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가을 135호 - [노들아 안녕] 현장에서 교실에서 함께 / 최민경
노들아 안녕
현장에서 교실에서 함께
최민경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안녕하세요, 민경입니다. 저는 작년 8월에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상근 활동을 시작했고 2023년 1월에 정교사 인준을 받아 수업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조금 뒤늦게 이렇게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저는 학교에 있다가, 회사에 있다가, 흘러 흘러 노들야학에 오게 되었습니다. 저를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은 모든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고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믿음입니다.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모두가 그러기를 바랍니다. 어떤 사람이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임을 인식하고, 자기 삶을 재해석하여 꾸려나가는 모습을 보면 내면에서 에너지가 솟구치는 기분입니다.
그런데 때때로 어떤 상황에서는, 아무리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려고 해도 행복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전쟁이 난다면 아무리 행복하려해도 행복할 수 없잖아요. 또 애초부터 내게 주어진 기회가 아주 적을 때, 내게 허락된 세상이 아주 좁을 때 행복하기 어렵겠더라고요. 내가 내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할 때, 누군가 혹은 어떤 것에 의해 가로막힌 삶을 살 때.
저에게는 내 삶이, 내 시간과 선택들이, 내 모든 관계와 내가 저지른 실수, 실패마저도 너무 소중한데, 어떤 이에게는 이게 아예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니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를 좀 더 밝히는 등불 같은 곳을 찾다 노들에 오게 되었습니다.
노들야학은 이곳을 당신의 해방과 나의 해방이 연결된 공간이라고 소개합니다. 부처님의 연기법이 떠오르는 말입니다. 연기법은 불교의 핵심 사상인데, 우리는 모두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뜻이에요. 장애와 비장애를 나누는 불평등과 억압이 사라진다면, 우리 모두 서로를 향하는 모든 차별적 시선과 이기심, 탐욕도 줄어들어 한층 더 성숙하고 수준 높은 시민사회가 될 것입니다. 그날이 머지않으리라 믿어요.
우리가 서로 깊이 연결되어 너와 내가 둘이 아님을 아는 세상, 다양한 꽃들이 모여 멋진 화단을 이루는 세상으로 함께 가요. 현장에서 교실에서 함께 투쟁하겠습니다. 일 년이 지난 인사로 크나큰 뒷북을 울리며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사랑해요!