혼자 차박을 하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안 뽑았다고. 협약서에 사인했기 때문에 뽑았다고. 우리는 정권에 상관없이 시종일관 매번 같은 요구들을 하고 있는데 그러한 요구들을 구청 스스로, 나라 스스로 개선에 관한 노력을 계속 기울여주는 움직임이 있었다면 나는 이 밤에 혼자서 이러고 있었을까? 우리 노들은 과연 이러고 있었을까? 백 명한테 물어봐도 아니라고 할 것이다. 모두 다 한결같이 적어도 이런 방법을 쓰지 않고, 언젠가 내가 발언했던 것처럼 우리도 우아하게 넥타이를 매고 양복 입고 우아하게 온화하게 그들에게 요구했을 것이다.
나는 부끄럽지만, 쉽게 바뀌지 않는 사람이다.
핑계를 들자면 비장애인들 중심 사회에서 너무 오래 살아서 투쟁으로 인한 성과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방법에 대해 많은 회의감을 가졌던 사람이다. 하지만 분명히 밝힌다. 나는 작년을 계기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이제야 조금씩 바뀌고 있다. 작년 12월 3일, 그리고 자진해서 나갔던 여의도 투쟁을 겪으면서이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변화의 시발점은 성북구 투쟁이라고 확언할 수 있다. 11월 8일, 우리가 성북구 투쟁을 그만하겠다고 결의대회 진행하기 전 나는 소장님과 함께 성북구장애인체육회 행사장에서 홍보부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는 구청장이 나왔다. 구청장이 나와서 ‘한 해에 장애인들을 위해서 두 번이나 체육 대회를 여는 구청은 우리밖에 없다’며 ‘여러분을 위해 제가 예산을 따왔다’며 자화자찬하고, 주변 사람들은 그 공을 구청장에게 돌렸다. 그리고 그는 마무리하는 자리에 ‘장애인들을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단상을 내려왔다 10일 넘게 농성했지만, 구청장을 만날 길이 없어 만난 김에 간절하게 외쳤던 소장님의 외침을 그는 듣는 척도 하지 않으며 무시하다 꺼낸 말이 ‘구청에 계셔야지. 왜 여기 있냐’고 말을 했다. 그리고 빨리 농성장을 치우라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분명 구 행사에 신청하여 일하고 있었고, 소장님은 초청받아 간 자리에서 말이다. 나는 이 사건을 보고, 내가 이 글의 서두에 언급했던 두 번째 말을 떠올렸다. 정치인을 뽑을 때는 정당이나 사람을 보지 말고 정책을 보고 뽑으라는. 그는 분명 민주당이었으나 국민의힘 출신의 서울시장과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그는 분명 그가 속한 정당이 여당일 때도 야당일 때도 성북구청장이었다. 그리고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우리의 요구안에 사인을 했을 것이다. 이러한 행태를 눈앞에서 목도 하니, 그동안 선배들이 ‘우리가 왜 이렇게까지 투쟁하는지를 생각해 보고 반대하라’라고 외치던 말이 그렇게 와닿았다. 예산이 부족하면 당연하다는듯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부터 깎고, 장애인들을 위한다는 정책을 제정하는 과정에서도 장애인 당사자를 배제하고 정책이 정해지고, 정치인들이 자신이 선거 때 직접 한 약속도 당선만 되면 잊어버리고, 이렇게 꽉 막힌 행정으로 대답을 주는 한 우리가 복지선진국처럼 우아하게 정책을 제안하고 협상하는 것은 그저 나의 꿈일 뿐이다. 이러한 사회적, 행정적 분위기가 바뀌기 전까지, 솔직히 아직도 두렵지만, 때론 아직도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지만, 이제는 과거보다는 조금 더 목소리를 내어 투쟁을 해야겠다. 참 스스로 깨어나고 인정하는데 오래 걸렸다.
스스로 생각할 때 다른 동지들과는 조금 다른 동기로, 현 정치 구조에 대한 혐오와 분노로 투쟁에 대한 열의가 불타는 거 같아서 송구스럽다. 늦게 깨달은 만큼 오랫동안 함께 현장을 지키고 싶다. 투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