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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전문

* 오늘의 인권날씨 : 황사 가득 낀 활동보조인 제도

 

연한 초록빛의 새잎과 겨우내 보지 못했던 예쁜 꽃망울들을 만나는 4월의 봄, 하지만 살짝 변덕스럽기도 한 4월의 날씨, 이 4월의 인권날씨는 아쉽게도 바라던 따스함을 누리기 전에 밀려온 정부발 황사로 앞도 잘 보이지 않고, 숨도 탁탁 막히는 듯하다.

 

보건복지가족부의 2010년 장애인활동보조 사업계획이 밝혀졌다.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과 자립생활의 기반이 되는 활동보조서비스가 제대로 정착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랬지만 그런 희망은 산성비에 씻겨 부식된 채로 기약 없는 내일을 맞이해야 할 것만 같다.

 

복지부는 활동보조서비스의 본인부담금을 크게 인상하겠다고 한다. 예산부족이 그 이유란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는) 그 줄어든 예산분을 고스란히 장애인 당사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기초생활수급자는 현행대로 무료이고, 차상위 120% 이내의 저소득층에게는 현행대로 월 2만 원의 자부담을 유지한다 했으나 문제는 그 외 수많은 장애인들이다. 현행 월 4만 원의 자부담 분을 최대 월 8만 원까지 인상하겠다 한다. 그렇게 되면 활동보조가 많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일수록 본인부담금이 늘어나게 되는 기이한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 복지부 관계자들은 자신의 핸드폰 기본요금이 어느날 갑자기 두 배로 오른다면 아무런 불만 없이 받아들이실지 참 궁금하다.

 

또 하나 이해하기 어려운 변경안이 있다. 기존 활동보조서비스 이용자들에게까지 장애등급 재심사를 의무화하겠단다. 그런데 재심사에 소요되는 비용은 오롯이 장애인 당사자가 짊어져야 하는데 그 비용과 과정이 만만치 않다. 만일 누군가 힘들게 들어간 회사를 나름 열심히 다니고 있는데 어느날 갑자기 회사에서 입사시험을 새롭게 치루겠다고 한다면 그것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물론 20~30만 원 되는 시험비용도 직접 내야 한다. 그럼 전에 봤던 시험은 무슨 의미였을까? 정부가 진행했던 것을 정부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겠단다. 이건 또 무슨 말인지...

 

물론 더 나가면 과연 이렇게 장애인들을 고기 등급 나누듯이 등급을 매기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도 든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교육받을 기회를 제대로 주지 않았기에(실제 전체 장애인의 49.5%는 초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이다.) 시험성적으로 등급을 매길 수는 없고,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관리를 위한 신체적 등급인 모양이다.

 

그리고 복지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서비스시간 이월을 금지하겠다고 한다. 휴대폰 데이터 이용요금도 아니고 당월에 이용하지 못한 서비스시간을 이월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니132 얼핏 보기엔 이것이 무슨 큰 문제인가 싶을지 모르나 이는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탁상행정식 결론이다. 대부분의 경우 서비스시간이 이월되는 경우는, 장애인이 사용의사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활동보조인을 구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이며, 활동보조인을 구하지 못하는 것은 낮은 임금 등 근로조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복지부는 이런 제도적 정비가 필요한 부분을 제도적으로 고치기보다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장애인에게 부과하려 하는 것이다.

 

활동보조는 중증장애인에겐 생존권 그 자체나 마찬가지이다.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가고, 옷을 입고 밖에 나가는 일 등등132 이 모든 일상생활의 전반에 활동보조인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중증장애인의 삶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방식으로 활동보조서비스를 축소하려 하고 있다. 참으로 활동보조서비스 지침개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맑은 하늘과 녹색 바람과 꽃향기를 꿈꾸는 4월이지만 이번 4월은 너무도 쌀쌀하고, 텁텁하고, 우중충한 날씨만 계속되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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