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겨울 144호 - [2025년 평밥&노꿈] 파도를 닮은 몸짓으로 온 세상을 뒤집어 버려! / 한나
[2025년 평등한 밥상 & 노란들판의 꿈]
파도를 닮은 몸짓으로 온 세상을 뒤집어 버려!
한나
하와이안 훌라댄서, 모두가 즐기는 평화의 춤, ‘모두의훌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모두의 훌라
누군가의 초대가 만들어준 잊을 수 없는 날들을 더듬어봐야지
노들장애인야학 임미경 활동가(씨앗)의 초대로 ‘노란들판의 꿈’ 행사에서 ‘꿈을 담은 몸부림’ 꼭지를 맡아 훌라를 추게 됐다. 노들의훌라와 모두의훌라가 다 함께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무대에 올라, 우렁찬 파도를 닮은 하와이 춤을 추었다. 색색깔 우산과 우비로 몸을 감싼 관객들과 짧게 훌라를 함께 추는 시간도 가져보았다. 온종일 비가 내렸던 쌀쌀한 가을 오후였지만, 따스함을 가득 느낀 하루이기도 했다. 연대공연을 마치고 나서도 한동안 그날의 따순 여운에 포옥- 잠겨지냈다. 그리고 이렇게 ‘노들바람’ 겨울호 글까지 쓰게 되었다. (영광입니다 히히) 이 글을 쓰며 소중했던 2025년 8월부터 9월의 시간을 더듬어봐야지.
씨앗이 뿌린 씨앗, 노들의훌라
2023년 6월. 마포 평화의공원에서 씨앗(임미경 활동가)을 처음 만났다. 버려질 뻔한 조화로 업사이클링 꽃목걸이를 함께 만들고, 하와이안훌라를 함께 췄다. 맛있는 것도 노나먹었다. 그렇게 풀밭에서 인연이 되어 훌라를 2년 넘게 같이 췄다. 시간이 흘러흘러 올해 여름, 씨앗이 내가 활동하고 있는 ‘모두의훌라’를 ‘노란들판의 꿈’ 무대에 초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훌라를 처음 춰보는 활동가들이 한 달간 훌라를 배우고, 공연까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자고 했다. 내가 아는 씨앗은 모든 것에 진심으로 임하는 사람이다. 그런 씨앗의 초대이기에 더 설렜고, 정말 멋진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 씨앗은 몸이 열두 개라도 모자란 파워 활동가이자 예술가인데, 그렇게나 바쁜 와중에도 ‘훌라 공연’을 함께할 활동가 7분을 기어코 모셔왔다. 업무 시간에 짬을 내어 3주간 훌라 연습을 하고, 공연까지 하기로 한 우리들. 그렇게 ‘노들의훌라’가 꾸려졌다.

노들의훌라
우리가 함께 출 춤, 우렁찬 파도의 몸부림!
2025년 8월 28일. 4층 교실에서 하와이안훌라를 처음 같이 춘 날이 떠오른다. 업무 중간에 춤을 추러 오신거라 조금 피곤해 보이는 기색도 있었다. 안 그런 척했지만, 사실은.....나.....좀 떨렸다. ‘재밌어 하실까......? 모르겠다. 알 수 없지. 그래도 훌라가 가진 힘을 믿어보자!’ 속으로 외치며 몸부터 풀었다. 90분 동안 최대한 힘찬 기운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이번 ‘노란들판의 꿈’ 주제가 ‘몸부림’이라는 말을 듣고, 함께 출 훌라곡으로 ‘호레이’를 떠올렸다. 호레이는 하와이섬 해안가의 높은 절벽에 있었던 마을 이름이다. 화산활동으로 지금은 사라진 ‘호레이 마을’에서 들렸던 우렁찬 파도소리에 귀가 먹먹해진다는 내용이 노래의 중심 이야기다.
“어머머 생각보다 재밌어요.”
“이렇게 추는 거 맞나요?”
“노래를 들으니 기분이 좋아요.”
“연습해와야겠다.”
이렇게 우리의 첫 훌라 몸부림이 시작됐다! 춤추는 교실이 괜히 더 환해 보였다.

서로의 몸을 바라보며 춤을 춘다는 것은
야학 4층 교실에는 거울이 없다. 거울이 없어서 생기는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분명 있다. 춤추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가 없으니, 앞에 나와 춤을 가르치는 이의 몸에 더 집중하게 된다. 그건 가르치는 이도 마찬가지다. 거울을 거치지 않은 쌩눈으로 내 앞에서 춤을 배우는 이들을 바라본다. 나와 같은 동작으로 춤추는 이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 일상에서 쉽사리 하지 못하는 강렬한 경험이다. 서로의 발끝이라던가 골반이라던가 팔꿈치같은 걸 바라보게 된다. 그렇게 서로의 몸짓과 눈빛이 얽히면서 폭풍 같은 고요함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잠시 ‘훌라의 정석’이라는 것이 정말 있을까 생각해본다. 팔을 천장까지 꼿꼿하게 들어 올리지 않으면 아름다운 훌라가 아닌 걸까? 발이나 엉덩이를 힘차게 양옆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훌라가 아닌 걸까?
모두의훌라 × 노들의훌라 크로쓰!!!
2025년 9월 19일 금요일. 하루종일 비가 내린 날. 축제를 진행한 이래로 이렇게 종일 비가 온 날은 없었다고 한다. 궂은 날씨에도 풍성하고 멋진 행사를 진행한 분들의 노고에 정말 감사드린다. 노들의훌라 맴버들 모두 큰 행사를 준비하느라, 잠도 잘 못 자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스텝하랴, 부스 지킴이하랴 정말 정신이 없었을 거다. 그래도 막판 벼락치기 연습도 해보고, 대기실에서 쪽잠 자가며 결국 멋지게 무대에 올랐다. ‘이제는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라고 적힌 단체 티셔츠를 입고 추는 훌라가 참 자랑스러웠다. 그 날 준비해갔던 멘트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알로하 여러분! 우리 손가락 하나를 한번 들어볼까요?
일렁일렁 찰랑찰랑 손가락으로 물결을 그려주세요.
훌라를 추며 세상에 몸으로 그림을 그린다라고 생각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호레이’라는 하와이 노래에 맞춰 훌라를 함께 배워보겠습니다.
파도를 닮은 우리의 목소리와 몸짓으로 세상을 함께 뒤집어봅시다!!!!
음악 주세요!



*에필로그 : 지하철에서 만난 파도
일렁일렁
찰랑찰랑
마로니에 공원 가는 길, 지하철에서 파도를 만났다.
지하철 빈 의자에 고사리손으로 파도물결을 그리는 아이를 보았다.
거침없는 손길.
세상이 우리의 무대를 미리 응원해주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