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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쌤을 구해줘]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지금 들어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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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비리를 저지른 사회복지재단의 이사진을 교체하려 했다. 2006년, 재단의 관리감독 기관인 종로구청 앞에서 농성하고 집회하였다. 이 투쟁에 검찰이 시비를 걸었다. 박경석 노들야학 교장쌤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정하 언니에게 재판을 요청했다. 2009년 3월 13일, 재판에서 검찰은 교장샘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50만원을 구형했다. 그리고 3월 31일 1심 판결. 무죄를 선고받아야 했다. 왜? 무죄! 무죄! 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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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판결이 얼마 남지 않았다. 탄원서를 부탁한다는 메일이 전국의 단체와 개인에게 뿌려졌다. 이제 탄원서가 도착하길 기다리면 되었다. 하지만 그냥 기다리기엔 심심했다. 노들에서도 그런 바람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탄원서의 많은 양이 가슴 따뜻하였으면 좋겠지만, 얼마나 많은 양이 올지 모르기 때문에 “적은 양이라도 한번 직접 써보자!” 결심했다. 노들야학에서 학생과 교사들에게 노들야학 교장쌤의 탄원서는 어떤 의미일까도 궁금했다.


각 반 수업시간에 ‘탄원서 쓰기’가 진행되었고 그간에 생각하지 못했던 마음들이 글로 전해졌다. 그건 매우 다양한 방식이었다. 유명한 글귀가 우리의 마음을 흔들 때가 있듯이 그렇게 탄원서들은 제각각의 빛을 가지고 있었다. 그 짧은 탄원서에는 우리들의 삶이 있었다. 삶이 시로 그림으로 글로 다양하게 표현된 것이다. 그것이 정말 지금 살고 있는 우리들의 현실을 솔직하게 담아내었다고 생각한다.


4일 동안 탄원서를 모았는데 첫 번째 날, 두 번째 날, 세 번째 날 모인 탄원서가 200장 남짓이었다. 그냥 생각하였다. 책상에 탄원서가 넘쳐가지고 왜 이렇게 많은 건지 짜증내면서 탄원서를 정리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정말 탄원서 제출일 전날 엄청난 양의 탄원서가 도착했다. 새벽에도 팩스가 쭉쭉 왔다! (킥) 개인과 단체로부터 1000장이 넘는 탄원서가 메일로, 팩스로 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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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5일까지 도착한 탄원서가 총 1354장이었다. 이후에 추가로 온 양까지 합치면 (+112장) 1466장이었다. 그 이후에도 탄원서는 계속계속 들어왔으니까 재판 날짜만 좀 여유로웠으면 더 많이 모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었다.

 

 

 

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

 

제출 날짜를 맞추느라 밤을 꼴딱 새웠다. 그 밤 함께한 이들이 있었다. (프린트 뽑고 있는데 처음으로! 정전이 돼서 다시 처음부터 뽑았다! 웬 정전!) 아침, 법원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여라. A4 종이 상자에 한가득 탄원서를 싣고 전철을 타고 가는데 아침까지 급히 후다닥 작업한 것도 있고 해서 너무 졸렸다. 또 어찌나 무거웠던지 낑낑거리고 갔는데… 그런데도 뭔가 신났었다. (너무 힘들기도 했다. ㅠㅠ) 오늘 접수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었다. 이걸로 재판장의 마음이 흔들렸으면 좋겠다앙~! 법원을 처음 가 보았다. 꼭 무슨 정장을 입고 가야하는 줄 알았다. 괜히 책 잡힐까봐 가기 전에 옷매무새도 고쳐보았지만,ㅋ 웬 걸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다음에 추가접수 하러갈 때는 설레설레 갔었다. 탄원서가 판결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같은 것, 우리들의 목소리가 들리지는 않을까, 제발 첫 장만 넘겨서 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애틋한데, 얼마나 삶이 묻어있는 글들이 많이 있는데 한 장만 넘겨서 우리 탄원서 한 장만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으니깐. 그러한 희망이 있어서 뽀글뽀글했던 힘든 것들을 날려버릴 수 있었다.

 

 

지금 들어주시겠습니까?

 

마음을 솔직히 말해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표현하는 방법도 표현했던 기억도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마음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걸까요? 입 근처까지 머금은 나의 말들도 밖으로 꺼내 나오기에 왜 그리도 먹먹한 건지 모르겠어요. 표현하기엔 어색하고 서투른 나의 일상은 시행착오중이라서, 항상 어려워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가요? 곳곳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사람들의 “외롭다!”라는 말이… 외로운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대체 왜 해결되지 않는 건지요.

 

 

외.롭.다.

 

그건 채울 수는 있는 걸까요, 채워야 하는 건가요? 채우는 것이 가능하긴 한 건가요.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던 삶이었을까요. 그리고 그 각각의 삶에 우리는 얼마나 서로를 묻혀가며 살고 있을까요. 돌아보면 아쉬움 가득한 일상의 일들이 나에겐 하나의 (어디로 가도 좋으니) 흐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 했어요. 그것이 투쟁이라는 “어떤 일”에 방점을 찍어가면서 말이에요. 드러내놓은 삶과 드러내지 않고 꽁꽁 숨겨온 삶이 접합되는 한 지점이라도 존재한다면 그건 조금이라도 그대와 나의 짐을 덜어줄 수 있을 텐데요.

 

1500장에 가까운 탄원서를 내었던, 1심 판결의 결과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0만원” 으아악! 집행유예 3년 너무 길잖아요.

 

 

항상 어떠한 일에는 배우는 것이 있었어요. 이번 일은 저에게 ‘한 번이라도 솔직하게 최선을 다해보자’는 거였어요. 항상 조금은 아니 많이 서툴지 모르겠지요. 하지만 재미있는 건요. 어떠한 일이라도 누군가 모두에게 다 처음이었을 테니까요. 그러니 조금은 서로 위안이 돼 주며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몇 년의 각기 다른 삶을 살아왔던 우리가 앞으로 함께할 삶이 궁금하지 않나요.

하고 싶은 말, 해야 하는 말, 아직 많은 것을 담아내지 못한 나의 서투른 글이지만,

들어주어서 고마워요.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한명희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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