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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마치고 오후 네 시, 마음 속 글을 모아 만나자 

  - 글쓰기 모임 이야기

 

 

 

글 최영은, 김시연, 이영애, 김다현

정리 김다현

 

 

 

 

  글을 쓸 때 우리는 나의 내밀한 이야기를 쓰기도 하고, 타인과 세계에 대해 생각한 것을 쓰기도 한다. 혹은 혼자 골몰하여 쓰기도 하고, 함께 모여 서로의 글에 대해 나누며 글을 쓰기도 한다. 2025년 2학기의 우리는 함께 모여 각자의 다양한 삶에 대해 글을 쓰기로 했다. 여기서 우리라 함은 노들야학에 다니는 최영은 언니와 노들야학에 인턴십을 온, ‘샨티학교’라는 대안학교를 다니는 김시연 님, 그리고 야학 2025년 백일장 시즌에 맞춰 작품 제출을 위해 같이 합류하게 된 야학 학생 이영애 언니와 노들야학 교사 김다현이다. 우리가 글을 쓰기 위해 만난 것은 순전히 우연적인 일이었다. 영은 언니는 자신의 삶에 대한 글을 많이 써서 책을 출판하고 싶어했고, 나는 6년 정도 함께 살아온 반려묘 지동이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내고 슬퍼하면서 그 경험에 대해 계속 풀어내고자 하는 중이었다. 글쓰기 모임을 시작한 시기에 샨티학교에서 인턴십 온 학생 김시연 님의 담당 교사 중 한 명으로 내가 함께 하게 되면서, 시연 님도 인턴십 기간 동안 함께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영애 언니는 와상 장애로 혼자 글을 쓸 수 없는데, 백일장에 작품을 제출하기 위해 글쓰기 모임에 진행되던 중에 합류하여 언니의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었다. 

 

  글쓰기 모임은 보통 주제를 정해놓고 글을 쓰기도 하지만, 우리는 그냥 각자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기로 해서 우리의 이야기 주제는 다양했다. 영은 언니는 어린 시절부터 시설에 살다가 탈시설했던 기억에 대해 써주었고, 시연 님은 자해로 인해 병원에 수용되었던 폭력적인 경험에 대해 들려주었다. 영애 언니는 가족이 때로 언니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여러 일에 대해 솔직하게 들려주셔서, 받아적는 마음이 쓰라렸던 기억이다. 이 지면에는 그래도 좋았던 일을 골라보았다. 마지막으로 나는 기형도 시인의 <빈 집>을 개작해보았다. 우리가 어떤 글을 썼는지 보여드리고자 한다. 

 

 

 

  <사랑에 빠진 이야기> 

 

  최영은

 

  꽃동네 희망의집에 재입소를 한 이후 나는 2층 210호로 배정받았다가 211호로 재배정을 받았다. 그렇게 성인시설 생활을 시작했다. 희망의집은 중앙홀에 남녀가 모여서 놀 수 있는 유일한 큰 홀이다. 토요일 특정미사와 월요일 저녁 미사가 있어 매주 미사를 드렸다. 희망의집 큰홀은 공동방이라고 다들 부른다. 공동방에서 얼굴이 잘생기고 마음씨가 착한 오빠를 보고 하나, 둘, 셋, 넷 4초 만에 뿅하고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새하얀 피부, 잘생긴 얼굴, 착하고 용맹하고 9살 차이 나는 오빠다. 전동휠체어 타고 왔다갔다 하셔서 처음에는 나처럼 몸집이 날씬했었다.(탈시설 이후와 같이 사는 이후 상체가 살이 붙었지만.) 그렇게 탈시설 전 4년을 희망의집에서 살았는데 시설에서 살기 싫어서 2-3년 전부터 이음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개최하는 이음여행을 2회 참여하기도 하고,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한 평원재라는 체험홈에 단기 체험하다가 2015년 3월 13일에 사랑하는 오빠와 함께 평원재로 탈시설했다.

 

 

 

  <병원에 있었던 사람이 탈시설에 관해 하고 싶은 말>

 

  김시연

 

  병원이나 요양원에 있으면 사람이 절로 무감각해진다. 퇴원하고 나서도 표정은 뚱해진다. 약물이 많아서인지 계속된 일상이 비슷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인지능력도 떨어진다. 시간에 대한 개념도 무감각해지고, 삶에 대한 기대감도 점점 떨어진다. 

 

  나는 그래서 노들야학에 왔을 때 탈시설의 중요성에 극히 공감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나는 갇혀 지내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 것인지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안다고’ 이야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내가 병원에 간 것은 나으러 간 것이었다. 자해의 위험이 많았기에 정당한 격리이자 감금이라고 부를 수 있었다. 시설에 있었던 분들은 그저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시설에 있었는데, 감히 나의 병원행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다른 일이었다. 그럼에도 정신병원의 입원은 탈시설에 대한 통찰을 남겨주긴 했다.

 

  병원에선 나는 그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조금만 병원이 작아져도 안전을 핑계로 여러 인권을 침해했다. 아무리 내가 잘 이야기해보려고 해도, 의료진들은 “나는 의사(혹은 간호사 혹은 보호사 혹은 사회복지사), 당신은 환자”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병원이 나에게 남긴 상처는 씻기 힘들다. 특수한 곳에서의 경험이라 그런지, 낙인이 뒤따른 다는 느낌은 떨치기 어렵다. 시설도 그러한 것 같다. 한 책을 읽었는데, 당사자는 시설 거주 인이라는 이유로 많은 차별과 인권침해를 받아왔다.

 

  탈시설은 정말 중요하다. 나열하기엔 많지만, 병원에선 존중받고 싶었다. 특히 일부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함부로 대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구조 속에서 그들에게 뭐라 반항하기엔 쉽지 않았다. 조금만 언성이 높아져도 약이 늘어날까봐 무서웠고, 강박당할까봐 두려웠다. 나는 눈치 안 보고 맘껏 전화하고 싶었으며, 맘껏 먹고 공부하고 싶었다.

 

  그러나 가장 내가 원하던 건 문에 대한 통제권이었다. 문은 내가 원치 않게 잠길 때도 있었고 원치 않았지만 꼭 열어야 할 때도 있었다. 나는 그 문이 너무 답답했다. 어쩌면 내가 원 하던 것들은 바깥세상의 사람들이 모두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탈시설 에 적극 연대하는 바이다. 장애인이 바깥에서 당연하게 해도 되는 것을 하게 해주는 것은 배려가 아니라 당연하게 해야 할 일이다. 그들은 진작에 바깥에서 당연하게 지낼 수 있었지만 사회의 부조리함 때문에 시설에 있다. 빨리 변화가 생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병원은 절대로 집이 아니다. 그러니 더더욱 시설도 집이 아니다. 병원과 시설은 목적이 달라 똑같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갇혀본 사람으로서, 안 좋은 병원에도 있어본 사람으로서 조금 적었다. 감금은 내게 이렇게 가르쳐주었다: 시설은 괴로운 현실 속에 외부인과 거주인 모두 가두는 불합리한 벽이자 문이다.

 

 

 

  <오빠랑 같이 안면도 갔던 이야기>

 

  이영애

 

  한 20년 전이었다. 연말이 되어서 엄마랑 같이 있었는데 갑자기 오빠가 와서 “우리 바다 보러 갈까?” 하더니 날 덥석 안고 오빠 차에 실어서, “어디 가게?” 내가 물어봤다. 오빠가 우리 안면도로 바닷가 가자 하고 갑자기 여행을 떠났다. 두 시간 달려 안면도 바닷가에 도착했다. 그때 휠체어를 안 갖고 가서 차 안에만 있었다. 그 근처에 포장마차가 있었다. 거기 가서 이것저것 먹을 걸 사왔다. 오징어볶음도 사오고 어묵 볶음이랑 조개찜도 사와서 차에서 맛있게 먹었다. 오빠가 이런 면도 있구나 생각했다. 엄마랑 같이 갔으면 좋았을텐데 엄마가 같이 못가긴 했지만 오빠랑 재밌게 바다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너무 좋았다. 차에서 노을도 보고 일출도 보고 그 다음날 라면도 사다줘서 맛있게 먹고 점심도 오징어볶음 또 먹고 회도 먹었다. 나는 회는 못먹었지만 홍합탕도 먹었다. 너무 맛있게 먹고 일출도 보고 집으로 왔다. 오빠랑 있었던 중에서 가장 좋은 1박2일이었다. 

 

 

 

  <고양이를 잃고 나는 쓰네>

  - 기형도 빈 집 개작

 

  김다현

 

  잘 있거라, 함께 했던 밤들아

  땅 속에 묻혀 영원히 잠든 이

  아무것도 모르던 새들아, 잘 있거라

  고약한 농담이라고 말해줄 누군가

  그리움을 대신하는 웃음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시간에

 

  하릴없이 나 이제까지 헤매고 있네

  고마운 내 사랑 영영 이 자리에

 

 

  2025년 2학기를 마치고, 우리의 글쓰기 모임은 방학 중이다. 우리의 글쓰기 모임은 오래 지속한 일은 아니었지만, 어쩌면 그래서 훌쩍 금방 다시 시작할 수 있을 수도 있겠다. 우리가 다시 일자리와 수업 사이에 짬을 내어 만나서 노들바람 독자들에게도 새로운 이야기로 닿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노트북을 닫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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