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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밖으로 ‘분리’된 나의 이야기

- 투명가방끈 ‘2024 대학 비진학자 가시화 주간’ 토크쇼

 

 

 김민정

노들장애인야학 학생. 뭐든지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은 꿈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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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11월 14일 목요일, 한국에서 너무나 중요한 하루인 수능 날. 노들야학을 통해 투명가방끈이라는 단체에서 주관하는 ‘대학 비진학자 가시화 주간’ 행사에 패널로 초대받게 되었어요. 처음 행사 패널 제안을 받았을 때는, 투명가방끈이 대학 비진학자를 위한 단체라고 해서 제가 적합할까 고민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가 대학에 들어가긴 했지만 졸업까지는 하지 못하고 결국 자퇴를 했으니까, 장애 때문에 대학을 마치기 어려웠던 그런 개인적 사연들이 있으니까, 저도 여기서 할 수 있는 얘기가 있겠다 싶었어요. 제가 기왕 하는 건 꼼꼼하게 하려는 성격이 있어서, 준비하는 것부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그래도 예진쌤이랑 같이 이야기 나누며 대본 만드는 작업이 뜻깊었어요. 요새도 집회에서 발언 요청을 받을 때면 다른 사람이랑 같이 작업해서 글을 써야할 일이 이따금 있어요. 혼자 생각하고 혼자 쓰고 혼자 말할 때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도 많이 드는데, 같이 작업하면 생각 정리도 더 잘 되고 도움이 많이 돼요.

 

  주최 측에 요청해서 질문을 미리 받고 원고도 미리 써두어서, 현장에서 저는 대본을 읽기만 하면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제 말을 열심히 듣고 그에 맞는 질문을 더 해주더라고요.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는 자리다 보니, 발음을 정확하게 하려고 무지하게 애를 썼어요. 제가 야학에 있는 학생들에 비해서는 언어장애가 덜한 편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정확히 알아듣기 힘들어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그래서 긴장되기도 했지만, 다들 제 말을 잘 이해해준 것 같아요. 누가 제 이야기를 듣고 그런 식으로 다시 질문해주는 것도 생소하고 고마운 경험이었어요.

 

  제가 권익옹호 활동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른 사람의 권유였지만, 이제는 저에게 잘 맞는 활동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삶과 그 속의 차별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다른 사람들의 삶과 차별에 대한 이야기도 보고 들으며 배우고... 이번 행사도 다른 사람들이 겪는 차별에 대해 배울 수 있고, 저 자신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알릴 수도 있는 기회였어요. 저는 한 시설에 쭉 갇혀 살지 않았을 뿐이지 초중고가 통합된 학교와 통합병동을 오가며 시설적인 생활을 해왔어요. 한 시설에만 계속 갇혀 산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저 같은 삶을 사는 장애인도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시설에 가지 않는 장애인의 삶이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시설과 비슷하게 살게 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제 얘기를 통해 알아갔으면 좋겠어요. 아래에는 행사에서 사용한 대본을 첨부합니다.

 

김민정2.jpg

 

 

  Q1. 먼저 각자 자기소개와 단체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노들장애인야학에 다니는 김민정입니다. 저는 여기서 낮에는 권익옹호 일자리를 하고 있고, 밤에는 야학을 다니고 있는 장애인 노동자이자 학생입니다.

 

 

  Q2. 민정님이 노들장애인야학에 참여하게 된 계기도 듣고 싶습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랑 조금씩 친해져가면서 동료들이 이미 많이 다니고 있는 노들야학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기도 했고, 야학의 다양한 프로그램, 특히 영화나 연극 같은 예체능 계열에 관심이 가서 나도 배워봐야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저는 졸업을 하진 못했지만 대학까지도 다녀본 경험이 있어서, 학교를 아예 다닌 적 없는 학생들이 많은 야학에 입학하기에 적합한가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가 배우고 싶은 관심 분야가 주로 국어, 수학보다도 예체능 쪽이었어서, 야학의 프로그램들에 관심이 가서 오게 되었어요. 그렇게 올해 4월부터 다니기 시작했어요. 역시 들어오고 나서도 영화나 연극 수업이 제일 재밌지만, 고등학교 공부를 한 지 오래됐다보니 국어나 수학 수업들도 다시 배우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장애인들이 학교 자체에 대한 접근성도 떨어지지만, 학교를 나올 만큼 나오고 나서도 그 다음에 갈 데가 없는 것 같아요.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보다도 더 대학에 가기도 어렵고 취직을 하기도 어렵고 결국 성인이 된 장애인들은 집에서 노는 경우가 제일 많아요. 저는 다양한 것을 배우는 것도 계속 하고 싶고, 새로운 경험도 계속 해보고 싶은데, 장애인이 그런 경험을 쉽게 갖기가 어려운 사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장애인 야학에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 같아요.

 

  저는 자기소개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야학에서 일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여기서 노동자이기도 하고 학생이기도 한데요. 장애인 야학은 이런 식으로 성인 장애인들의 여러 필요에 따라 구성원들의 여러 욕구와 정체성이 섞여있는 공간인 것 같아요.

 

 

  Q3. 민정님께서는 대학에 입학하고 그만두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 어떤 시간을 보내다 야학에 오게 되셨나요?

 

  저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천안 나사렛대학교에 05학번으로 입학해서 3년 정도 다녔는데요, 학교 다니는 동안 재활치료도 좀 받고 다른 학과로 가고 싶어서 재수 공부도 좀 하다가 결국은 휴학계를 다 써버려서 자퇴를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대학을 자퇴한 2008년쯤부터 다시 장애인일자리를 시작한 2020년까지 약 13년 정도를 쉬었어요. 그동안은 부산, 담양 등등 여기저기에 재활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같이 요양원에 있는 어르신들 말동무도 해주고 좀 도와드리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지금의 이 건물 3층에 있는 사단법인 노란들판에서 장애인 일자리를 시작하게 됐죠. 처음에는 사무보조로 시작했는데, 박경석 고장선생님의 설득으로 2021년 쯤부터 지금과 같은 장애인 권익옹호 일자리를 하게 되었어요. 권익옹호 일자리는 장애인 당사자로서 스스로의 권리를 외치는 목소리들을 사회에 전하는 일이에요. 장애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국내 법과 제도, 그리고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사람들에게 알리기도 하고, 탈시설과 자립생활 같은 다양한 장애인 권리에 대한 의제를 집회에 나가 함께 외치기도 하죠.

 

 

  Q4. 각자가 생각하는 좋은 배움, 혹은 좋은 교육의 조건들에 대해 들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야학에서 공부도 하지만 사람들도 많이 만나요. 특히 시설에 오래 갇혀 계셨거나 집에만 계속 계셨던 분들은 사람을 많이 만나지 않다 보니까 사람과 어떻게 교류해야 하는지 어려워하시는 경우도 있잖아요. 장애인들도 이렇게 사람을 만나는 법을 배우고 사회생활을 하고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이런 공간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야학 같은 장애인평생교육기관이 더 늘어나는 것도 좋겠죠. 장애인평생교육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고, 법과 제도가 갖춰지는 부분도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Q5. 마지막으로 각자가 학교에 가장 지원을 요구하고 싶은 문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통합교육을 경험해보지 않아서, 답하기 어렵기도 한데요. 학교 현장으로 생각해보면, 당연히 모든 학교에 편의시설이 잘 되어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학교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거기가 접근이 가능한지 화장실이 잘 되어있는지 턱은 없는지 이런 걸 다 직접 알아봐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필요 없이 다들 편의시설이 당연히 잘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장애인들이 많이 가는 대학은 굉장히 한정적이에요. 한국복지대, 나사렛대, 대구대 등등 그런 대학들 이외에도 장애인들이 갈 수 있는 대학의 선택권이 더 넓어져야 하는 것. 그리고 저는 사이버대가 더 확장되어도 좋을 것 같아요. 사이버대는 학교를 직접 다니지 않아도 되고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서 좋기도 한데, 거기서 배울 수 있는 공부나 학과도 제한적이잖아요. 그런 게 더 확장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오늘이 수능날이라 이 행사가 기획되었던 만큼 다들 청소년기 교육이나 입시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나누어주셨는데요. 저는 평생교육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싶어요. 비장애인들도 성인이 되고 나서도 함께할 사람들이 필요한 건 마찬가지니까요. 다만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장애인들은 성인이 되고 나서도 시간을 보내고 배움을 가지고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을 찾기가 특히 더 힘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노들야학 같은 평생교육기관이 더 늘어나는 것, 그에 대한 지원이 확장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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