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가을 132호 - 노들바람을 여는 창 / 김유미
노들바람을 여는 창
김유미
〈노들바람〉 편집인
“선생님 이제 이거 말고 가을 꺼…” 제가 야학에서 <노들바람>을 함께 읽는 수업을 맡은 뒤로 <노들바람> 발행의 강력한 재촉자는 학생들입니다. 여름이 다 지나가고 찬 바람이 부는데, 왜 <노들바람>은 여름호를 보아야 하느냐며, “새 거는 언제 나와요?” 하고 명랑히 묻는 학생 박땡땡 언니가 지각쟁이 편집자를 긴장시킵니다.
‘노들바람’ 수업에서 지난 여름호에 담긴 장애인권리예산 확보 투쟁에 관한 글을 오래 읽었습니다. 출근길 지하철 타기 투쟁 이야기와 삭발투쟁 결의문, 오체투지에 관한 글까지, 매주 한두 편씩 읽고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노들바람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 가운데 이미 삭발 투쟁을 하신 분들이 있어, 후기를 듣기도 했고요. “한창 출근시간이라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충무로로 환승하는데, 지하철 3대를 보내고 탔어요. 사람도 많고. 탔다 내렸다 하니까 사람들이 욕하고. 저도 좀 무서웠어요. 그날 처음 타봤거든요. 이렇게 힘들게 투쟁한다는 걸 그때 깨달았어요.”(영애)
남의 투쟁결의문을 열심히 읽은 것이 영향을 미쳤을까요. “내가 다음달에 머리 깎겠다고 얘기했어요.”(용호) “성호 선생님한테 머리 깎는 거 얘기했어요. 11월달 아니면 12월달.”(재환), 바톤을 이어받듯 삭발투쟁에 나서는 분들이 생기더군요. “저도 삭발식을 하면 정부에다 말하고 싶어요. 장애인들 시설에만 가두지 말고 탈시설 하는 장애인들에게 예산 쓰였으면 좋겠습니다.”(정우) 그리하여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보낸 교실에는 빡빡머리 학생들로 가득합니다. <노들바람> 가을호도 삭발 투쟁을 결의한 노란들판 사람들의 글로 시작합니다. 결의한다는 것은 뜻을 정하여 굳게 마음을 먹는 것이라 하네요. 이 결의의 마음과 표현들을 곱씹어 주시길 바라며, 아침 지하철에서 매일같이 쌓여가는 목소리에도 계속 관심을 기울여주시길 요청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