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여름 115호 - 노들야학 발달장애인 낮활동 "우웨~ 우웨~"에 갈 거야~~~~" / 윤제원
노들야학 발달장애인 낮활동 "우웨~ 우웨~"에 갈 거야~~~~"
윤제원 │ 장애인거주시설 인강원장. 25년 장애인복지 실천현장에서
사회복지사로서 근무했지만 거주시설 경험 2년 7개월 밖에 되지 않는 시설 초년 사회복지사
인강원 거주인 63명 중 노들야학 낮 활동에 10명 (20%에 조금 못 미치는 인원)이 참여하고 있다. 조금 이른 점심식사를 하고 노들야학 선생님의 운전지원으로 이동하여 저녁식사를 하기 전 귀원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다른 주제의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인원이 늘어나면서부터 인강원의 지원교사가 동행해서 돌발 상황 및 특이사항에 대처하고 있다. 초반에는 인강원 지원교사의 과도한 책임감, 생활관에서의 지원태도의 연장 등으로 상호간 불편함이 있었으나 서로의 입장과 관점을 존중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통해서 안정적으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강원 거주인들은 노들야학 낮 활동에 참여하기 전에도 나름대로는 개별활동 계획에 의한 원내치료, 개별 여가활동 등에 참여하고 있었으나 개별 이동지원 인력부족 등으로 원 밖 외부활동이 충분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일상이 무료하기도 했을 것이다. 짧게라도 외부활동이나 나들이를 하려면 지원교사들의 근무조정과 행정인력의 지원 등 조정하고 확인하고 협력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외부활동이 그렇게 복잡하고 번거로운 일인 반면 인강원 거주인들은 원 밖 외부활동을 너무도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는 노들야학 낮활동에 참여할 거주인을 결정함에 있어서 학습 능력, 언어표현능력, 일상생활수행기능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시설 밖 경험이 필요한 분들에게 참여를 권유했고, 본인이 참여하고 싶다는 거주인은 가능한 모두 참여하도록 했다. 그간 원에서 나름대로는 무료한 일상이 되지 않도록 다양한 활동을 계획했지만 시설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1) 언어표현이 부정확한 이**씨가 노들에서 진행하는 아프리카댄스 동작으로 노들 낮활동을 칭하는 표현
이루어진 활동은 거주인들에게는 크게 다르지 않은 활동이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매일 노들야학을 이용한다고 해서 무언가 큰 변화를 기대하지 않았다. 다만 낮시간 좁은 방안에서 부대끼는 시간을 줄이고, 365일 같이 생활하는 동료거주인, 지원자만 바라보는 시간을 줄이고, 일과 중 잠깐이라도 시설을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는데 의의를 두고 시작한 것에 비해 많은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생기가 넘치고 활발해짐이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목소리가 커졌다는 것이다. 의사표현이 더 강해지고 적극성이 늘어나 노들에 참여하지 않는 요일이나 다른 활동에서도 활기가 넘쳐난다.
매일 다른 일정에 정기적으로 가야할 곳이 있다는 것은 일상을 살아가는데 큰 활력이 됨이 분명한 것 같다. 언제나 본인의 욕구가 해결되지 않으면 큰소리를 질러 본인의 감정(화)을 풀었던 고**씨는 이제 조금씩 자신의 고함소리에 다른 사람이 깜짝 놀란다는 것을 알아가고 화가 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사람이 없는 공간으로 가서 감정(화)을 푸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작은 체구와 느린 행동으로 인해 많은 부분 타인에게 의존하던 김**씨가 요즘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내가 할 수 있어” “내가 했어”이며, 매사에 적극성을 가지고 본인이 하려고 하는 모습이 늘어나고 있다. 진작부터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기회를 제공하였다면 지금보다 더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활동시간 내 뒤에서 서성이기만 한다는 최**씨도 다른 일정으로 노들 결석을 설명하면 조용히 수용하기는 하지만 스트레스성 상동행동을 하거나 매우 답답해하는 행동을 한다고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노들에 가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매일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일인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이 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즐겁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노들 교사에 대한 느닷없는 가해 행동으로 당분간 이용을 중단한 장난기 많은 김**씨의 속마음을 알고 싶고 그래서 다른 방법으로 타인과 소통하면서 특유의 매력을 인정받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하나 더! 세상 밖이 너무 두려운 황**씨가 조금만 더 용기를 내어 노들 낮 활동에 참여하게 되길 바란다.
거주시설 경험 2년 7개월밖에 되지 않는 시설 초년 사회복지사 원장은 지원교사들에게 늘 말한다.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노들야학 낮활동 참여 초반에 있었던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 등을 정리하고 서로가 익숙해지고 나니 결코 무리한 시도가 아니었음이 증명되었다. 우리의 속도가 아닌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거주인들의 속도에 맞춰 작은 시도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