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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생활처럼 답답했던,

자가격리 2

 

 

 

추경진

탈시설해서 신바람 나게 살고 있는 추경진입니다.

 
 
 
 
 
 
 
 
 

 

 

     나는 시설에서 15년을 살았다. 몇 년도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사스에 걸려서 두 평 남짓한 데서 여덟 명이 2주 동안 격리된 적 있다. 2주 동안은 문 밖에를 나가지도 못 하고 소변 대변을 그 안에서 다 해야했다. 그것을 겪으면서 두 번 다시 이런 경험은 하기 싫었다. 그때를 생각하면은 진짜 진짜 지옥이었다. 그 이후로도 염증이 생겨서 꽃동네병원에 몇 번 입원한 적은 있지만 감기하고 다른 거는 걸린 적이 없었다.

 

 

     나는 탈시설 하면서 권익용호 활동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이게 무엇을 하는지 모르기도 했고, 이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판단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하다 보니까 이 활동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너무 좋았다. 많은 사람들과 만나기도하고 탈시설한 당사자들끼리 만나서 현실적인 이야기도 하고 같이 어울리면서 든든했다. 때로는 같이 놀러 다니고 같이 술도 마시고 같이 공부도 하고 지금까지 내 삶에 만족하고 있다. 권익옹호 할동을 하면서 이제는 여러 집회라든지 기자회견, 그런 활동이 내 삶에 어느 정도는 뿌리를 잡고 있다. 그러면서 내게 주어진 한도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작년 2020년도 1월 달에 코로나가 방송에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별거 아니겠지 생각했었다. 방송에서 여름이면 코로나는 없어질 거라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코로나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계속 확산이 되었다. 그러는 와중에 대구에 있는 장애인이 코로나에 확진이 되면서 장애인 감염 시 대응 매뉴얼이 없는 것도 문제가 되었다. 거기에 대한 기자회견이라든지 집회에 참석하면서 과연 내가 코로나에 걸리면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지, 활동지원은 어떻게 받는지, 내가 걸리면 위급한 위험군에 속하게 될지 아니면 괜찮을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운이 좋게 유리빌딩에서 내 주변에는 코로나가 걸린 사람이 없었다. 한편으로 대수롭게 생각은 안 했다. 그러나 2021년도 들어와서 다른 센터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고 자가 격리가 들어가면서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 나도 걸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께 기도했다.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는 코로나가 안걸렸으면 하였으나 내 주변에 코로나에 걸리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5층 비장애인 활동가가 코로나에 확진이 되었다고 들었다. 며칠 지나서 전화를 걸어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와 있다고 이야기 하였다. 병원생활이 어떠냐고 물어 봤더니 나가지 못하고 병원에만 있어서 답답하다고 했다. 나는 진담 반 농담 반 시설 체험한다고 생각하라고 이야기를 하였다. 시설에 있는 사람들은 몇 년부터 몇십 년 동안을 그렇게 나가고 싶어도 그렇게 생활하고 있다고. 웃으면서 전화를 끊었다.

 

     몇 달이 못가서 같이 활동하는 권익옹호 활동가가 확진되었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나도 동선이 겹쳐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들었다. 2주 동안 어떻게 지내지, 뭐하고 지내지, 갑자기 가슴이 답답했다. 어쩔 수 없이 2주간 지내야 되는데 활동보조 형제님들께 누가 2주 동안 같이 있을 건지 두 분에게 물어보았다. 고맙게도 두 분 다 하신다고 했다. 한 분하고 2주 동안하고 나머지 한 분은 일주일 동안 쭉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2주 동안 활동지원을 하면 시간이 좀 모자랐다. 하루에 1.5시간 추가로 준다고 했다. ~ 한 시간 반? 뭐하자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나는 800시간을 받으니까 어찌 어찌한다고 해도 시간을 적게 받는 사람들은 어떻게 시간을 활용할지 그것이 걱정이 되었다.

 

 

     격리시간에 나가지 못하니까 베란다까지 나가서 창문 열어 놓고 바깥을 쳐다보고 인터넷에서 뻥 뚫린 바다 사진을 찾아보았다. 1주일 넘어가니까 그 때부터 답답했다. 나가고 싶었다. 감시하는 사람도 없는데 한 번 나가 볼까? 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그러나 괜히 걸리면 쪽 팔릴 것 같았다. 꾸우욱 참았다. 음악도 듣고 먹을 것은 인터넷으로 시키고, 활동지원사와 수다 떠는 것으로 시간을 때웠다. 드디어 2주가 지났다.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보건소에 가려고 나갔는데 너무 좋았다. 공기가 틀린 것 같았다. 하늘도 너무 맑았다.

 

 

추경진_자가격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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