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봄 141호 - [전장야협 백일장]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출범 20주년 기념 공모전 수상작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출범 20주년 기념 공모전
<우리는 계속 배우고 싶다>
수상작들
글 부문 대상 <나의 첫 한글, 이발소>
- 노들장애인야학 이영애
이영애입니다. 여자입니다. 야학에는 2002년도, 제가 서른여섯 살에 왔어요. 그래서 지금 오십여덟 이거든요. 22년 됐네요. 야학에는 왜 왔냐고요? 한글을 못 배워서 한글을 배우려고 왔습니다.
그전에는 방 안에만 있었어요. 엄마는 일 가시고, 오빠랑 동생은 학교 가고, 엄마가 점심때 와서야 밥 먹고, 화장실도 가고. 그리고 저녁에 오빠랑 동생이 와서 저를 돌봐주고요. 나가려면 누가 안고 나와야 하는데 그 때는 활동지원사도, 휠체어도 없었어요. 그러다 어머니가 어디선가 정립회관 명함을 받아왔어요. 거기 전화를 해서 내 딸이 장애인인데 바깥에 나가게 해주고 싶다고 했나 봐요.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집에 오셔서 저를 보고, 엄마랑 상담도 하시고, 그때부터 주간보호센터에 가게 됐어요. 아, 옛날 정립회관 2층에 주간보호센터가 있었어요. 차가 집집마다 다니면서 장애인들 태우고 가서 운동도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야외도 나가고요.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퀴즈프로그램에 나가서 제 휠체어랑 방석이랑 좌변기도 사주셨어요. 그리고 밥값, 간식값도 후원받아서 내주셨어요. 한 달에 삼만 원. 그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얘기하시기를 건물 3층에 장애인도 공부할 수 있는 노들장애인야학이라는 곳이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그때부터 노들야학에 오게 되었습니다.
야학에 들어와서 제일 좋았던 건 한글 배운 거예요. 나이 들어서 수업을 들으려니 깜빡깜빡 잊어버려서 야학 선생님이 CD에 녹음을 해주셨어요. 그걸 반복해서 들으면서 한글을 떼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는데 선생님이 포기하지 말라고, 언니는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셔서 덕분에 끝까지 한글을 깨칠 수 있었어요. 그 선생님한테 너무 감사해요.
동네 나와서 첫 글자 안 게 이발소라는 글자예요. 두 단어, 세 단어 배울 적에 알았는데 집 앞 창문에 이발소라는 글자가 딱 있더라고요. 큰 소리로 읽으면 창피하니까 속으로 ‘이발소’ 한 글자 한 글자 읽으니까 되더라고요. 그때부터 쭉 글자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새삼스럽기도 하고 내 자신이 너무 뿌듯했어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자막도 읽을 수 있게 됐고요. 처음 끝까지 읽은 책도 기억해요. 국어 선생님이 책 <도가니>를 스케치북에 큰글씨 책으로 만들어주셨어요. 그 한 권을 다 읽은 게 너무 기뻤습니다.
같이 공부하는 학생들이랑은 얘기하고 싶은데 저는 수동(휠체어)이고 다른 학생들은 전동이어서 자기 맘대로 다니시니까 얘기할 시간이 없어서 아쉽고 서운하고 그럽니다요.
선생님들, 이런 얘기 하면 안 되지만 옛날 선생님들은 정이 있으셨는데 지금 선생님들은 정이 없는 것 같아요. 왜인지 모르게 바쁘신 건 아는데, 학생들과 얘기를 안 하시니까 좀 서운해요. 학생들도 서운하게 생각해요. 학생들이랑 얘기도 하고 고민도 들어주고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면 좋겠습니다.
일자리, 지금 일하고 있어요. 2022년도 10월부터 햇수로 3년 했네요. 야학 선생님이 일자리가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일하고 싶어요”라고 했더니 일하게 되었습니다. 10월 둘째 주부터 했어요. 다 기억나요. 그때 가을이었어요. 제 첫 일자리였어요. 그 전에 인권강의도 2년 했는데 그건 강의가 있을 때 나간 거고요. 일하는 건 재밌고 힘들어요. 그치만 제가 스스로 돈을 버는 게 즐겁고 일 하면서 월급 타서 적금도 붓고, 옷도 사 입고, 군것질도 하고. 또 자립도 하고요. 그전에는 엄마랑 같이 살았는데 올해 6월 14일 이사했어요. 이제 4달 됐어요. 따끈따끈해요. 혼자 사니까 너무 좋아요. 간섭도 안 받고 내 맘대로 자고 싶을 때 자고, 활동지원사도 같이 있으니까요. 한 달에 617시간. 부족하긴 해요. 활동지원시간 심사하시는 분이 언어장애가 있거나 산소호흡기 끼거나 해야 24시간이 활동지원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시간이 모자라요. 특히 네 번째 주, 다섯 번째 주. 100시간만 더 있으면 좋겠어요. 아 또 하나 말하고 싶어요. 일을 하면 월급은 주는데 월급 받으면 수급비가 깎여요. 너무 불공평해요.
수업은요.. 월요일은 글쓰기반, 화요일은 국어, 목요일은 기초사회, 금요일은 수학 수업을 듣고 있어요. 수업은 재밌어요. 수학만 빼고. 수학시간에 하는 부루마불은 재밌는 것 같아요. 장애인들이 어디 갈 데가 없고 글도 모르잖아요. 여기 와서 글도 배우고 세상을 알고 사람도 사귀었으면 좋겠고, 이런 야학이 많이 있으면 좋겠어요. 평생교육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그래서 집에만 있는 뇌병변 중증장애인 분들 많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심사평
처음 야학에 오게 된 날, 처음 읽은 단어, 처음 끝까지 읽은 책, 첫 출근. 야학과 함께한 ‘처음’들을 읽으면서 이영애 님의 삶에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의미 있는 일들이 일어날지, 그날들에 야학은 어떤 모습으로 이영애 님을 맞이할지 궁금해졌습니다. “이런 얘기 하면 안 되지만” 이라고 쓰셨으나, 노들야학의 배우고 싸우는 존재들은 언제나 ‘하면 안 되는’ 이야기로 이 세상과 우리의 삶을 바꿔왔습니다. 계속 야학과 함께 하며 ‘하면 안 되는 얘기’들을 들려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림 부문 대상 <야학 가는 날>
- 노들장애인야학 한소리반

*자세히 보기 : https://drive.google.com/drive/folders/1PFhMyzMMssI2E04N-fB-UM3aKk9OM1oq?usp=drive_link

▷ 심사평
한소리반이 함께 작업한 만화는 한 사람이 아닌 여럿의 경험과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창작은 한 개인의 작업에서 머물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흐름을 결정합니다. 콘티를 나누고 작화를 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협업은 우리에게 아름답고 강한 메시지를 남기게 되죠. 기나긴 대화로 이루어지는 설득보다 간결하고 힘있는 설득력을 가지게 됩니다.
그림 부문 대상 <나의 오후>
- 노들장애인야학 서호영


▷ 심사평
투쟁현장에서 우리는 분노하며 결의를 다지고 구호를 외칩니다.
그런데 거리의 풍경, 봄날의 따스한 햇빛, 나무를 물들이고 있는 단풍, 파란 하늘에 둥둥 떠있는 흰 구름은 우리에게 작은 평화를 주지요. 도시의 빌딩들, 바람에 부푼 나무들, 함께 하는 경찰들은 휠체어에 앉아 피켓을 들고 있는 활동가를 감싸고 있는 듯 합니다. 흩어지는 듯한 터치로 그려진 ‘나의 오후’에는 삶에 대한 사랑과 애틋함이 전해져 옵니다.
글 부문 선정작
- 노들장애인야학 이인혜


그림 부문 선정작
- 노들장애인야학 김명선


그림 부문 선정작
- 노들장애인야학 최재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