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겨울 144호 - 서울시 개인별자립생활지원 프로그램 <건강한 식탁 만들기> / 유지영
서울시 개인별자립생활지원 프로그램 〈건강한 식탁 만들기〉
유지영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에 입사한 지 겨우 10년차, 여전히 센터판 활동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행위 중, 음식은 가장 따뜻하고 솔직한 언어일 것입니다.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마음을 열고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유대감을 형성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센터판의 ‘건강한 식탁 만들기’ 프로그램은 이러한 음식의 힘을 바탕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사업 일정과 예산 등으로 총 여섯 명의 참여자와 함께 하게 되었으며, 처음에는 전문적인 레시피를 통해 멋지고 건강한 음식을 배우는 것을 상상했습니다. 그러나 회기를 거듭할수록 우리는 ‘건강함’의 의미와 ‘음식을 만든다는 것’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건강한 식탁이란, 기술적 완벽함이 아닌 스스로 만드는 기쁨과 소중한 사람과 나눔의 따뜻함으로 채워진다는 것을요.
여섯 분의 참여자가 식탁 위에서 피워낸 각자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첫 번째 참여자 강○○ 님은 라면 외에는 요리 경험이 전무했지만, 돈코츠라멘, 미나리새우전과 같은 일상 메뉴부터 크림파스타, 부챗살 스테이크 등 새로운 요리에도 도전했습니다. 스스로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음식들을 성공적으로 완성하자 신기해하며, “이제 집에서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보여주었던게 기억에 남습니다.

두 번째 참여자 김○○ 님에게 요리는 ‘나눔의 도구’ 였습니다. 노들야학 선생님들과 야학 학생(동료)들에게 나눠주겠다는 생각에 참여하는 내내 시종일관 즐거워했습니다. 평소 좋아하고 익숙한 미역국은 물론, 닭날개 간장조림, 도토리묵무침 등 다양한 메뉴를 정성껏 만들었습니다. “아주 꿀맛이라고 할거다~”라며 흡족한 미소를 짓던 모습과 들뜬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듯 합니다. 진짜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요.

세 번째 참여자 김○○ 님은 장보기부터 시작하여 시금치무침, 소불고기전골 등 한식 밑반찬과 부추잡채, 닭다리살찜닭 등 응용 요리를 거쳐, 마지막에는 밀푀유나베, 알리오올리오 파스타 등 복잡한 초대 요리까지 성공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요리 재료나 방법에 대해 늘 호기심을 갖고 질문도 해주셨고, 무엇보다 집에서도 해볼 수 있도록 챙겨드린 밀키트로 진짜 혼자 음식을 만들어 가족들에게 선보이고 부모님께서 너무 기뻐하셨다는 말과 함께 인증사진을 보내주셨습니다. 담당자로써 가장 감동적이고 짜릿한 순간이었어요.

네 번째 참여자 염○○ 님은 시각 장애를 고려해 요리 과정을 풍부하게 설명하려 노력했고 활동지원사가 조리 전반을 도왔습니다. 특히 월남쌈 요리를 할 때 재료의 형태를 파악하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음미하며 요리를 기억해나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활동지원사에게는 죄송한 마음이지만 덕분에 대리 만족했다는 소감을 전해주셨는데, 용기 있는 도전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다섯 번째 참여자 장○○ 님은 신체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자세와 유머 감각을 통해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셨습니다. 활동지원사님과의 티키타카에서 정말 빵빵~ 터지며 요리활동을 했어요. “안해. 나는 사 먹을거야”라는 유쾌한 농담으로 긴장을 풀면서도, 마지막 회기를 준비할 때 ‘전복 버터구이’라는 메뉴를 직접 요청하고 동료를 초대하는 등, 스스로 이끌어가는 리더쉽을 보여주었습니다.

여섯 번째 참여자 박○○ 님은 요리 활동 자체를 가장 순수하게 즐긴 분이었습니다. 앞치마를 착용하고 V자를 그리며 환하게 웃는 모습, 시식 후 엄지 척(따봉)을 치켜들며 만족감을 표현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마지막 회기에 밀푀유나베와 파스타를 만들며 난이도 있는 메뉴에 도전했고, 요리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확장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제가 ‘건강한 식탁 만들기’ 프로그램을 통해 나눈 것은 단순히 몇 가지 레시피와 완성된 요리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안에는 스스로의 손으로 무언가를 일구어낸 성취감, 그리고 그 결과물을 가장 소중한 이들과 나누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음식을 통해 자립의 기쁨을 깨닫고, 공동체와의 연결고리를 단단하게 만든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참여자분들이 벌써부터 내년에도 또 참여하겠다고 해주셨는데..
저는 준비가 되었어요! Shall we coo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