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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노들 모꼬지

  

 

 김다현

노들에 서성이고 있어요. 누군가를 잃고 살아가고 견디는 일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고 싶어요.

 

 

 

 

“동네 나와서 첫 글자 안 게 이발소라는 글자예요. 두 단어, 세 단어 배울 적에 알았는데 집 앞 창문에 이발소라는 글자가 딱 있더라고요. 큰 소리로 읽으면 창피하니까 속으로 ‘이발소’ 한 글자 한 글자 읽으니까 되더라고요. 그때부터 쭉 글자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새삼스럽기도 하고 내 자신이 너무 뿌듯했어요. 테레비에 자막도 읽을 수 있게 됐고요. 처음 끝까지 읽은 책도 기억해요. 국어 선생님이 영화 도가니를 스케치북에 책으로 만들어주셨어요. 그 한 권을 다 읽은 게 너무 기뻤습니다.” - 이영애(노들장애인야학), <나의 첫 한글 이발소>

 

  영애언니가 이번 전장야협 20주년 백일장에서 대상을 받은! <나의 첫 한글 이발소>라는 글에서 나눠준 이야기처럼, 지난 학기에 저에겐 노들에서 만나는 무수한 처음이 있었습니다. 첫 수업 참관, 첫 수업, 첫 연구수업, 첫 교사회의, 첫 영화감상 모임, 첫 420과 첫 농성장 사수, 방학식 공연으로 함께 한 첫 합창 무대, 그리고 첫 모꼬지. 모꼬지를 가기 전부터 저는 모꼬지가 많이 기다려졌어요. 웃기고 모순적이지만 저는 공동체 생활을 정말 싫어하는데요. 어느 정도냐면 고등학교 때 전교생 다 가는 리더십 캠프라는 수련회도 교장 선생님과 면담까지 해가면서 안 갔어요. 그런데 노들에선 다같이 어디 가서 뭐 한다고 하면, ‘다들 나 빼고 너무 재밌는 거 한다. 나도 끼고 싶다!’ 이런 기분이 들어요. 

 

  이번에 가는 모꼬지는 코로나 때문에 몇 년 동안 못가다가 오랜만에 다같이 가는 모꼬지였다고 들었어요. 영희샘, 임당샘과 같이 모꼬지 음식 준비팀을 하면서 어떤 간식을 준비하고 어느 식당을 갈까 설레면서 준비했고요. 드디어 강화도로 모꼬지를 가는 날이 왔어요. 가는 길에 버스 휠체어 리프트가 작동하지 않는 작은 소동도 있었고, 비도 꽤 왔지만 우리는 아무튼 즐거웠어요. 강화 평화 전망대에 도착해서도 날씨가 흐렸지만 그래도 좋았어요. 아무래도 이런 행사는 여러 문제로 일정 변동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날씨 문제로 프로그램 순서가 좀 바뀌기도 하고 저녁에 먹을 야식준비를 하느라 문해인권 체육대회는 오래 함께하진 못했어요. 우리가 먹을 음식 양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것마저 즐거웠어요. 학교 안에서 수업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학교 밖에서 전망대에 올라가 바람 쐬고 경치를 함께 구경하고 같이 웃기만 해도 재밌나봐요. 수업할 땐 볼 수 없었던 표정들도 보고요. 숙소에서 저는 지선님, 승미님과 함께 방을 썼는데, 많이 친해지진 못했지만 이렇게 같이 하루 지내면서 언니들이 처음보는 저와 조금 익숙해지는 것이 좋았어요. 

 

  앞으로 저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더 많은 처음이 있겠지요. 며칠 전엔 ‘합창과 연대’반의 평등한 밥상 첫 공연이 있었어요! 더 많은 처음, 두 번째 세 번째가 우리에게 있기를. 영애언니는 글에서 처음 끝까지 읽은 책도 기억한다고 했는데, 수많은 처음에 이어 무수한 그 다음들이 처음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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