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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번째 노들야학 개교기념제

소원? 소원을 말해봐! 

 2024년 노들야학 연극반 <노들이야기극장> 공연

 

 

 임미경

노들장애인야학 활동가, 연극과 훌라를 (  )합니다

 

 

 

 

  2024년 종로구 장애인평생학습도시 프로그램에 연극반의 <노들 이야기 극장>이 선정되었다. 이번에는 번듯하게(?) 극장을 빌려 학생 배우들에게 소위 조명뽕(?)이라고 하는 조명이 일으키는 무대 위 환상을 꼭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학기 초에 어떤 형식의 극을 올리고 싶은지 학생들과 논의를 했다. 우리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는 것은 변함없지만 즉흥극으로 할지, 음악극으로 할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를 각색해서 올릴지 등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익숙한 이야기를 골라 각색하기로 포맷을 정하고 이야기를 골랐다. 

 

  처음엔 콩쥐팥쥐, 흥부놀부, 인어공주, 이런 전래 동화가 나오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알라딘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대부분 만화영화로 접하고 해서 각자 원하는 캐릭터도 이야기하고 대표적인 OST도 잘 알고 있고 흥이 넘치게 좋아하시는 이야기였는데 정해지고 나니 정작 속으로는 걱정이 앞섰다. 

 

  어쩌지? 무대에 양탄자를 날려야 하나...?

 

  매주 목요일 5시 수업시간에 만나 다양한 존재들과의 연결과 더 다양한 감정표현을 위한 연극놀이와 연기 연습을 하면서 대본에 대한 고민을 계속 이어갔다.

 

  영상과 책자 등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캐릭터들의 이면에 대한 고민에 고민을 하던 중 어느 날 문득, 램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지니가 시설에서, 방구석에서 나오지 못하고 자유로이 이동하지 못하고 구속된 삶을 강요 당하는 장애인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에 생각을 더하고 이야기를 이어나가다 우리는 서로가 무대 위에서 서로의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가 되어주기로 했다. 

 

  먼저 4월까지 연습에서 우리의 소원들을 모아보았다. 

 

  꿈에서만 나오는(실루엣으로 떠오르는) 가족을 만나보고 싶은 사람, 어릴 적으로 돌아가 다시 아빠랑 농사짓고 살고 싶은 사람, 결혼해서 오순도순 살아보고 싶은 사람, 친구를 사귀어 밥도 먹고 술도 한잔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 해외여행 해보고 싶은 사람, 나만의 집으로 이사 가고 싶은 사람, 아직 시설에 남아있는 친구들이 다 나왔으면 좋겠는 사람, 돈 많이 벌고 로또 당첨되고 억만장자, 만수르, 재벌 되고 싶은 사람, 주변 사람들(나 포함해서) 안 아프고 건강하게 늙어가면 좋겠는 사람, 배우가 되고 싶은 사람, 라디오 DJ가 되고 싶은 사람, 100만 유튜버가 되고 싶은 사람, 사람들이 길고양이를 안 괴롭혔으면 좋겠는 사람, 소원을 물어보는데 ‘소원?’ 하고 반문하더니 소녀시대의 노래 제목을 이야기하며 노래 부르는 사람. 그렇게 제목이 먼저 정해졌다.
 

  소원? 소원을 말해봐!

 

 

임미경1.png

24개의 소원 카드

 

 

  각각의 소원을 매주 즉흥연기로 구현을 해보았고 연습에서 나왔던 24개의 소원 중에 서로 닮은 듯한 소원을 모아보니 크게 여행, 돈, 친구, 가족, 직업, 나 아닌 다른 생명에의 돌봄, 이렇게 5가지 유형의 소원으로 좁혀졌다.

 

  그리하여 5월부터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들로 에피소드를 구성해 대본을 채워나갔다. 6월에 1학기는 끝났기에 활동 지원 시간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조건에도 무리 없이 연습에 나올 수 있는 학생 배우들이 캐스팅되어 여름방학도 반납하고 화, 목 주 2회씩 8월 8일 개교기념제에 공연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7월 한 달을 뜨겁게 연습을 해나갔다. 

 

  본격적인 공연 연습에 들어가면서 외부에서 연출님을 모셔왔고 함께 대본 수정 작업을 해나가면서 에피소드마다 캐스팅이 바뀌었던 지니 캐릭터를 극 전체를 알라딘과 함께 끌고 가도록 하면서 요정을 벗어나 인공지능(A.I)의 캐릭터를 입혔다. 어쩌면 우리에겐 동화 속에 나오는 요정보다는 근미래에 실현될 인공지능이 더 현실에 가까울 수도 있으니까. 

 

  공연이 임박하면서 우리의 연습도 강행군이 되었다. 

 

  학생 배우 10명과 지원교사 배우 6명, 조명 감독과 음향팀, 연출팀이 서로 큐를 주고받고 몇 번이고 다시 되풀이되는 연습 속에 내심 적잖이 걱정도 되었다. 

 

  마지막 주는 한 번에 거의 4시간 가까이 횟수도 더 추가해 연습을 해서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듦이 보였는데 이러다 배우들이 스트레스를 받아서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어쩌지, 내가 너무 비장애인중심적으로 연습을 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며 학생 배우 하나 하나의 안색을 살피고 계속 맘속으로 나 혼자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말해주듯 학생 배우들은 이 긴장감을 즐기고 서로 툭툭 어깨를 쳐주고 ‘다시 한 번 더요!’를 외치며 연습 라인으로 들어가 서주었다. 

 

  드디어 공연 날, 무대 위에서 환상이 펼쳐졌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지니가 되어 소원을 들어주었다. 

 

  홀로 내팽겨쳐진 방구석에서 데리고 나와 바닷가에서 너울대는 파도를 만들어주던 우리. 로또 1등도 이루어주던 우리, 술 한잔 나눌 친구가 되어주던 우리, 괴롭힘 당하는 길고양이를 지켜주던 우리, 가족이 되어주던 우리, 그리고 모두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던 우리.

 

  나의 소원도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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